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미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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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하나님 미안해요

2008.07.28 15:07

최향미 조회 수:1172 추천:153


        요즘 나에게 고약한 습관이 하나 생겼다. 신문을 뒤적거리다가 기독교에 관한 기사와 함께 연로하신 목사님들의 사진을 대하면 가슴이 철컹하고 내려앉아서 신문을 얼른 넘겨 버린다. 아마도 몇 년간 끌었던 교회 분쟁이 나에게 남긴 흉터인 것 같다. 믿었던 만큼 되받은 아픔이 쓰린 상처이다.

        이민 역사와 함께 발전한 한인 교회는 이제 1세 목사님들은 대부분 은퇴를 하시고 새로운 이민 교회의 모습으로 얼굴이 바뀌고 있다. 힘든 이민 생활을, 그분들이 대변해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위로를 받으며 살아왔다. 그런데 시어머니 곳간 열쇠를 며느리에게 넘겨주는 것 보다 더 힘들고 험하게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너무 많은 것 같다. “ 주님의 피로 세워진 주님의 교회 ” 라며 하나가 되게 하시더니 어느 날 “ 내가 어떻게 세운 교회인데...” 하다가 둘, 셋으로 상처와 함께 교회를 갈라지게 하는 주의 종들을 너무 자주 보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상하다.

         기도하고 견디면 하나님의 방법대로 해결해 주실 거라고 배운 대로 참았던 90%이상의 교인들이 졸지에 교회 밖으로 내쫒겨 나가게 됐다. 실컨 얻어맞다 피한 죄밖에는 없는데...‘교회법’을 어겼다며 세상 법정으로 고소를 당한 결과이다. 교회법을 모르는 무지한 교인들도 이런 사태를 맞게 한 원인 제공자라며 세상 조롱도 당했다. 설교 뒤에 ‘교회법’을 듣는 시간은 주보에도 없었는데, 누가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하려고 모여 만들어진 법이었던가. 흡사 유식한 부자 아버지가 아들을 법정에 세워 부자간의 치부를 보이다가 급기야 아들을 알거지 범법자로 만들어 내쫓아 버리고 말은 눈물 나도록 웃기고 슬픈, 내가 사랑하는 교회의 이야기이다.

        지난봄에 남편의 친구 아버님이 돌아 가셨다. 단아하고 정갈하신 모습만큼 살아생전에도 존경받던 목사님이셨다. 그런데 돌아가시고 나서 그분의 신앙정신과 삶이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 되고 있다. 은퇴하고 나서 후임자를 위한 배려로 한동안 정든 교회를 떠나 오지에 있는 곳으로만 다니며 말씀을 전하셨다고 한다. 그분이 보여준 목회 신념을 그대로 실천하신 삶의 업적들이 돌아가신 후에 더욱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그분을 통해 감명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더 크게 입을 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후에도 교회와 자식들의 자랑스런 목사님, 아버지로 남으신 것이다. 고개가 숙여지게 부럽고 존경스런 진짜 원로 목사님이시다.

        오늘밤에도 답답한 가슴으로 기도를 한다. “ 하나님 미안해요. 슬퍼해서 죄송해요. 웃지 못해서 미안해요. 더 지혜롭지 못해서 미안해요. 자꾸 울고 싶어 해서 미안해요. 그렇지만 감사해요. 아름다운 사람들도 가끔씩 보여 주셔서, 가는 길 포기하지 않게 하시니 감사해요. 이렇게 사랑을 알려 주셔서 감사해요. 그 사랑을 자꾸 잊어서 미안해요. 미안해요.”



07-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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