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 쌍둥이 민들레

2020.04.28 11:50

서경 조회 수:394

쌍둥이 민들레.jpg



  어쩌면 이리도 예쁜 쌍둥이 민들레가 있을까. 스탬프로 찍은 듯, 꼭 닮은 일란성 쌍둥이다. 높은 명도라 도드라 보이지만, 초록잎과 보색대비를 이루어 자태가 더욱  빛난다.
  패션에서도 동색의 어울림은 고상미가 있고, 보색의 어울림은 강렬미가 있다. 고상미든 강렬미든 어울림은 모두가 아름답다.
  그런데 이 녀석들, 나를 빤히 보고 “더불더불로 가자!” 하고 꼬득인다. 아마도, ‘더불어 민주당’과 ‘더불어 시민당’이라는 닮은 이름 때문에 연상 적용이 일어난 듯하다. 시국이 시국인만치 분쟁의 소지가 있는 소재는 피해야 하지만, 또 이렇게 글감을 주니 덥석 물지 않을 수 없다.
  때마침, 고국에선 국운을 가르는 21대 총선 투표일이 코앞이다. 마스크를 쓰고, 비닐 장갑을 끼고, 사회적 거리를 두고 찍어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음에도 사전투표를 하러 사람들은 일찌감치 투표소로 나왔다.
  예상과는 달리, 역대 사전 투표 중 최고율을 올렸다 한다. 정말 대단하다. 자기 권리를 마다하지 않는 민주시민의 성숙한 모습이 재외 동포로서도 너무나 자랑스럽다. 외국 친구들에게 “봐라 봐!”하고 으스대며 자랑하고 싶다.
  세계가 ‘코로나 한국’의 투표 모습을 눈망울 굴리며 보고 있다.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는지 자못 궁금한 모양이다.늘 그렇지만, 이번에는 특히 더 국운이 걸린 선거라고 한다. 민주 정치는 무수한 지도자와 젊은이들의 피값을 치루고쟁취한 선물이다. 현 문재인 정부 역시, 촛불 시민의 힘으로 탄생한 역사적 존재다.
  하지만, 난장판 20대 국회로 갖가지 시급한 민생 현안들이 처리되기는커녕 상정조차 못한 채 사산되었다. 국회 안에서 치열한 토론을 거쳐 멋진 결론을 내릴 줄 알았건만, 소리치거나 비아냥거리는 저급한 행위로 불쾌감만 조장했다.
  겨우 민주주의 정치가 싹을 틔워 가는 요즈음. 뿌리를 내리기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선택의 순간이 왔다.
  까짓것! 눈 딱 감고 쌍둥이 민들레처럼 그냥 ‘더불로’ 가자! 전국구는 ‘더불어 민주당!’, 비례는 이름도 닮은 쌍둥이 짝꿍 ‘더불어 시민당!’ 투표권도 없는 미시민권자지만, 스스로 민주당이라 자임하면서 마음의 도장을 꾹 눌러 찍었다.
  내가 민주당을 좋아하는 건 오직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어차피, 독재가 아닌 다음에야 국정은 서로 합의점을 찾아 운영해 가는 것. 그는 경청의 귀재다.
  코로나 사태로 외국 정상들의 전화를 받고 의견 교환을 하느라 바쁘지만, ‘전화 받느라 바빠서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비방하는 건’ 언어도단이다. 전화 받는 건 일 아닌가.
  그는 발로 뛸 뿐만 아니라, 질문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질문이 많다는 건 알기를 원하는 것. 국정에 활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상식을 얻기 위해 그는 묻고 또 묻는 겸손하고 온유한 사람이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품격과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서 사람을 최우선시 하는 따스한 품성이 좋다. 느린 듯 하면서도 빠른 결정, 여린 듯하면서도 강한 신념!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꿈꾸는 내 이상적 지도자다.
  그가 대중 앞에서 가장 화를 크게 낸 표현은 대선주자 공개 토론 시, 심한 말을 하는 홍준표에게 “여보세요!” 하고 엄하게 꾸짖은 한마디였다.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고 연이어 “푸하핫!”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아니, 순하고 물러 터진 줄 알았더니 화도 낼 줄 아네?!’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같은 말을 했다. 본인은 이마에 힘줄이 솟을 정도로 화가 났건만, 그의 순수성은 순진한 소년 같아,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짓게 했다.
  국회 내 싸움닭들의 그 저속한 언어들과는 품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신사의 품격뿐 아니라, 정치도 좀 수준 높은 품격을 지녔으면 좋겠다. 영국 국회 의사당 모습을 보면, 유머와 위트 넘치는 반격으로 상대방 말문을 막히게 하는 명장면을 수도 없이 본다.
  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건 깡패 사회에서도 통하지 않는다. 버럭버럭 화 내는 보스보다 낮은 목소리로 짧게 뱉는 보스의 한마디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아는 사람은 안다. 비록 깡패 보스라 해도, 우린 그를 ‘멋있게’ 봐 준다.
  표현은 자유지만, 그 사람의 인격은 언어의 품격을 통해 본인에게 고스란히 돌아 간다. 이번 만큼은 문재인 정부에 큰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 더 이상 사사건건 발목 잡히지 않도록 날개를 달아주는 거다.
  문재인 대통령은 절대로 우리를 실망시킬 사람이 아니다.
그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며칠 전에는,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승격해 줌으로써 많은 소방관을 감동시키고 그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 주었다.
  뿐인가. 그가 대통령 후보 시절, ‘임시정부기념관’을 국비로 짓겠다고 한 약속도 지켜 냈다. 약속한 지 3년만의 일이었다.
  중요 요직 인물 중심이 아니라, 이름도 빛도 없이 오직 조국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친 2000여명의 요원들을 기린다고 하니 더욱 감동적이다. 앞으로도 계속 무명 요원들을 찾아 나갈 거라고도 한다.
  잃어버린 이름을 찾고 소멸해 가는 역사를 바로 잡는 일. 이런 세세한 일까지 그는 놓침이 없다. 목숨값을 찾아주는 데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문재인은 늦더라도 기어이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라 더욱 믿음이 간다.
  정치도 사랑처럼 ‘감동’이다. 감동은 마음을 얻는 일이다. 국민들에게 분루를 흘리게 하고 한을 맺히게 하면 안 된다.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하고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해야 한다.국민의 마음은 홍보로 얻는 게 아니라, 감동으로 얻는다. 그  감동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여성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라는 소소하고 소박한 그런 감동이다.
  민들레 사진을 찍은 작가는 고민 끝에 비례는 정의당을 찍었다고 밝혔다. 이왕이면, 더불더불로 가지!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 ‘쬐끔’서운했다. 하지만, ‘의식 있는 분’인 걸 잘 알기에 그 분의 선택을 존중한다.
  소신껏 찍되, 일단 뽑힌 국회의원은 사심없이 나랏일에 힘쓰고 국민은 아낌없는 격려를 해 주었으면 한다. 민주 시민의 마지막 품격은 투표 후에 나올 거라 생각한다. 부디, 유종의 미를 거두길 두 손 모아 빈다.
  샛노란 쌍둥이 민들레도 아름답지만, 갖가지 색깔을 지닌 야생화의 군무도 멋지다. 값없이 이름없이 묵묵하게 일해 온 비례대표 의원들과 설움 많았던 군소 정당의 후보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무리지어 피는 야생화를 통해 오늘도 난 ‘군집의 아름다움’을 배운다.  


 (사진 :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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