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울음 같은 왁자한 박수를 보내며
               - 백 리디아님의 첫 동시집 발간 축사 -                  
                                                                                      

            종은 종이 아니다
            당신이 그것을 울리기 전까지는

                   노래는 노래가 아니다
                   당신이 그것을 노래할 때까지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당신이 그것을 사람들에게 주기 전까지는.

   방청소를 하다가, 언젠가 내가 헌 신문지 위에 급히 휘갈겨 써 놓은 시를 보았다. 내용에 매료되어서인지, 출처도 원작자 이름도 미처 적어두지 못한 상태였다. 다시 읽어봐도 너무나 좋은 시다. 쉬운 말로 썼으면서도, 긴 여운을 주어 생각에 잠기게 하는 글. 몰랐던 사실을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잊고 있던 것을 상기시켜주는 글. 그래서 “맞아,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글. ‘시인은 선생이 아니다’라는 말을 새삼 깨닫는다. 이 시로 인해, 나는 비로소 한 달 째 끙끙거려오던 글의 첫 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 종은 종이 아니다. 당신이 그것을 울리기 전까지는. -
  
   그렇다. 종은 제 스스로 울지 못한다. 당신이 타종해주지 않으면 그 역시 울 수가 없다. 울지 않는 종은 그림 속의 정물일 뿐, 종일 수 없다. 종은 종소리를 냄으로써 비로소 종이 된다. 무생물인 종을 생물로 환원시키는 것은 오직 당신의 손에 달려있었다. 오늘 비로소 종은 당신에 의해 천 년 울음을 운다. 사람들은 말하리라. 당신의 동시가 새벽 종달새처럼 귓가에 와 앉는다고. 그러나 나는 안다. 그 울음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는 것을. 오히려 길고 나지막한 울음인 것을. 그래서 함께 울고 싶어지는 마음이 되는 것을.

   - 노래는 노래가 아니다. 당신이 그것을 노래할 때까지는. -

   그렇다. 세상의 노래란 노래는 제 스스로 노래가 될 수 없다. 꽃이 이름을 얻듯이, 노래도 누군가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노래가 된다. 노래가 되지 못한 악보는 다만 한 장의 종이일 뿐. 모든 자연이, 사람이 그리고 사물 하나하나가 다 노래를 지니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조약돌처럼 동그마니 눈 뜨고 있는 이유는 당신의 노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참으로 긴 시간, 당신이 불러줄 ‘생명의 노래’를 기다려 왔었다. 오늘 비로소 당신은 그들을 위한 노래를 불러주었다. 나는 안다. 서툰 목소리에 겁먹으면서도, 마음을 담아 불러준 노래란 것을.
    
-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당신이 그것을 사람들에게 주기 전까지는. -

    그렇다. 사랑은 주는 것이다. 아니, 주고는 제게 없는 것이다. 생각나는가. 탈무드에 나오는 삼형제 이야기를. 그리고 기억하는가. 부마가 된 것이 누구인지를. 천리안 망원경을 가지고 방을 발견한 큰 형이었던가? 아니다. 그러면, 양탄자를 가지고 날아온 둘째 형이었던가? 그도 아니었다. 병든 공주에게 가져온 사과를 먹여, 이젠 제 손에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던 막내였다. 진정한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아직도 당신 손에 망원경이 남아 있고, 양탄자가 남아 있는가? 그건 당신이 나누어 줄 여분의 사랑이 있다는 얘기다. 눈 여겨 보면, 사랑에 허기진 것이 비단 사람뿐이랴. 발끝에 차이는 돌멩이까지도 사랑에 목말라 있다. 슬픔이 시작 되고, 슬픔이 치유되는 사랑의 아이러니. 그러나 당신은 안다. 사랑만이 우리네 삶에 위안이 된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당신은 사랑의 시를 쓰고 슬픔의 시를 쓴다. 하지만, ‘서러움/이기지 못해/아롱아롱 피는 꽃’은 되지 마시길.

   여린 꽃들이 제 얘기도 써 달라며 당신을 보채는 날, 왁자한 개구리 울음 같은 박수로 첫 동시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세상을 향한 작은 사랑의 노래가 당신 자신에게도 큰 선물이 되기를.(0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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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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