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사는 우리

2012.08.01 01:59

김학천 조회 수:371 추천:78

   ‘나에겐 한가지 꿈이 있습니다. 노예아들들과 주인아들들이 한 자리에 마주 앉아 우리는 한 형제라며 이야기를 나누는 꿈 말입니다’ 마흔의 짧은 나이에 총탄에 희생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절규다.
   인간해방의 선봉에 섰던 그의 꿈이 언제가 되어야 이루어질 지. 그래서 밥 딜런은 ‘얼마나 긴 길을 걸어야 사람이 사람으로 불려질 수 있나. 얼마나 더 많이 죽어야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나.’라고 노래했다.
   그렇다. 이 나라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저지른 많은 잘못 중 가장 큰 것이 인종차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허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진리와 양심에 어긋나는 잘못임을 깨닫고 급회전하여 신성을 닮으려는 고매한 정신으로 만민 평등과 자유, 사랑과 평화의 이념을 세계 속에 심어 놓는 숭고한 노력을 해 왔음도 우린 알고 있다. 로버트 케네디가 "민주주의는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공산주의와 달리 계속적으로 향상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라고 한 말이 이를 시사하고 있다. 이런 정신에 힘입어 우리도 미국 땅에서 살 권리를 얻을 수 있었다. 언제 이주해 왔으며 얼마를 살았던 간에 이미 우리는 이 나라에 소속인으로 여기서 요구하는 이념에 동화하는 의지와 노력을 기우려야 할 의무가 있음은 말할 나위 없다.
   이제 이 땅에서 한국인의 특유한 성실과 근면으로 2세를 포함하여 웬만큼 우리의 위치를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에 우리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됨도 다행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만큼 살수 있기 까마득한 이전부터 먼저 이 땅에 깊이 뿌려진 가혹하게 쏟았던 수고의 땀과 인종차별의 유산을 멍에처럼 매고 흘린 희생의 피가 베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저들이 긴 세월, 강자에게 당했던 억압과 분노, 슬픔과 고통에 대해 부단한 저항과 싸움으로 일구어낸 터전 위에 자리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저들과 더불어 함께 살고자 하는 신뢰심으로 적극적인 참여 의식과 사회에 공헌하는 정신으로 가정과 사회와 국가의 유익을 위하여 일 할 것을 보여야 한다.
   내가 가진 모든 것 즉 건강이나 지식, 재산 권력 심지어 자식까지도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신의 은총이다. 그 은총을 깨닫지 못할 때는 더 가지려하며 못 가진 자 앞에서 물질로 우세 하려하나 내적인 삶이 지닌 탁월한 정신과 관대한 마음으로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누고 베풀 때는 피부색은 달라도 자선으로 인한 기쁨과 고마움을 서로가 느끼게 되는 거라고 본다.
   우리는 이제 이 나라가 준 시민권이나 영주권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겸허한 자세로 성숙함을 보여 줄 때라 여긴다. 결코 멀지 않았던 가난한 시절, 우리가 받아야 했던 모멸감을 기억하여 나보다 못하다 여겨지는 이들을 무시하고 경멸하기보다는 포용하는 삶에 동참함이 옳을 것이다.
   또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의 등을 한 번 더 두들겨 주고 주저앉아 시름하는 이를 부축하여 일으켜주는 적극적인 삶뿐만 아니라 늘 위축되어 눈치보며 사는 이에게 고운 눈짓 보내주고 슬픔에 빠진 이의 손을 꼬옥 잡아주며 상처받은 가슴을 위로 할 수 있는 자애로움은 오히려 내 삶을 풍요하게 한다.
   공기가 순환되고 물이 하늘땅을 빙빙 돌아 구름 되고 눈이 되고 물이 되어 바다로 갔다가 다시 수증기 되어 하늘로 오르듯이 가진 것도 나누어 돌려야 새로운 게 창조되는 신비함을 경험하지 않을 가 싶다.
   오늘 내가 나 됨은 나의 노력을 포함해 가족과 이웃과 사회 그리고 나라에서 준 많은 도움이 있었음을 잊지 않는다면 그것들을 아낌없이 준 이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게 마땅한 도리이다. 그러할 때 가신 님은 이렇게 외칠 것이다. ‘내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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