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수필 - 내 사랑 미미

2020.04.03 16:36

서경 조회 수:12

내 사랑 미미.jpg


미미가 플로리다로 떠난다니 벌써 섭섭하다.
왠지 다시는 못 볼 것같은 예감이 들어 더 짠하고 측은해 보인다.
미미는 초콜렛 푸들로 십 년 전 코요테 때문에 강아지를 잃은 언니의 울적함을 달래주려고 랭커스터까지 밤길을 달려가 사다 준 강아지다.
잃어버린 강아지와 같은 종류에 같은 이름 그대로 부르면 아직도 함께 있는 느낌이 들 거라는 아이디어도 함께 줬다.
옛사랑이 떠난 자리에 비슷한 사랑으로라도 허전한 마음 채우라는 뜻이었다.
역시 절반의 효과는 있었다.
강아지는 우울증 치료의 명약이라, 병원에서도 강아지 테라피를 종종 이용한다.
아파서 다 죽어가는 사람도 강아지를 안겨 주면, 폭신폭신한 털을 어루만지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God이 우리 생활과 밀접한 만큼, 거꾸로하면 스펠링이 같은 Dog 역시 우리 인간과 가장 친밀한 동물이다.
애완견에서 반려견으로 그 품격이 격상된 지도 상당히 오래 되었다.
저도 정이 그립고 우리도 정이 그리워 한 마음 가족이 된 듯하다.
언니가 미미 주인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내 품에 안겼던 강아지라 그런지, 유난히 나를 따른다.
내 차 소리만 듣고도 반가워 문도 열기 전에 짖어대고, 집에 갈려고 열쇠를 들기만 해도 자지러지게 짖어댄다.
주인은 저리 가라 하고 내 옆에 붙어서 빤히 쳐다 보거나 몸을 착 붙인 채 잠든 모습을 보면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왜 보내느냐고 아쉬움에 짜증 섞인 목소리로 언니에게 항변했더니 날아오는 대답은 “딸이 중요하나, 강아지가 중요하나?”였다.
동쪽 끝 플로리다로 가서 혼자 직장생활하는 딸아이가 아마도 홈싴에 걸렸는지 미미를 찾는다고 한다.
사정이 그러하다니, 나도 할 말이 없었다.
미미는 이래저래 대를 이어가며 심적 치유자로 나서야 하는가 보다.
마침, 비온 뒤 하늘도 개였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비상사태 선포 중이라 가게도 문을 닫아 두 녀석을 데리고 산책길에 나섰다.
한 녀석은 예삐라는 이름을 가진 두 살짜리 애기 요키다.
별로 외모랑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고 놀려먹은 녀석인데 미미 언니랑 곧잘 놀고 짓궂은 장난도 걸어 둘 다 담뿍 정이 든 사이다.
머잖아 올 미미 언니와의 별리를 알 턱이 없는 예삐는 코에 바람 넣는 게 마냥 좋은지 종종걸음으로 앞장을 선다.
공원은 한산했다.
홀로 하키 연습을 하는 남자 아이 한 명과 요즘 유행하는 피클볼을 치는 한 커플 합해서 모두 세 사람 뿐이었다.
한창 피클볼에 재미를 붙인 언니는 시니어 운동으로 최고라며 보는 사람마다 피클볼을 권하는 전도사가 되었다.
테니스 코트 4분의 1 사이즈로 축소한 운동인데, 테니스나 탁구를 쳐 본 사람에겐 그다지 어려운 운동이 아니라 한다.
규칙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쳐 보니, 곧 익숙해 지고 과격한 운동이 아니라 재미있었다.
30분만 치려고 했는데 한 시간이나 치고 있으니, 줄에 묶인 두 녀석이 죽겠다고 앙앙댄다.
‘그래, 우리 재미있자고 너희들 혹사시키는구나!’ 싶어 얼른 풀어주었다.
”언니야! 미미 가면 언제 볼 지 모르니 기념 사진이나 하나 찍어 놓자!”
나의 권유에 사진 찍기 싫어하는 언니도 포즈를 취해 준다.
갈 길이 바쁜 듯, 몸을 빼는 녀석들을 옆에 끼고 나도 얼른 기념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이것이 일상의 추억 사진일 뿐, 마지막 영정 사진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빌며 마음 속 안녕을 고했다.
사랑하는 미미!
내 사랑 미미!
낯선 환경 속에 가더라도 부디 마음 편히 있다가 오렴!
안 갔으면 좋겠지만, 가더라도 꼭 빨리 돌아 와, 알겠지?
오늘 따라, 미미랑 오래 있고 싶어서 밤 늦도록 놀았다.
살풋 잠든 미미에게 방해가 될까 봐 내 다리를 살그머니 뺐더니, 이 녀석 벌떡 일어나 눈이 동그래 가지고 짖어대기 시작한다.
“그래, 그래! 미미야! 니 사랑도 내가 알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눈맞춤한 뒤 언니 집을 나섰다.
비 개인 밤 하늘엔 유난히 별이 총총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의 별 촘촘한 점화와 그 모티브가 된 김광섭의 시 ‘저녁에’가 가슴에 차올랐다.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 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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