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껍질

2004.03.25 04:36

정어빙 조회 수:660 추천:76

어릴 적엔 알몸으로 온 동네를 뛰어 다녔다
할머니는 엉덩이를 철썩 치시며
"그놈의 고추 잘도 생겼다" 하셨다
그래도 부끄러운지 몰랐다

온늘은
제일 좋아하는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름 하나 남길 수 없는 부끄러움에
나무 판자 속에 숨는다
그 곱던 알몸에
얼마나 상처가 많길레
흙으로 덮고

들풀로도 덮을까

이제
때려줄 할머니도
맞을 엉덩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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