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패션과 함께라면

2019.03.26 00:49

서경 조회 수: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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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은 예술을 넘어 마술이다. 나이 든 모델도 패션과 어울리니 아름다운 노을이다. 
  흔히들, 나이 듦은 늙는 게 아니라 익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농익지는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여기에, 옷도 좀 패셔너블하게 입어 보자는 욕심 하나 더 얹어야겠다. 
  편한 것만 자꾸 찾다 보니 패션하고 점점 멀어진다. 경상도 말로 ‘뽄내는’ 게 싫어지면 인생 끝나는 거 아닌가 싶다. 자고로, 나이가 들어갈수록 ‘거울도 안 보는 옥경이’가 되어선 안 되겠다. 
  틈틈이 거울 앞에 서서 나홀로 패션쇼를 해 보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 비록, 없어질 리 없는 주름을 손가락으로 지워보는 슬픈 몸짓을 하더라도 일단 거울 앞에 서 보는 거다.  
 패션이 뭐 대단한 건가. 스카프 한 장, 액세서리 하나로도 연출은 가능한 것. 비슷한 계통의 색깔에 농담을 달리하거나 과감하게 보색대비를 해도 좋을 터. 그냥 색을(?) 가지고 놀아보는 거다. 거기에 상큼한 미소를 얹는다면 분명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할 테지. 
  팔십이 넘은 어머니도 외출하실 때면 언제나 패션쇼를 하셨다. 외출이래야 고작 보건 센터 가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내게 최종점검까지 받으셨다.
  - 희선아, 이 옷 어울리나?
  - 그럼요! 엄마는 무얼 입어도 몸에 착 붙잖아요!
  - 오호호! 그래, 나보고 전부 ‘예쁜 할머니’라 부르는데 이리 늙어도 내가 예뿌나?
  - 그럼요! 예쁘고 말고요! 엄마는 고성 3대 미인 중에 한 명이셨잖아요!
  - 오호호! 옛날에는 그랬지! 이젠 다 늙어서 뭐......
  - 아니에요! 할아버지도 멋진 신사분이 있듯이 할머니도 예뿐 할머니가 있어요! 
  - 그래? 내가 보건 센터에서 커피 봉사하면 할아버지들이 “예쁜 할머니가 커피 타 주니 맛이 더 있네요?” 하며 한마디씩 하는 거 있지!
  - 와~ 우리 엄마, 인기 짱이시네?
  - 호호호, 너가 아침부터 날 웃기는구나!
  - 그런데 엄마는 어쩌다가 평생 예쁘다는 소리 한 번 못 듣는 이런 딸을 낳았지요? 
  - 왜 ? 내 눈엔 우리 딸이 아담하고 예쁘게만 보이는데? 
  - 하하하! 알았어요! 나 예쁘다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우리 엄마밖에 없네? 늦겠어요. 갔다 오세요, 우리 예쁜 할머니!
  - 호호호! 알았다. 밥 잘 챙겨 먹고 있거라~ 
  엄마랑 농담하며 함께 웃던 날들이 새삼 그리워진다. 그 옷 다 두고 수의 한 벌 걸치고 가신 어머니. 엄마가 못 다 입고 가신 옷들은 동생과 내가 유품인 양 고이 여겨 몇 벌을 챙겨 두었다. 
  더 나이 들면, 많은 옷을 두고도 입을 옷이 없다고 투덜댈지 모른다. 엄마가 하신 것처럼, 나도 “입을 옷이 왜 이리 없지?” 하며 이 옷 저 옷 입었다 벗었다 하겠지. 아무 옷이나 걸쳐도 척척 맞던 젊은 때만 할까. 하지만, 포기는 금물. 패션 쇼도 살아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내 눈이 호강하는 사진 속 흰 머리 소녀의 멋진 패션 감각! 개인적 생각으로는 첫번째 의상이 제일 마음에 든다.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멋이 풍겨 좋다.  다만, 무릎을 덮고 있는 호피 무늬가 약간 눈에 거슬린다. 두 번 째 사진의 백 선택과 부라우스도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패션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벨지움 모델Greet Moens의 분위기가 워낙 삼빡해서 어지간한 거슬림은 그냥 묻혀진다. 깔끔함과 당당함, 거기에 내적 평화가 깃든 미소의 부드러움. 이런 그녀의 모습이 내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결국 패션은 얼굴 표정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다 그린 용에 눈동자를 찍어 승천하게 하는 ‘화룡점정’과 같다. 명품을 걸치고 사설 코디를 채용해도 옷 입는 당사자의 표정이 얼그러져 있으면 무슨 아름다움을 주랴. 표정 관리는 돈 들지 않고도 만들어갈 수 있다. 자연미는 습관을 요구할 뿐, 성형처럼 터무니 없이 비싼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살아가는 자세가 비굴하지 않고 당당할 것. 내적 기쁨과 미소를 잃지 않을 것. 자연미인으로 잘 익어가려면 우선 순위로 들어가야할 수련 항목이다. 
  누군 여행이 학습이라더니, 역시 보는 것도 학습이다. 무엇이든 많이 보아 두어야겠다. 패션과 스타일을 열심히 올려주는 폐친 덕분에 즐겁다. 보고 배우는 게 많다. 육신에 걸치는 단순한 옷 한 벌에서 내면 성찰까지 사고를 깊고 넓게 확장시켜 준다. 
  패션은 저물어 가는 시니어에게도 마음을 환히 밝혀주는 등불이다. 잠시, 여인으로 되돌아 가 보는 회귀의 시간. 마음에 등불 하나 켜고 시작하는 하루가 마냥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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