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내 이름은 BaBe

2018.10.04 02:34

서경 조회 수: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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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 길이었다.
차를 주차하고 가게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돼지 한 마리가 줄을 맨 채 집 앞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목줄까지 맨 걸로 봐서 한 눈에 애완용 돼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애완용 돼지가 있다는 말은 들었어도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다.
덩치로 봐서는 자그마한 게 애기 돼지 같은데, 정확한 나이는 알 수가 없다. 
가까이 가서 좀더 자세히 보려는데, 마침 젊은 아가씨가 나타났다. 
돼지가 그녀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친근의 의미로 여겨졌다. 
네가 주인이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애완용이면 분명 이름이 있을 터.
귀엽다는 덕담을 하며 이름이 뭔지 물어 보았다. 
BaBe. 
스펠링까지 정확히 불러주며 자기 베이비(Baby)라서 그렇게 이름을 붙여 주었단다. 
사진 찍게 장난 좀 같이 쳐 봐라, 했더니 목을 살살 긁어주며 놀아준다.

아가씨가 마음도 착하고 친절하다.
저렇게 마음 착한 주인이라면, BaBe도 충분히 사랑 받으며 행복할 거라 생각 됐다. 
BaBe도 무척 좋아한다. 
둘만의 따뜻한 교감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 옆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이웃 친구가 그 모습을 보며 함께 즐거워 한다.
"정말 귀엽지?" 하며 내게 동의까지 구한다. 
"하하, 귀여우니까 내가 사진까지 찍어 주잖아!" 했더니 둘다 함박 웃음을 짓는다. 
BaBe는 주인 곁에서 몸을 부비며 좋아하는데, 옆에 있던 푸들 강아지는 계속 나한테 캥캥 짖어댄다. 
자고로, 주목 받지 못하고 사랑 받지 못하면 짐승이든 사람이든 캥캥거리고 짖기 마련.
강아지는 나에게 짖는 바람에 점수가 좀 깎였다. 하하.

오늘의 주인공은 일단,  BaBe라는 걸 저 녀석은 모르는 모양이다.
목줄을 두르고 햇볕을 쬐고 있던 애완용 돼지 한 마리 때문에 아침 출근길이 즐거웠다.
'돼지에 진주 목걸이'란 말은 농담으로라도 하지 않으련다.
돼지는 자못 '철학적'이라, 죽음 앞에서도 그 잔잔한 웃음을 머금고 있지 않는가. 
똥 오줌을 잘 가리던 우리 집 돼지.

오줌이 질퍽거리는 자리에서는 절대로  큰 일을 보지 않았다.
김밥을 주면 노란 단무지는 탁탁 털어버리고 먹지 않아 신기했다.

노란 단무지가 몸에 별로 안 좋다는 건 우리 집 돼지에게 배웠다.
빵을 던져주면 왼발로 밟고 오른 발로 뜯어 먹는 바람에, 도대체 돼지 IQ가 몇이냐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 
200 파운드의 푸짐한 몸매를 하고 비스듬히 누워 오수를 즐기면, 우리 집 아기 염소는 제 뒷동산 놀이터라도 되는 양 돼지를 타고  오르락 내리락하며 즐겁게 놀곤 했다.

하지만, 무던한 돼지는 그러거나 말거나 아기 염소에게 즐겨 동산이 되어 주곤 했다.
부부 사이가 돈독해 낮잠을 잘 때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자던 정겨운 돼지. 
우리 속에서 키우던 우리집 돼지들은 굳이 귀염을 떨지 않아도 제 고운 행실로 이 애완용 돼지만큼 내게 즐거움을 주었다.  
이 글을 쓰는 내 입가엔 아직도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모두 모두 귀여운 녀석들.
그리고 동물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들. 
그들로 하여, 오늘 하루가 행복하고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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