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라이오넬 리치 콘서트

2017.08.07 19:47

서경 조회 수:8184

라이오넬 리치 1.jpg


라이오넬 리치 2.jpg


행복한 밤이었다. 
신나는 날이었다. 
라이오넬 리치 콘서트를 보러 헐리웃 볼에 갔다. 
라이오넬 리치의 'Hello'만 들으면 녹아 버리는 엄마를 위해 딸이 두 달 전에 티켓을 사 두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음식을 들고 공연장을 향해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니 기분이 업되어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얼마만인가. 
클래식 음악 감상 클럽인 '보헤미안'을 만들고 만년 총무를 하던 시절엔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곳이다. 
언젠가부터 발길을 뚝 끊었던 이 곳. 
다시 오니, 옛생각이 떠올라 추억 여행이라도 온 기분이다. 
공연을 기다리며, 사람 구경도 하고 도시락 까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저녁 7시, 신나는 오프닝 공연이 시작되고 머라이어 캐리가 금빛 반짝이 드레스를 입고 나와 히트곡들을 열창했다.
머라이어 캐리는 <we belong together> 로 빌보드 싱글 차트  14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수퍼 스타다. 
하지만, 내 고객인 셀린 디옹의 노래와 삶을  더 사랑하기에 개인적으로는 별 관심이 없던 가수였다.
한 시간 가까이 노래를 부르고 나가자,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인 라이오넬 리치가 나왔다.
검은 터들 넥에 은빛 찬란한 콤비 스타일로 꾸미고 나왔는데 키와 몸매가 받쳐주어선지 보기 좋았다. 
49년생이니 육십을 훌쩍 넘었는데도 생각보다 늙지도 않았다. 
그는 노래와 유머로 3만 청중의 환호를 자아냈다. 
주옥 같은 히트 곡이 하나 하나 소개될 때마다 여기저기서 박수를 치고 괴성을 질러댄다.
<Say you say me>는 아예 떼창을 한다. 
열광의 도가니. 
신나는 곡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서서 몸을 흔들었다. 
몸치인 나도 리듬을 타니, 절로 춤이 나온다. 
이럴 땐 점잔 빼고 앉아 있는 게 오히려 촌스럽다. 
곡 한 곡을 끝내고도 땀을 줄줄 흘릴 정도로 라이오넬 리치는 열창했다. 
콘서트의 진맛은 가수와 청중이 혼연일체가 되는 현장감이다. 
야구장이나 축구장도 이 원초적인 현장감 때문에 찾아 들겠지.
신나는 곡 두 세 곡을 부른 뒤엔 로맨틱 러브 송으로 피아노를 치면서 청중을 녹인다. 
분위기에 흠뻑 젖어, 저도 쉬어 가고 우리도 쉬어가는 시간이다. 
알맞게 차가운 숲 속 야외 공기는 적당히 우리의 열기를 식혀주며 유영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Hello'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꺄악 꺄악 괴성을 지르며 열광한다. 
당연히 딸과 나도 소리 치며 환호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곡이다.
열 번, 스무 번, 아니 백 번을 들어도 내겐 심금을 울리고 눈물짓게 하는 곡이다. 
가사도 애절하고 그의 목소리도 애틋하다.
모든 대중가요가 그러하듯, 내 심경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누군가 내게 고백해 주었으면 싶고, 나도 누군가에게 "내 마음도 그래요" 하고 속삭여주고 싶은 노래다. 
비 오는 날, 운전하면서 이 노래를 들으면 로맨틱한 분위기는 최고조에 올라 마치 노랫속 주인공 같은 착각에 빠져 들곤 한다. 
그의 선도에 따라 이 노래 역시 떼창을 했다. 
신났다. 
재미있었다.
즐거웠다. 
고마웠다. 
거의 열 한 시가 가까운 밤 늦은 시간이지만, 피곤은커녕 빠져나갔던 에너지조차 순한 소마냥 제 집을 찾아 들었다. 
음악은 우리 삶에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장식품이 아니다. 
생에 활력을 주는 필수품이다. 
한동안 눈 앞에서 라이오넬 리치 공연 모습이 어른어른할 것같다.  


                                                                           (사진: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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