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 - 인생 우화
2018.07.05 08:04
1
으아앙 -
애기가 울었다
나, 신발 신겨 줘
길은 열려 있는데
애기는
신발이 없었다
“얘야! 신발 없는
지금이 좋을 때야!”
알쏭달쏭 엄마 말씀
2
와아앙 -
아이가 울었다
나, 새 신발 사 줘
길은 위험한데
아이는
달리고 또 달렸다
“얘야! 넘어진다!
천천히 가거라”
귓가로 스쳐가는 말
3
흑흑 -
한 노인이 울고 있다
나, 세상 헛살았어
길은 말이 없는데
회한에 찬 흐느낌
밤공기를 가른다
“얘야! 괜찮아!
네 신발 다 헤졌네?”
바람이 전해주는 말
4
흐느낌 그친 곳에
다시 계절 지나가고
달려온 길 사방팔방
꽃길로 열렸는데
큰 아이
벗어두고 간
헤진 신발 한 켤레
(그림 : 고흐의 구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