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 새벽 물안개
2018.10.31 00:57
새벽길 위로 물안개가 내려 앉는다.
새악시 버선발 걸음으로 조심스레 내려 앉는 물안개.
일체의 소리도, 무게도, 부피도 생략한 듯 고요롭다.
순한 소처럼 어둠이 마을로 찾아들면 하나하나 지워지던 풍경들.
끝내는 벽에 걸린 가족 사진마저 지워버리던 그 어둠처럼
물안개도 가만가만 풍경을 지운다.
젖은 물안개가 감싼 풍경은 온전히 한 폭의 수묵화가 된다.
일체의 색채를 거두어 가 버린 무채색 풍경 속에 그나마 빛나는 것은 가로등 뿐.
숨소리조차 내기 미안해 진다.
희미한 풍경 속에 선 가로등처럼 드문드문 떠오르는 기억들.
얼마나 많은 기억들이 안개 속으로 사라져 갔는가.
또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들이 뒷모습인 채 떠나 갔는가.
기억을 불러 돌려 세우고 싶은 그때 그 사람 그리고 그날의 아름다운 추억들.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머뭇대며 저만치 내려 앉는 새벽 물안개 속으로 내가 간다.
젖은 가슴 안고 젖은 물안개 품 속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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