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2012.06.20 02:00

김학천 조회 수:425 추천:82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우리 한국인이면 누구나 아는 노래 아리랑. 부를수록 정겹고 감미로운 우리만의 느낌이 울컥 솟아나게 하는 노랫가락이다. 그만큼 아리랑은 우리에게 친숙한 민요로 한국을 대표하는 우리민족의 노래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아리랑이란 말의 유래는 고대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갈래가 있는데 그중 대원군 시절에 생겨났다는 설을 보면 경복궁을 중건할 때 힘든 강제노동에 심한 세금까지 겹쳐 살아가기 힘든 백성들이 처량한 자신의 신세타령을 아이롱(我耳聾: 귀가 먹어 아무 것도 못 들었으면)이라거나 아이랑(我離嫏: 님과 이별하네)이라고 한데서 나왔다 한다.
   매일 반복되는 중노동에 시달린 백성들이 오랜 고독으로 고향에 두고 온 처자를 몹시 그리워하며 살기 힘든 자신들의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그리곤 자신들의 돌아가기 힘든 어려운 처지를 빗대어 아난리(我難離: 떠나기가 어렵네)라 하는 푸념에서 아라리가 났다고 한다.
   이 유래에 비추어보면 그 때나 지금이나 백성의 신세는 다를 바가 없다. 일에 지치고 삶에 힘든 오늘의 아버지들의 마음도 아이롱하고 싶고 아난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처자식과 떨어져서 살아가는 기러기 아빠들의 한숨은 아이랑 바로 그것이다.
   그 때가 가렴주구로 인한 서민들의 한이 서린 노래라면 오늘은 비젼 없는 교육정책에 희생되는 민초들의 고달픈 생의 하소연일 차이일 뿐이다. 한 학자가 지적한 대로 열악한 교육제도와 살벌한 교육환경 거기다 영어라는 지상과제가 가족의 이산을 무릅쓰게 하고 수월성 조기유학으로 이어지게 한 결과로 생긴 바람직하지 않은 이 사회현상을 우리는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까지 한다.
   이국 땅에 처자들을 보내놓고 그 뒤를 돌보아야하는 아빠는 허리가 휘고 어깨가 무거운데 더 힘들게 하는 것은 고독한 ‘나홀로’ 아리랑이다. 아리랑을 부르는 기러기 아빠들은 멀리간 아내와 아이들을 언제나 볼 수 있을는지 기약 없는 고달픈 삶에 마음이 허전하다 못해 외롭고 검게 탄다.
   그래서 이미자의 노래는 지금도 계속된다. ‘엄마구름 애기구름 정답게 가는데, 아빠는 어디 갔나... 우리는 외로운 형제. 길 잃은 기러기.’ 허지만 어디 아빠들만 힘들겠는가. 모자란 사회에서보다는 보다 나은 곳에서 영어 뿐 아니라 오로지 성공만을 향해 쉴 새 없이 달려가라고 재촉 받는 아이들도 힘겹고, 끌고 가는 엄마들의 삶도 버겁다.
   이러다가는 박목월의 노래대로,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하는 영원한 슬픈 이별가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많은 슬픈 일들이 생기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어찌 기러기 가족만의 문제이겠는가. 아마도 오늘을 사는 이민 사회의 우리 모두가 안고있는 공통적 아픔일 것이다.
   그러나 미래는 밝다. 왜냐하면 양주동이 말하는 아리랑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리랑이 ‘아리령(嶺)’고개에서 나온 것이라 본다. 아리는 ‘밝음’의 뜻으로 우리민족이 북방에서 한반도로 이주해 올 때 온 세상이 밝게 내려다보이는 이 고개 위에서 미래를 안고 왔다고 하니 이 전승이 우리의 노래라면 어찌 밝은 미래가 없을까.
   ‘기러기처럼 나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저 신비한 기러기처럼 우리 모두를 날게 하소서.’라고 간구 하는 이어령의 시와 같이 환한 내일을 그리워하는 가슴의 노래요 한국인의 숨결이고 우리의 만다라인 이 노래를 우리가 부르는 한 우리 모두는 고독하지 않을 것이다. (미주 중앙일보 '이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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