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의 소나무.jpg



 
물 머금은 흐린 하늘은
비오는 날의 바다 풍경 
 
차고드는 생각들은
리아스식 해안 만들고 
 
노송은
한반도 지도 편 채
수심 가득 차 있네 




잔뜩 흐린 날씨다. 
차창 사이로 빗방울 몇 뿌리더니 멋적은지 바람 따라 가 버렸다. 
하긴, 겨울 지났으니 저도 제 철이 아닌 걸 알았나 보다. 
비를 그리는 남가주. 
목말라 애타게 부른다 한들, 와 주지 않는 님처럼 저만치 물러나 있다. 
님 그리는 맘에 차창 너머 하늘을 본다. 
오늘은 님이 오지 않으려나. 
빗방울은 끝내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하늘이 물 먹은 채 내려다 본다. 
올려다 보는 나와 내려다 보는 하늘. 
그 둘 사이에 무슨 중재자처럼 드믄드문 구름 떠 있고 수심 찬 노송은 할 말 잃은 채 묵연히 서 있다. 
차에서 내려 가게로 걸어오는 길. 
우뚝우뚝 솟은 소나무 가로수길이 저만치 열려 있다. 
함께 가는 이 아무도 없는 길을 홀로 걸었다. 
이 생각, 저 생각들이 밀물 썰물 되어 차고 든다. 
무슨 뜬금 없는 발상인가. 
긴 길을 나와 함께 걷고 있는 노송을 찍어주고 싶었다. 
사진을 찍어준다는 건 이름 없는 꽃에 이름을 붙여주는 일. 
알아주는 이 없는 존재를 기억해 주는 일. 
맑은 날보다 검은 색을 띤 모습이 왠지 짠했다. 
가던 걸음 멈추고 폰카로 이리저리 찍었다. 
노송 아래로 들어가 솔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도 찍었다. 
문득, 비 오는 날의 바다를 흐린 하늘 조각에서 보았다. 
지리 시간에 배웠던 리아스식 해안이 솔잎선을 타고 흐른다. 
그 위로 굴곡진 노송의 삶도 오버랩 된다.
사진을 보니, 한반도 서해 해안을 닮았다. 
생각은 갈매기 앞질러 빛보다 빠르게 태평양을 넘었다. 
금방, 종전과 평화 협정이 될 듯 손뼉 치며 파안대소 했는데, 소식은 흐려 물 먹은 하늘을 닮아 있다. 
하늘도, 구름도, 노송도, 나도 수심에 차 한 마음이 된다. 
잘 되야 할 텐데... 
트럼프 대통령이 힘을 과시하는 압력이 아니라 마음을 얻는 부드러운 문재인 대통령식 접근을 하면 좋겠다.
계산보다 더 우선시 하는 그 무엇이 아시안 심성에 깔려있다는 걸 좀 알아 주면 좋겠다. 
감정을 건드리는 자극적 발언은 제발 삼가해 주면 좋겠다. 
이미 승리자가 된 양 거드럼을 피우거나 우월감을 가지고 비아냥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끔, 그의 거친 언행을 보면 잘 가고 있는 말을 옆구리 차고 채찍 휘두르며 빨리 가라고 조르는 형국처럼 보인다.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하게 하고 조마조마하게 한다.
그는 한미 협상 기자 회견에서 누구보다 협상을 많이 해 보았다고 큰 소리 뻥뻥 쳤다. 
예정에도 없던 삼십 여 분의 기자 회견 중에도 혼자 떠들었다. 

심지어, 기자 질문에 대답한 문재인 대통령 말도 분명 좋은 말일거라고 통역할 필요 없다며 일방적으로 끝내 버렸다. 
트럼프를 위한 답변도 아니고,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답변이 아닌가. 
정말 오만방자한 무례함이요 외교상의 결례다. 
북미 회담도 하면 좋고 안 해도 상관 없다며 배짱을 부렸다.
‘너, 내 말보다 시진핑 말 더 잘 들어?’
‘난, 인질로 있던 세 사람도 데리고 왔겠다, 손해 볼 거 없어!’
혼자만의 생각일까.
그동안의 언행 때문인지, 다분히 이런 모습들로 보인다. 
정치를 게임처럼 즐기는 듯한 모습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다들 난감해 한다. 
협상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
동의를 구하고 마음을 얻는 일이다. 
명협상이란, 서로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윈윈 게임으로 이끌어 가야 하는 거 아닐까. 
솔직히, 파워 게임이나 감정 싸움으로 치달으면 될 일도 망치기 십상이라 생각된다.  
‘수사도 감동’이라는데 협상도 감동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하늘도, 구름도, 노송도, 나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바램을 넘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이라지만, 판단이 빠르고 결정 되면 바로 액션으로 연결되는 그의 추진력만은 믿고 싶다.
작은 공도 크게 부풀려 과시하고 싶어하는 그의 영웅 심리도 눈살 찌푸리기보다 잘 얼려주면 의외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지도 모른다.
트럼프의 강함과 문재인의 유연함, 거기에 큰 맘 큰 통으로 대의에 동참하는 김정은의 절실함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세기의 대협상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평화는 시대적 요청이다.
흐린 하늘 잿빛 구름도 푸른 하늘 흰구름을 데려올 예비 표정이라 믿고 싶다. 
키리에 엘레이손.
주여, 모국어로 비노니 우리 조국을 지켜 주소서!
잿빛 하늘에 서서히 푸른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먹구름도 제 흰 빛을 찾아간다.
태양도 정점을 향해 자리를 조금씩 옮겨 앉는다.
모두가 질서정연하게 제 자리를 찾아 가고 있다. 
흐린 하늘, 제 빛을 찾아 가니 근심 걱정 자리에 다시 희망과 믿음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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