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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아침 출근으로 차들이 빠져 나간 파캉랏에서 아예 자리를 펴고 앉은 한 여인.
세탁기에서 빼온 옷가지를 정리하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그 모습이 참 생경스럽더군요.
아무리 방이 좁아도 보통 자기 방에서 옷을 정리하잖아요?
자리까지 펴고 앉은 걸로 봐서 작업 시간도 꽤 길 거라고 생각되었어요.
저는 그때 직장 가까운 곳으로 방을 옮기기 위해 매니저랑 함께 아파트 구경을 하던 중이었지요.
마침, 아파트 매니저가 파캉랏 장소를 알려주겠다며 저랑 같이 내려 와 있었어요.
의아하게 보는 내 모습을 눈치 챘는지, 매니저가 얼른  설명을 해 주더군요.
- 아, 제 집사람입니다!
- 네에? 아, 네에...
대답을 하면서도 약간 놀랐죠.
저기 앉아서 무얼 하고 있냐며 눈빛으로 물었지요.
- 아, 네! 멕시코로 보낼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도네이션 받은 옷을 매번 저렇게 손질해서 보냅니다.
- 아, 네에... 그렇군요!
나도 성당에 가끔 옷 도네이션을 하지만, 이렇게 정성껏 옷 손질하고 있는 모습은 처음 보았어요.
정말 감동스럽더군요.
다소곳이 앉아서 옷을 손질하는 그녀의 뒷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던지요!
아마도 그녀의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겠죠.
- 여보! 여기 지요안나씨! 미주 가톨릭 다이제스트 편집국장하신 ......
- 아, 안녕하세요?
화들짝 놀란 그녀가 반갑게 인사를 하더군요.
-  정말 수고 많으시네요? 방금 말씀 들었어요. 멕시코로 보낼 옷 손질하고 계신다구요.
- 아, 네에... 그냥 멕시코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수녀님 좀 도와 드릴려구요. 조금씩 하고 있어요.
- 그렇군요! 저도 다음에 도네이션할 옷이 있으면 드릴께요!
- 아, 네. 감사합니다!
인연이라면 이런 게 인연일까요?
친구 소개를 받고 아파트 구경을 왔는데, 매니저가 뜻밖에도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미주 가톨릭 신문 편집국장이신 거 있죠.
15년 가까이 못 뵈어 궁금했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반가웠죠.
평소에도, 점잖은 분이라 존경했는데 그 와이프까지 이렇게 마음이 곱고 아름다운 분인지는 몰랐어요.
벽을 따라 정갈히 놓여 있는 화분 모습도 참 정겹더군요.
아침 햇살은 또 왜 그리도 다사롭던지요.
두 분 마음이 담긴 사랑의 손길을 처처에 느낄 수 있었어요.
당연히 생각할 필요도 없이, 저는 이 아파트로 옮겼답니다.
잠깐 거쳐가는 임시 처소지만, 사랑이 담뿍 담긴 사람들과 한 지붕 아래 산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일년 남짓 살고 떠난  아파트지만,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었던 따스한 기억들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전화기 속에 있는 사진을 보니, 그날의 감동이 다시 떠오르더군요.
한번은 글을 써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에야 쓰게 되네요.
감동은 참 소소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것같아요.
감동 없는 삶이라 투덜대지만, 눈 여겨 보면 감동적인 이야기는 처처에 널려 있어요.
밤새 내리던 비가 아직도 주룩주룩 소리를 내며 귀를 즐겁게해 주네요.
창밖 빗소리라도 벗해 주지 않으면, 코로나로 방콕하고 있는 이 시간이 답답해서 견딜 수 없을 거에요.
주룩거리는 빗소리가 조금씩 약해지듯이, 사나운 코로나도
얌전해질 거에요.
드디어, 대구에서도 오늘 하루 확진자 0라는군요!
정말 기쁜 소식이네요.
인생도 빗소리도 다 음악이에요.
세게, 여리게, 빠르게, 느리게, 길고 짧게......
때문에, 인생은 지겹지 않고 모두가 소설이고 드라마죠.
예술이 꽃 필 수 있는 것도, 우리네 삶이 드라마틱하고 다양하기 때문 아니겠어요?
일생 싸우지도 않고, 불행하지도 않고, 변고도 없다면 그 삶이 과연 즐겁고 행복하기만 할까요?
아마도!
허허 벌판 같이 밋밋하고 멋없는 풍경일 거에요.
넘어야할 산도 있고, 건너야할 강도 있어야 풍경화도 아름답지 않겠어요?
여전히 창밖에 비오고, 빗소리는 음악처럼 아름답군요.
뒷모습이 아름답던 그녀.
마음이 한없이 곱던 그녀.
내 가슴에 잔잔한 현의 울림을 준 그녀.
지금 그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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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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