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야기-제5막 (미국판 용비어천가)

2011.12.10 01:37

김학천 조회 수:804 추천:178

해동육용(海東六龍)이 나라샤 일마다 천복(天福)이시니, 고성이 동부(同符)하시니’ 용비어천가 제1장의 노래이다. 조선을 세운 이성계와 그의 조부 4분(목조, 익조, 도조와 환조) 그리고 이방원까지 6명을 여섯 마리의 용에 빗대고 중국의 옛 성군들과 견주어 찬양한 노래이다.
이를 미국판 건국에 대입해보면 어떨까?‘대륙구취(大陸九鷲)가 나라샤 일마다 대박이시니 古帝와 不同符하시니’조지 워싱턴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이전에 이미 7명의 대통령이 있었으니 토머스 제퍼슨까지 9명의 백두독수리가 날아오르고 옛 대영제국의 제왕과는 결연하고 새로운 체제의 국가로 나래를 펼치었으니 그 칭송의 노래 ‘취비통천가 (鷲飛統天歌)’ 제1장인 셈이다.
  미국 건립 후 그들은 왕정이나 귀족정치에 진절머리를 내었기 때문에‘모든 인간은 평등권, 생득권, 독립권을 갖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버지니아 권리선언까지 만들고 현 헌법에 따라 선출된 대표자가 워싱턴이었기 때문에 그가 공식적 초대 대통령으로 기록된 것이니 가히 대륙국의 제1대 워태조이다.
토머스 제퍼슨은 7개 국어에 능통하고 건축사이자 문학적 재능도 우수하고 독립선언문의 기초를 맡는 등 그야말로 건국기초를 다지는데 대활약을 담당했으니 제3대 제방원 태종이다. 자신의 영지에 Montecello 저택을 지어 오늘날 니켈의 뒷면에 올리는 실력을 보이기도 한 그는 또한 묘비명도 스스로 썼는데 “독립선언문의 기초자, 버지니아 종교자유법 작성자, 버지니아대학 설립자인 토마스 제퍼슨이 여기에 묻히다.”그리곤 유족들에게 “단 한단어도 첨가하지 말라”고 유언했다. 대통령 경력은 묘비에 쓰지도 않은 것이다.
그 후 오늘날 까지 43명의 인물이 44대까지 나려오고 있는데 미국은 연임을 해도 그냥 같은 대(代)로 머물지만 22대와 24대의 Grove Cleveland는 한사람 건너 중임을 했기 때문에 대(代)수가 하나 더 계산되었다. 그는 개혁가이었고 때마침 미국건립 100주년기념으로 불란서로부터 자유의 여신상을 기증받는 행운을 가졌다.
7대 잭슨은 천애고아로 자수성가를 했는데 그 당시의 뉴잉글랜드나 버지니아 출신이 아니면서도 통치자에 오른 것을 보면 강화도령 철종이 떠오른다.
9대 해리슨은 임기 중 사망함으로 최단기의 보좌에 머물렀으니 가히 단종애사의 주인공으로 보인다.
15대 부커넌은 남북의 대립 해결을 성공하지 못했으나 애를 무던히 썼던 점으로 봐서 탕평책으로 고심했던 영조가 아닐까. 그의 후임인 링컨은 전쟁으로 남북을 통합하고, 변화와 일치를 추구하고 평등을 꿈꾸다 암살을 당한 점으로 가히 대왕 정조 리칸(이산)이라 할 만하다.(참고로 22대 정조가 등극할 때가 미국의 독립의 해 1776년이다.)
17대 앤드류 존슨은 탄핵을 받아 물러 났으니 내용은 좀 다르지만 연산이나 광해라면 어떨까? 그래도 그는 720만 달러에 알래스카를 사들였으니 작금의 소련이 얼마나 땅을 치고 통곡할 노릇이었겠는가.
술꾼 18대 그랜트는 링컨 때 북군의 수장으로 뽑히어 남북전쟁을 성공적으로 끝낸 덕분에 대통령에 되기는 했으나 별 신통치는 못했다한다. 신미양요가 일어난 것이 이 때의 일이고 보면 그는 전쟁군인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25대 맥킨리가 주도한 스페인과의 전쟁영웅으로 그의 후임자가 된 데오도르 루즈벨트가 최연소 26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어 재벌개혁을 통해서 미국 경제를 일으켜 세웠으며 파나마 운하를 건설하고 미대통령 처음으로 노벨상을 받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훌륭한 인물이지만 후임으로 태프트를 27대에 당선시켜 자신의 노선을 걷게 하려다가 태프트가 반대 방향으로 가자 분노하고 다투어 당을 쇠락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더욱이 테프트-가스라 밀약으로 일본의 조선 침략을 묵인했으니 우리에겐 곱게 보일 리가 없다. 이탈리아에서 무소리니가 정권을 장악한 때에 ‘Keep cool with Coolidge’라는 공약으로 당선된 쿨리지는 바르고 말이 적은 인물이었는데 이 때 마침 미키 마우스가 세상에 태어난 것을 보면 그를 대신해서 세상에 대고 떠들기 주기 위해 나타났는지도 모른다.
31대 후버는 1차 세계대전 후 미국을 구해내서 상무장관까지 갔다가 최고 권좌에 앉게 되었으나 불운하게도 대공황을 맞게 되고, 그 다음의 FDR로 유명한 루즈벨트가 뉴딜정책으로 미국을 건져내게 된다. 유일하게 4선까지 한 그는 데오도르 루즈벨트의 조카로 명문중의 명문가 출신이다. 허나 일본이 진주만에 쳐들어와 임진왜란 아닌 신사왜란(辛巳倭亂)을 일으키니 선조의 꼴이 되고 말았고 트루먼에 와서 전쟁을 끝내게 된다. 다행히 그들에게도 충무공이 있었으니 그가 니미츠 장군 즉 니순신이다.
'I like Ike.'로 유명한 아이젠하워는 전쟁영웅의 마지막 대통령이다. 노르망디 사상 최대상륙작전을 승리로 이끌고 대통령에 당선된 그. 맥아더가 육사를 1등으로 졸업할 때 61등으로 졸업하고 그의 부관으로 일했고 맥아더가 이미 대장이었을 때 고작 중령에 머물렀던 그가 마침내는 맥아더와 나란히 원수로 진급했던 점과 다국적의 말 많고 고집불통의 많은 장성들을 이끌고 전쟁에 승리한 것을 보면 그는 은근과 인내를 지닌 비범한 인물이었음에 틀림없다. 또한 그는 비록 휴전이긴 하지만 한국전을 종식시켰다.
제35대는 케네디로 젊은 이미지와 매스컴을 잘 이용한 덕에 닉슨을 누르고 당선되어 쿠바위기에서 용기와 배짱을 보여 흐르시쵸프의 간담을 서늘케 한 최초의 가톨릭 출신의 인물이었다. New Frontier 정신을 부르짖고 우주개발을 발전시키는 한편 마릴린 먼로와의 관계와 멋쟁이부인 재키로 유명세를 치른 젊고 매력적인 인물이었긴 하지만 암살로 유명을 달리한 비운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 뒤를 이은 LBJ 존슨은 케네디 사건과 석연치 않은 많은 의혹 속에 베트남 전쟁 발발, 마틴 루터 킹의 사망, 로버트 케네디 사망 등으로 많은 인물들이 죽음을 맞게 된 것으로 봐서 아마도 왕위를 탈환하고 손에 피를 묻힌 세조가 어울릴 듯싶다. 그러나 그는 뉴욕의 한 가정집 전화번호가 백악관의 전화번호와 동일한 이유로 가끔 혼선을 빗는 일에 ‘백악관으로 와야 할 전화를 잘 받아 주면, 우리도 당신네에게 갈 전화를 잘 처리 해주겠다.’는 편지를 썼던 또 다른 이미지도 있다.
아이크의 부통령을 지낸 닉슨은 베트남을 종식시키고 모택동과의 역사적 만남으로 중국과 국교를 수립한 위대한 거인의 이름을 얻었음에도 水門사건으로 사임을 한 불운의 사람이 되었다.
‘부적절한 관계’라는 말을 퍼트리게 한 장본인인 42대 클린턴은 경제를 잘 다스린 대통령으로 평가를 받았는데 숱한 여성과의 스캔들로 TV앞에서까지 증언을 해야 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끈질기게 버틴 넉살 좋은 인물이다.
부시는 아버지와 아들이 대통령이 되는 영광을 안은 가문으로 케네디가에 이어 명문에 오르게 되었는데 아직 막내가 남아있어 그 계승의 가능성이 끊어지지 않고 남아있다.
미국도 시작은 ‘왕족과 귀족과는 먼 정치’로 시작을 했지만 루즈벨트, 부시나 케네디가의 일종의 명문가문-계승정치를 보이면서 일종의 Dynasty를 형성해 가는 양상을 보인다면 지나친 얘기일까. 콜린 파워도 어느 모임의 기조연설자로 나와서는 ‘자신도 따지고 보면 영국여왕의 먼 팔촌쯤 된다’고 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고 ‘Yes"하는 모습을 볼 때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왕조에 대한 부러움, 귀족가문을 은근히 바라는 속내를 보는 듯하다.
  이러한 미국도 어언 240 여 년이 되다 보니 대통령에 대한 여러 징크스나 속설 같은 이야기가 떠돈다. 마치 구소련의 통치자에 대한 속설엔 법칙 아닌 법칙이 있어서 머리숱이 있는 자와 대머리인 자의 번갈아 가는 일치 같은 것 말이다.
레닌으로부터 푸틴까지 한 번의 실수 없이 머리숱과 대머리의 교대근무가 되었는데 오늘의 메디베데프는 영락없이 머리숱의 차례를 잇고 있다.
허나 미국은 머리카락이 아닌 수염에 변화가 있다. 1대부터 15까지는 수염이 없다가 링컨부터 27대 까지는 수염이 있고 그 후로는 말끔히 밀어버린 모습인데 이는 속설의 법칙이라기보다는 시대의 유행에 따른 변화일 수 있고 정말 무시 못 할 것은 ‘테쿰세의 저주’이다.
제9대 대통령 해리슨은 인디언들을 무자비하게 토벌한 지휘관이었다. 이에 백인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서 인디언동맹군을 이끌고 싸우다가 티피커누강의 전투에서 살해된 쇼니족 추장 테쿰세가 죽은 뒤 20년마다 ‘0’자가 붙은 해에 당선된 미국대통령은 임기 중에 죽는다는 내용이었다. 1840년에 바로 해리슨 당사자가 죽고 1860년에 당선된 링컨은 암살됐고, 1880년에 당선된 20대 가필드도 총탄에 생을 마쳤다. 1900년에 당선된 25대 매킨리가 총에 맞아 사망하고, 1920년에 당선된 29대 하딩은 병사했으며, 1940년에 당선된 FDR 루스벨트 또한 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마침 4월12일은 FDR서거 65주년이다.)
1960년 당선된 첫가톨릭 대통령 JFK도 암살되었다. 1980년에 당선된 레이건은 총탄을 맞았으나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2000년에 당선된 부시도 이라크 방문 시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신발이 투척돼는 봉변을 당한 것은 물론 911사태도 그 때문이라는 말도 나오는 것을 보면 그냥 경시하고 넘어가기엔 무언가 께름칙하고 섬뜩하지 않은가.
  대개 역사적으로 한 왕조가 500 여년을 주기로 흥망 하는 것을 볼 때 미국도 언젠가는 쇠망의 길로 들어서겠지만 아마도 600 년이 아닐까 한다. 조선의 왕들의 위패를 모시는 종묘에 蒼(?)門을 두려고 했었다. 헌데 재미난 것은 蒼자를 파자해보면 二十八명의 임금(君)이 나와 28대 까지만 존속한다는 운명을 예견할 수가 있었다는 말이었다. 과연 27대 순조 다음의 영친왕까지 치면 28명의 왕으로 조선은 운명을 다하게 되었지 않았던가. 이로 미루어 순진한 적용을 해본다면 미국의 워싱턴 닷컴은 그 때 가서는 워싱턴 육백 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DC는 로마자로 600)
  그나마 그렇게라도 버티기 위해선 미국도 오만과 과욕을 버리고 용비어천가 125장 구절에 귀를 잘 기우려야 할 것이다.
‘성군(聖君)이 니샤도 경천근민(敬天勤民)하샤 더욱 구드시리이다.’(계속)
(아크로,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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