다르다와 틀리다

2012.08.08 04:05

김학천 조회 수:477 추천:72

   두 사람이 서로 열띤 논쟁으로 신경이 한참 곤두서있는 가운데 별안간 한 사람이 소리친다. ‘내 생각은 틀려!’ 그렇다면 이미 얘기는 끝난 게 아닐까? 스스로 자기 생각이 틀렸다고 인정했으니 말이다. 아마도 ‘내 생각은 달라.’하고 말할 것을 그렇게 한 것일 게다.
   '다르다'는 '같다'의 반대말이다. 비교해야 할 대상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다는 말로 같지 않다는 말이다. '틀리다'는 '맞다'의 반대말로 어떤 사실이 그르거나 잘못되었음을 가리는 말이다. 해서 누군가 ‘다르다와 틀리다는 무엇이 틀린 걸까?’라고 말한다면 이 또한 틀린 문장이다. ‘무엇이 다른 걸까?’라고 해야 한다. '다르다'와 '틀리다'의 두 말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종종 ‘틀리다’와 ‘다르다’를 잘못 사용한다. 이러한 말에서 비롯된 잘못된 습관은 우리의 사고에도 녹아들어 남들과 다르게 사는 것이 곧 틀리게 사는 것으로 자칫 잘못 판단하기도 한다. 틀리다는 말은 차별의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해서 지금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각종 차별들은 자신만이 옳고 남들은 틀리다는 그릇된 편견에서 야기된 것이다.
   사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남들이 틀린 것이 아니라 자신과 남들이 다른 것뿐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이 엠 샘(I am Sam)’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딸이 아빠 샘을 위해 동화책을 읽어주는데 딸아이는 책에 있는 ‘다르다’란 단어를 피해가며 읽지 않으려 한다. 자기아버지가 친구들 아버지와 다르다는 사실이 너무 싫어서인데 이는 어른들의 잘못된 가치관이 어린아이에게 마저 아버지가 남들과 단지 다른 사람이 아닌 틀린 사람으로 오해시켜 버렸기 때문이었다. 어린아이 지능을 가진 정신 지체 장애인 샘은 우리들과 같을 수 없는 '다른' 사람이다. 하지만 그르거나 잘못된 '틀린' 사람은 분명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보통 나와 같지 않은 사람을 나와 다른 경우로 인정하려 하지 않고 그냥 ‘틀린’ 사람으로 인정해 버림으로 다양성을 용납하지 않고 무조건 도외시하고 배척해 버리는 과오를 범한다. 모두가 오만함이나 편협함에서 비롯된 그릇된 가치관 때문이다.
   사무엘 헌팅턴도 기독교문명의 오만과 이슬람문명의 편협 때문에 빗어질 수 있는 서로 다른 이 두 문명 간의 충돌을 예고한 바 있다. 공산주의의 몰락으로 민주주의 이념이 승리를 하자 서구의 이념만이 옳고 타당하다는 견해가 확산되면서 서방세계는 비서구인들이 자기네들의 가치에 동조해야 한다고 하며 그렇지 못한 것은 모두 '틀리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른 문명권에서 보면 그것은 단지 '다른 것' 뿐이지 '틀린 것'이 아니라는 반발심이 당연히 생길 것이다. 허긴 역사의 흐름을 보면 '다른 것'은 곧 '틀린 것'으로 간주되어서 끝없이 싸우고 짓밟고 투쟁해 오질 않았던가. 내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흑백논리로 통하여 이런 가운데서 획일주의, 권위주의, 형식주의, 군사문화, 싹쓸이문화가 나오기도 하였던 것이다.
   한 역사학자가 말하길 "민주주의의 최대장점은 다양성을 인정함이다"라고 했다.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쉽지 않다고 해서 잘못된 생각을 고치지 않는 것은 더 큰 잘못일 것이다. 해서 남의 것들은 다 그릇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은 모두 틀리고, 내가 속하지 않은 그룹이나 사회의 것들은 무조건 배척되어져야한다는 고집들은 버려져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면에선 우리 모두 조금씩은 샘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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