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조 포럼 시조 전시회

2016.09.01 07:53

서경 조회 수:277

< 베어 가는

빅 베어 가는 길은
생각 밟고 가는 길 
 
아득히 내려다 뵈는
인간 세상 동화런가  
 
폴폴폴
흩날리는 흰 눈발
내 무게가 미안타  
 
칼바람 맞고 서면
너도 없고 나도 없고 
 
별빛 총총 하늘 아래
생각마저 걷어내면 
 
오호라
지구도 몸 가벼워
풍선처럼 떠 가누나 
 
     한국으로부터, 현재 부산 구덕 문화공원에서 전시하고 있는 내 시조 액자 사진을 보내왔다. 세계 시조 포럼 주관으로 작년부터 내년까지 3년간 전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시되고 있는 내 작품은 <빅 베어 가는 길>이란 연시조였다. 몇 편을 보내준 기억이 나는데,  아마도 이 시조가 전시회 취지에 맞은 듯했다.
    실내가 아니고 산책길에 전시되어, 오가는 길손의 눈길을 머물게 하고 잠시 시조를 통한 쉼을 준다는 아이디어가 좋았다. 시는 졸작이지만, 세계 시조 보급의 기치를 걸고 열심히 뛰는 세시포 행사에 미주 회원으로 동참하게 되어 흐뭇했다.
    2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시조를 보급한다는 취지 아래 한국에서 '세계 시조 포럼(이하 세시포)'이 결성되었다. 방송인이며 중견 시조 시인인 최연근 회장이 세시포 활동을 위해 물심 양면으로 애쓰며 정열적으로 일하고 있다. 이에, 과분하게도 초보 시인인 내가 카멜 시에 사는 최연무 중견 시인과 더불어 미주 발기인으로 추대되었다.
    세시포에서는 일단, 회원 중심으로 활동을 통한 내적 충실을 기하기로 하였다. 눈뭉치도 처음부터 잘 다져 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굴리기만 해도 잘 굴러가게 되어 있다.
    첫행사로, 단시조를 목판에 새겨 일반 시민에게 시조의 맛과 멋을 보여주는 목시조전을 부산 오륙도에서 열었다. 미국에서도 우리 두 사람 작품을 보냈다. 난, 제 2의 고향이며 항구 도시인 부산에서 열리는 걸 감안하여 <산타 모니카 해변에서>란 단시조를 출품했다. 1998년도에 지은 것으로, 태평양 너머 고국의 해변과 맞닿아 있는 산타 모니카 해변에서 망향의 아픔을 그린 작품이다.

 < 산타 모니카 해변에서> 
 
  오라고
  돌아가마고
  수없이 한 약속을  
 
  접어선
  다시 펴고
  다시 펴서 접는 사이 
 
  갈매기
  제 먼저 끼룩대며
  수평선을 넘어간다 
 
    그 다음, 가을 행사로 세시포에서 주관한 건 옻칠 명인과 합작한 옻시조전이었다. 옻칠 명인인 전용복 선생이  옻에 특수 색질료를 넣어 그림을 그리고 유명 시조시인이 육필로 쓴 단시조 시화전이었다.
    만년이 가도 변치 않는 우리 고유의 질료인 옻을 시조에 입히다니 참으로 기발한 발상이었다. 서울 인사동 라 메르 화랑과 부산 미술 전시관에 전시되어 오가는 시민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난, 인간 관계를 다룬 단시조 <겨울 산>을 출품하였다.  
 
  <겨울 > 
 
  잔 가지 툭툭 치듯
  인연 끊지 못하는 날 
 
  그대여 괴로우면
  겨울 산에 가 보라 
 
  나무는 잎을 버리고
  산들은 말을 버린다. 
 
   이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들은 <옻, 시조를 입다>란 제목으로 책이 발간되어 <Hello 시조>집과 더불어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특히, 나의 옻 시화 액자는 전용복 명인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오래도록 잡아두었다며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책을 보니,이지엽 유명 시인이 내 시조를 육필로 썼다. 전용복 옻칠 명인 그림 솜씨에 이지엽 시조 시인의 글씨라? 완전 대박이란 생각에 그 작품만은 내가 가져오고 싶었다. 본 협회에서도 단돈 $500에 운송료 부담으로 그 무거운 것을 보내주었다.
    받고 보니, 내 시조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두 유명인의 솜씨로 형형히 빛나는 아름다운 작품이 되었다. 집안의 가보로 삼아도 손색이 없겠다 싶었다. 특히, 겨울 산 위에 내리는 흰 눈발을 자개 가루로 흩날리듯 뿌려 놓은 전용복 명인의 예술적 감각은 나의 탄복을 자아냈다.
    내리는 흰 눈발 위에 햇빛이 얹히면, 눈은 무지개 옷을 입어 마치 자개 가루가 부서져 내리듯 한다. 오래전, 겨울 산사를 찾았을 때, 나는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그 광경을 보았다.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 오색 영롱한 자개빛 눈가루가 내 겨울 산에 내리고 있으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전용복 명인도 어느 첫눈 내리는 거리에서 홀로 자갯빛 눈발을 보았으리라.  
    민족의 시, 시조를 국내와 세계 곳곳에 전하자는 기치를 걸고 세시포가 출범한 지 겨우 햇수로 3년. 기발한 전시 기획과 이벤트로 끊임없이 메마른 마음을 두드리고 있는 세시포의 의욕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얼마 전에는 시조와 국악과의 만남을 열어 시조 국악 창작곡을 방송으로 내 보내는가 하면, 가장 인기 있다는 교통방송을 통해 여름 시조 특집으로 꽃시조 소개와 해설을 내 보내고 있다.
     시조 초보자에 불과한 내 작품도 <그대의 창>이 국악으로 작곡되어 방송을 타고 그 결과물인 녹음 CD를 받았다. 교통 방송용 시조는 영광스럽게도 내 <해바라기> 시조가 초정 김상옥 시조 시인의 <봉숭아꽃>과 함께 같은 날 소개 되었다. 그런가 하면, 일본 유명 시전문지에도 일본어로 번역하여 시조 특집 기획을 싣게 했다. 그 중에 내 시조 <그대의 창>이 작가 소개와 함께 실려 있어 신기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그동안 수필 쓰느라 시조를 열심히 쓰지 않은 게 너무나 송구스러웠다.
    일할 사람이 없어 얼떨결에 세시포 미주 발기인이 되고 보니, 한 일도 없건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이제는 명실공히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나도 미주 지역에 우리 민족의 문학인 시조 보급을 위해 보다 능동적인 태도로 힘을 보태야 할까 보다.
      파문도 안에서 부터 퍼져 나가듯, 우리 미주문협 회원과 행시의 달인으로 단련된 재미수필 문학가 회원들에게  가장 먼저 시조의 맛과 멋을 알려야 겠다. 행시를 시조틀에 맞추어 행시조로 쓰면 될 것이고, 이름 삼행시를 삼행시조로 써 보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시조는커녕, 자유시조차 관심이 없던 나도 시조 전도사 김호길 선생이 권하는 맛에 시조를 쓰게 되었고, 쓰다보니 수필 문장에도 탄력이 붙었다.  민족 문학인 시조는 애국과 더불어 대한의 아들 딸이면 마땅히 사랑하고 보급해야 하리라. 세시포의 출범과 활동에 힘입어 많은 사람들이 시조 사랑에 박차를 가할 것을 믿는다. 나도 수필과 함께 시조 짓기에도 더욱 애정을 쏟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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