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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이 올해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끝냈나 보다. 완성된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니, 많이 슬프다. 이것이 이 집에서 꾸미는 마지막 크리스마스 트리기 때문이다. 
  딸아이는 이 집을 팔고 곧 새 집으로 이사를 떠난다. 물론, 지금 살고 있는 타운 하우스 보다 좀더 넓고 좋은 단독 주택으로 옮기지만 ‘첫집’이란 단어와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겹쳐 감정을 추스리기 힘들다. 
  4년 전, 딸은 보너스 받은 것과 있는 돈 긁어 모아 첫집을 장만하곤 얼마나 뿌듯해 한 지 모른다. 아직 시집 가지 않는 친구들도 많은 나이, 서른 네 살 때였다. 
  첫 추수 감사절, 조촐한 한미 합작 음식으로 댕스 기빙데이 상을 차리고 우리를 초대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돈 많은 부모가 선심 쓰듯 덜렁 사 준 집이 아니라, 제 집 장만의 꿈을 가지고 조금씩 조금씩 모아서 산 첫집이라 딸에겐 더욱 소중했다. 
  가진 돈은 적고 마음에 꼭 드는 집을 사려니 만만치 않았을 터, 고르고 또 골라 산 집이다. 그 바쁜 와중에도 주말마다 집을 보러 다니더니, 드디어 61번 째 본 집을 샀다. 
  대강 보라는 말에 자기는 꼭 마음에 드는 집을 사겠다며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물건을 살 때도 꼭 마음에 드는 거 아니면 집지 않는 아이였다. 보러 다니는 게 귀찮아서 첫 번째 본 집을 덜렁 사 버린 나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한번 선택해서 사면, 애지중지하며 얼마나 아끼는지 모른다. 투 베드에 투 베쓰인 이 집에 투 로프트를 넣어 아주 예쁜 집으로 꾸몄다. 계단을 조금 가파르게 달았어도 아이디어는 좋았다. 창문이 달린 다락방(?)을 손녀는 제 아방궁으로 선택하였다.
  요즘은 초록(자연)을 집 안으로 끌어 들이는 게 대세라며 벽에다 잎모양이 예쁜 화분으로 장식을 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고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던 아이라, 소품 하나도 젊은 애들 취향에 맞는 걸로 배치했다. 심플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이 돋보였다. 
  마치, 빅 베어에 있는 캐빈같이 꾸며 별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시상에 잠기기 딱 좋은 집이었다. 한마디로, 딸 애는 제 소장품인 양 집을 아끼며 가지고 놀았다. 청소를 하면 마치 전문 도우미가 와서 집을 치운 듯 반질반질했다. 
  아이는 이 집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했다. 제 딸 아이가 크면 물려주고 싶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집을 팔지 않고 새 단독 주택을 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쉽지만, 팔아야만 했다. 
  집을 내 놓자마자, 오픈 하우스에 사람들이 북적대기 시작했다. 거의가 첫집 마련으로 탐내는 집이었다. 가격과 사이즈 면에서 우리 딸처럼 호감이 가는 구조였나 보다. 결국, 새 아기가 태어나길 기다리는 행복한 젊은 부부와 에스크로를 오픈했다.
  한 달이면 클로징을 한다고 한다. 한 달이면 12월 말. 아이는 한편 이삿짐을 싸면서도 늘 해 오던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나 보다. 서둘러, 크리스마스 트리부터 만들었던 모양이다.
  이제 리빙룸에서 부터 방마다 예쁘게 꾸밀 채비를 하리라.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던 코비나의 아방궁이여! 그토록 많은 웃음과 편안함과 기쁨과 추억과 이야기를 지닌 집이여! 옛 주인을 잊고 새 주인을 맞아 다시금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내려 가려무나! 
  귀요미 티거도 크리스마스 트리 곁을 떠날 줄 모른다. 숨바꼭질 하고 놀던 이 정든 집을 떠나는 줄도 모르고 마냥 좋기만 한 모양이다. 나는 섭섭하기만 한데...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서 ‘이별’에 대한 면역이 턱없이 약해졌다. 특히, 오랫동안 살던 집이나 추억이 어린 물건 혹은 정든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 병증은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다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아쉬움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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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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