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 헌팅톤 비치 낙조
2019.01.26 01:12
오렌지빛 낙조 속에 두둥실 떠 있는 저 둥근이는
해님인가, 달님인가.
해님이면 미련 많은 여인이요,
달님이면 성급한 여인이로다.
낙조 속에 있다 하여 굳이 해님이라 부르지 말자.
너무 사실적인 건 낭만에 반하지 않는가.
해님이 남기고 간 여광 속에 달 두둥실 떴다고 상상해 보는 거다.
훨씬 낭만적이지 않는가.
소설가는 주인공을 죽였다 살렸다 하는데
아무리 이름 없는 시인이래도 해님 달님 바꾸어 잠시 논다한들 뉘 나무래랴.
시인의 놀음에 반기를 든다면, 그건 낭만에 초치는 소리.
때로는 우겨도 보는 거다.
아니, 상상 속에 님 한 번 모셔 오는 거다.
아름다운 낙조여!
헌팅톤 비치의 서편 하늘에 오렌지 등 고이 품은 낙조여!
지는 모습이 이토록 아름답다니!
지고도 남기고 가는 빛이 이토록 긴 여운 되어 여인의 심사를 흐트려 놓다니!
어찌하리야.
흔적없이 떠나고 싶다는 내 말이 허언에 불과했음을 너를 보고 알겠다.
나 또한 죽어 네 한 줌 오렌지빛 낙조를 얻을 수만 있다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남기고 가도 좋으련만!
이 또한, 가당찮은 속물의 욕심일런지!
(사진 : 임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