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석 줄 단상 - 딸의 메시지

2022.04.21 00:36

서경 조회 수:13

2. 석 줄 단상 - 딸의 메시지(04182022)

  딸로부터 텍스트 메시지가 왔다.
  ‘다음애 한국막갯 가면 Korean Coffee Please’
  어설픈 한국말 메시지, 그래도 반갑기만 하다.  

 

세 줄 문장2.jpg

 

딸은 세 살 때 미국에 왔다. 초등학교 다닐 때, 주말 한글 학교에 잠깐 다녔을 뿐,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엄마가 국어 선생이 되어야 했다. 국어 교육은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로 나뉜다. 그렇다고 책상 앞에 앉혀 놓고 가르칠 수는 없는 일. 생활 속의 실천이다. 집에서는 한국말만 썼다. 학교 가면 당연히 영어는 배울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전엔 동화책을 읽어 주고, 그림이 많고 글씨가 큰 전래 동화집은 스스로 읽게 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말을 많이 해 줬다. 문제는 쓰기였다. 다섯 살 때부터 일기를 쓰게 했다. 가끔 짧게 쓰고 게으름도 피웠지만, 몇 년간은 지속했다. 세월이 흘러, 딸이 대학을 가고 떨어져 살게 되면서 스마트 폰으로 문자를 주고 받게 되었다. 하루종일 한국말 쓸 일이 없는 애라, 영어가 편할 텐데도 딸은 언제나 한국말로 텍스트 메시지를 보낸다. 경상도 사투리에 머리 속에서는 한국말 번역기를 돌려야 하니 딸에겐 여간 고역이 아닐 게다. 특히, 겹받침과 이중 모음 그리고 단모음ㅐ와 ㅔ 구분을 어려워 했다. 그럼에도 노력하는 게 가상하다. 헷갈리는 글자는 내 답글을 보면서 눈에 익히라고 했다. 그래도 어렵긴 어려운가 보다. 나도 언젠가부터 대화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거라 생각하고 하나 하나 고쳐주지 않게 되었다. 인스타그램만 하던 딸이 요즘은 나의 글을 읽기 위해 우정 나랑 폐북 친구가 되었다고 했다. 남은 날이 얼마 없다는 걸 느끼는 걸까. 가까이 오려 노력하는 게 보인다. 나도 카카오 스토리에 올린 내 글을 종종 보내 준다. 이해하거나 말거나, 맛이나 보라고. 나중을 위한 일종의 연습용이다. 적어도, 내가 죽은 뒤에는 엄마 냄새 그리워 더 열심히 내 글을 찾지 않을까. 딸이 독자의 기준이 되면서, 현란한 문학적 수사보다는 일상 용어로 쉽게 쓰려 노력한다. 어찌 보면, 요즘의 내 글쓰기는 유언장 남기기다. 수필감도 안되는 신변잡기를 글이랍시고 부지런히 긁적이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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