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울어주는 사람 -친구에게 -

2003.11.14 23:30

정어빙 조회 수:386 추천:36

눈물이 다 말랐습니다
소리도 말랐습니다
아직도
흘려주어야 하고
소리내어
울어주어야 할 일이 남았는데
남은 게 조금도 없으니 어떻하지요

모퉁이에 찍긴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수렁에 빠져 발목이 부러져도
더는
울 수가 없습니다
몇해전, 오늘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시간은
당신과 나의 추억을 삼켜 버립니다
그래도
우리의 숨결로 굳어진
이 얼음 고기는
한뼘한뼘 낮아지는 분노의 비석위에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 될 겁니다



*어빙=얼음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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