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마취사 하느님

2011.12.17 02:26

김학천 조회 수:860 추천:156

EYE나 MADAM은 거꾸로 읽어도 똑같이 EYE이고 MADAM이다. 이것을 회문(Palindrom)이라 한다. 이러한 것은 단어 뿐 만이 아니라 구절이나 문장으로 된 것들도 많이 있는데 이제까지 만들어진 것 중에서 가장 긴 문장은 65,000여 개의 단어로 되어 있다하니 경이롭다.
그 중의 하나로 'Able was I ere I saw Elba.'라는 것이 있다. 나폴레옹이 엘바섬으로 도망가면서 한 말로 유명한 것이다. 그는 거기서 탈출에 성공하지만 다시 남대서양의 세인트 헬레나 섬으로 유배를 가서 말년을 보내며 살다가 위암으로 죽는다. 허나 이 사망설에 많은 역사학자들이 의구심을 품던 중 스웨덴 치과의사 포슈프트가 이 사건을 추적하여 그의 사망이 비소의 중독임이 밝혀내었다. 174년만의 일이었다.
이 아비산을 오래 전 한때 치과에서도 사용한 적이 있었다. 충치가 심한 경우 극히 미량의 치과용 아비산 연고를 환부에 놓고 임시로 봉한 다음 며칠 후 다시 열어보면 남아있던 신경들이 죽어있어 마취 없이 신경치료를 끝내는 방법이었다. 가능한 한 마취를 피하려고 했던 노력이었다.
마취는 치료나 수술에 아주 필요하고 고마운 것인데도 어쩐지 두려우며 특히 치과마취는 누구나 아주 싫어하는 것으로 이것 때문에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기록상으로 마취가 비교적 활발히 이루어진 것은 13세기부터로 유럽에서 아편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별 효과가 없다가 19세기 중엽에 들어서서 비로소 치과의사에 의하여 발견되었다.
세계 최초의 치과대학인 미국의 벌티모어 치대를 졸업한 닥터 웰즈가 후배 닥터 몰턴과 함께 보스턴에 개업을 하고 진료를 하면서 발치에는 마취가 절대로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끈임 없는 연구 끝에 아산화 질소 개스로 스스로 마취의 대상이 되어 자신의 사랑니를 발치하는데 성공하였으나 아무도 믿어주지 않자 공개 실험을 하였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 마취에 실패하고 환자까지 사망하자 이에 충격을 받고 미쳐 자살하였다. 그 후 동료 몰톤이 에텔을 이용한 전신마취에 성공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도 마취에 의한 무통분만의 초기 여인들 중의 하나였다.
아산화 질소는 흡입하면 느낌이 편안해지고 통증에 무뎌지며 경우에 따라선 일종의 환각의 상태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의식은 있으면서도 두려움이 없어지고 기분이 좋아지며 킥킥 웃는 사람도 있어 웃음개스라고도 한다.
마취는 크게 전신마취와 국소(부분)마취로 나눈다. 치과에서는 주로 구강외과나 소아치과에서 전신마취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그 외에는 대개 구강내의 국소(부분)마취만으로도 충분하다. 치과 국소마취는 대개가 3-4시간 지속되며 깨어 날 때는 초봄에 눈 녹 듯이 어느 잠깐 순간에 스르르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조금 돌아다보면 마취의 시초는 야훼 하느님이시다. 성서 창세기에 의하면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여섯째 날 아담인간을 당신의 모상대로 지으셨는데 그가 혼자 있는 것이 당신 보시기에 안 좋으시자 아담을 깊은 잠에 들게 하시고 그의 갈빗대 하나를 취하시어 도움짝인 이브를 만드셨으니 이것이야말로 완벽한 최초의 마취가 아니고 그 무엇이랴.
그 분의 마취를 흉내내는데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으며 그나마 아직도 완전하다 할 수 없으니 인간의 한계를 느낀다.
마취에서 깨어난 아담은 “내 뼈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다.”라고 사랑의 고백을 하기 전에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Madam, I'm Adam.” 최초의 회문(palindrom)이다. (미주중앙일보, 2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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