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 두 갈래 길

2017.07.14 00:25

서경 조회 수:8810

두 갈래 길.jpg



한참 뛰다 보니, 두 갈래 길이 나왔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오른 쪽?
왼쪽?
로버트 프로스트처럼 누군가 가지 않는 길을 가려해도 여의치 않다.
왼쪽 길은 여러 사람에 의해 다져져 있고, 오른 쪽 길도 수많은 발자국으로 잘 다듬어져 있다.
둘 다 누군가가 간 길이다. 
날씨가 더워, 그늘진 길로 뛸까 해도 두 길이 다 비슷한 그늘로 덮혀있다.
어쩐담?
트레일 훈련 코스를 가르쳐 달라고 우정 불러낸 엘렌은 저만치 앞서가고 없다.
민폐를 끼칠까 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라고 진작에 일러 두었다.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 
예수님 돌아가실 때, 우도랑 함께 가시지 않았나. 
일하실 때도 하느님은 오른 손으로 하시지 않았나.
그래, 모를 때는 성경적 우위를 점하는 오른 쪽이야.
이 무슨 갸륵한 생각이며 생뚱맞은 발상인가. 
아무려나. 
마음이 가는 오른 쪽 길로 들어섰다. 
어렵쇼?
이럴 수가?
한참 가야 할 거라 생각하고 선택한 오른 쪽 길이 얼마 가지 않아 끝났다.
정 반대 방향으로 꺾여 돌아가지도 않았다. 
끝점에서 왼쪽 길과 손을 맞잡듯 하나로 통합되었다. 
이 무슨 경험의 반전인가. 
한 길을 버리면, 우리는 다른 한 길을 따라 끝없이 달려야만 했다. 
이렇게 싱겁게 끝나고 두 길이 합쳐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니, 얼마 가지 않아 합쳐질 이 두 길 앞에서 성경적 해석까지 붙여가며 망설였나, 싶어 실소했다. 
잠시나마, 선택을 두고 망설였던 두 갈래 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순간의 선택이 십 년을 좌우하는 게 아니라,  평생을 좌우하는 인생길의 선택. 
사실, 우리는 살아 오면서 얼마나 많은 날을 가지 않은 길에 대해 미련을 가져 왔던가. 
또한, '그때 내가 그 길을 갔더라면?'이란 가정법에 얼마나 시달려 왔던가. 
어찌 보면, 한 길로 통하는 예비된 나의 길이었을 텐데. 
아까, 내 앞에 나타난 두 갈래 길은 어쩌면 실체로 나타난 하나의 은유가 아니었을까.
지나온 길은 추억이라는 이름의 옛길이고, 가야할 길은 희망으로 빛나는 새 길이다. 
가지 못한 길은 이끼 낀 채로 덮어 두자. 
그 길은 내가 가야할 예비된 길이 아니었다.
가정법이 없는 인생.
반복도 되돌아갈 수도 없는 일회용 우리 인생. 
그렇다.
가지 못한 길은 미련없이 버리자. 
그리고 잊자. 
소처럼 되새김질 하며, 가벼운 한숨을 쉴 일이 아니다.
그 길은 그 길대로 남겨두는 거다. 
내가 가지 못한 길, 누군가가 자기 발자국을 찍으며 길을 내겠지. 
그리고 그 길을 걸어 가다 언젠가는 통합되는 그 끝점에서 만나게 되겠지.
대신, 내가 걸어 왔고 걸어 가야할 나의 길을 사랑하는 거다. 
생각이 정리될 즈음, 엘렌이 되돌아 와 권한다. 
"이 쪽으로 가시죠!"
"민폐를 끼쳐서 어쩌나. 혼자 뛰면, 진작에 다 갔을 텐데."
"아니에요, 덕분에 저도 즐겁게 뛰었어요."
"반은 뛰고 반은 걸었으니, 오늘은 완주가 아니고 반주였나, 아니면 반보였나? 하하"
"그렇게 됐나요? 하하"
"내가 아침 살께. 고마워요!"
"그럴까요? 저도 시간 괜찮아요."
우리는 짧은 정담을 나누며 나머지 언덕을 넘어 왔다.
멘토가 권하는 길. 
어쩌면, 그 길이 내가 가야할 예비된 길인지도 모른다. 
발 뒷축에 힘을 싣는다.
그래, 가는 거다.
남은 길도 힘차게 달리는 거다. 
힘들면, 잠깐씩 쉬며 숨고르면 될 일. 
그렇게 구비구비 나머지 능선을 넘는 거다. 
바쁠 것도 없다. 
이름 모르는 꽃도 눈여겨 보면서 그렇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가는 거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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