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석 줄 단상 - 차창에 꽃비 내리고
2022.05.16 14:20
21. 세 줄 문장-차창에 꽃비 내리고(05082022)+
어제는 새똥, 오늘은 자카란다 꽃비가 내린다.
병 주고 약 준다더니, 세상만사 새옹지마.
차창에 어린 수묵화는 누구의 명작품인가.
세상에! 퇴근을 하고 스트릿 파킹을 한 내 차로 오니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어제는 새님들의 분사방뇨로 내 차가 엉망이 되었는데 오늘은 꽃비가 내렸다. 그것도 내 좋아하는 오월의 자카란다 보라색 꽃비다. 차창엔 멋진 수묵화 한 점이 떡~하니 펼쳐져 있어 기품을 뽐낸다. 차창에 어린 그림을 자세히 보니, 백미러 위에 걸어 놓은 진주 묵주가 멋진 소품으로 자카란다 높은 가지에 걸려 있있다. 누군가 일부러 걸어 놓은 것처럼 잘 어울려 마치 맞춤형 소품 같다. 오월 성모성월을 맞아 열심히 묵주 기도를 바쳤더니, 이런 뜻하지 않는 선물도 받게 되는구나, 싶어 기분이 좋았다. 하루는 울고 하루는 웃고. 세상만사 새옹지마하더니, 이게 인생산가 보다. 누군가 인생은 희비의 쌍곡선이라 했다. 마치, 너울치는 파도가 올라 갔다 내려 갔다 하는 것처럼 가장 높은 꼭지점에서 멈추는 일도 없고 가장 낮은 바닥에서 머무는 일도 없다. 그래서 인생은 더욱 드라마틱하고 희망적이다. 돌아오는 퇴근길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팜트리 쭉쭉 뻗어 있고 멀리 보이는 산능선도 춤추듯 너울치며 다가온다. 어줍잖은 일, 별 거 아닌 일이 나에겐 왜 이토록 새롭고 감동적일까. 못 말리는 나. 하지만, 세상에 외치고 싶다. “Here and Now! 아직도 오늘 나 여기 살아 있다!”고. 감성엔 주름살이 없다. 어제와는 또 다른 하루다. 새똥과 꽃비! 철학서에 씌여 있지 않은 또 하나의 은유였다.
- 소나무 밑에 차를 세우면 송진을 맞고, 꽃나무 밑에 세우면 꽃비를 맞느니라.
새똥보다 더 독한 게 찐득찐득한 송진. 오늘 내 일지에 새겨둔 나의 어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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