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개구장이 교수님, 죠 라이언

2018.04.10 01:50

서경 조회 수:8210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은 English Writing으로 개구장이 교수님 죠 라이언 클래스가 있는 날이다.  그는 가르치는 게 무슨 천직이나 되는 듯, 열성적으로 가르친다.
  목소리는 우렁차서 귀가 아플 정도요, 쉴 새 없이 뱉는 말에 입가에는 허연 거품이 인다. 그야말로 '입에 거품 문다'는 표현을 내 눈으로 확인한 건 육십 평생에 처음이다.
  그렇게 크게 안 해도 잘 들리는데 왜 그리 크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You know why?" 하고 설명하는데 그 대답이 더 커서 시끄러울 정도였다. '참, 에너지도 많다' 싶었다.
  그런데 연이어 나오는 그의 대답을 듣고는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저녁 클래스라, 우리가 피곤해서 졸까봐  우정 더 크게 한단다. 그리고 자기는  에너지 고갈로 집에 가면 그대로 나가 떨어져 버린다고 한다. 벌써 27년 째 그러고 있단다.
  수업 방식은 상당히 다양하다. 소설을 통한 읽기와 영화 감상을 통한 듣기, 질문공세에 의한 독해력까지 전천후 방법을 동원한다. 전직 영화배우로서의 연기력과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역동적인 표현하며 그의 다이나믹한 수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중간 중간에 던지는 그의 농담은 잠 자는 자를 깨우는 바람이다.
  오늘도 그는 짓궂은 장난을 쳤다. 그를 따르는 주부 학생이 전 클래스 메이트와 교수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 왔다. 그러자, 라이언 교수는 돈 20불을 내며 지불하는 '시늉'을 한다.
  나는 '이때다!' 싶어 얼른 전화기로 사진을 찍었다. 그랬더니, 다시 포즈를 취해 주겠다며 돈을 입에 물고 개구장이 표정을 짓는다. 정말 학생과 격의 없는 친구 교수다.
  그와의 수업은 목소리가 너무 큰 것을 빼놓고는 만점이다. 아주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가르쳐 준다. 그렇다고 해서 몰랑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느 날, 그는 수업 시작 후 10분 정도 지나니까 문을 잠궈 버린다. 그 이후에 온 학생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거나 문 열어줄 때까지 그의 아량을 구하며 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 날 지각한 학생들은 장장 한 시간 반을 복도에 주저앉아 기다려야 했다. 그날 따라, 나는 운 좋게도 10분 일찍 도착해 있었다.  
  우리는 들어오지 못한 학급 친구들이 안타까와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어떤 친구는 쪽지를 문 밑으로 밀어놓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홈웤한 것만 넣고 되돌아 가기도 했다. 들락날락거리는 50명 학생보다 진지한 열 명의 학생을 가르치고 싶단다. 그 사건(?) 이후로는 거의 지각생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달리기 하듯, 내 평상시 속도대로 움직인다. 퇴근 시간이 오피스잡처럼 칼같이 정해져 있지 않고 먼 거리를 달려오기 때문에 약간의 변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늦지 않으려 애를 쓸 뿐이다. 교수의 돌발 행동 때문에 달라진다면 의도적 지각생밖에 더 되는가.
  아무튼, 수업 분위기는 상당히 좋아졌다. 편하게 생각하고 자기말로 떠들던 몇몇 학생도 많이 조용해졌다. 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수업 시간이 재미있다.
  선생은(교수는) 영혼의 정원사다. 자기가 맡은 그 시간만큼은 학생들의 삶을 풍성하게 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카데막한 지식을 가르쳐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으로도 멘토가 되어주어야 한다. 그건, 오로지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학생들을 사랑하지 않으면 감당해낼 수 없는 미션이다. 어영부영 시간을 떼우는 우를 범하거나 단순히 돈 버는 직장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나든, 잊혀지지 않는 선생이 되어야 한다.
  마음을 다하여 사랑으로 (With Love) 가르친다면, 누구든 훌륭한 영혼의 정원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잊혀지지 않는 선생이 될 수 있다.
  개구장이 교수 죠 라이언은  바로 그런 교수다. 내가 그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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