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권두언>

 

성년으로 거듭나는 재미수필이 되기를 바라며

 

 

  사람이든 일이든 ‘마지막’이란 수식어가 붙으면 뭔지 모르게 마음이 숙연해진다. 아무런 애착이 없는 물건이라도 마지막이라고 하면 더 귀해 보이고 늘 지나다니던 길도 마지막으로 밟아본다고 하면 마치 생명이 있는 듯 묘한 느낌이 든다.

 

 재미수필문학가협회의 회장이 되어 부족한 지혜와 능력이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봉사해 온 것이 벌써 4년째. 드디어 회장으로서의 임무를 모두 마치고 협회 이름으로 발간되는 출판물에 ‘마지막’ 권두언을 쓰게 되어 흐뭇하고 고맙다. 또한 아무런 어려움이나 사건 없이 임기를 잘 마치고 회장이라는 직책을 반납한다는 사실도 참으로 기쁘다.

 

  무거운 옷을 벗으며 돌아보니 우리 협회도 내년이면 열여덟 살이 된다. 열여덟 살은 솜털 보송거리던 아이가 부모의 보호를 벗어나 법적이나 사회적으로 권리와 의무를 가지는 성인이 되는 나이다. 예로부터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성인식은 탄생, 결혼, 죽음처럼 인생의 큰 전환점으로 생각하여 나름대로 특별한 통과의례를 거친다. 미국은 18세가 되는 생일에 축하 파티를 여는 것으로 성인식을 대신하지만 유대인들은 남자는 13세, 여자는 12세가 되면 성례의식을 치른다고 한다. 이 의식을 히브리어로는 ‘바르 미츠바(Bar Mitzbar)라고 하는데 그 말은 여태까지는 부모를 통하여 하나님을 만났지만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직접 하나님과 대면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부모에게서 독립이 되는 대신 하나님과의 관계 재정립인 셈이다. 이 시간 이후로는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성경을 해석하고 기도와 묵상을 통하여 더 깊고 넓은 신앙심을 키우는, 곧 성숙한 인생을 살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우리 협회도 이제는 성인으로서 좀 더 성숙한 시선으로 협회의 존재 이유를 되돌아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여태까지는 집안에서 내 몸 건사하기에 바빴다면 이제는 바깥으로 눈을 돌릴 때가 되었다. 내가 속한 사회와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고 좋은 영향을 끼치는 협회로 거듭나는 일, 성인으로서의 우리 협회가 할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좋은 수필은 읽는 사람에게는 감동과 위로를 주고,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자신과 대면하며 성찰하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글을 쓰는 시간은 늘 쫒기는 일상에서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치유의 순간이며 이국생활에서 오는 보이지 않는 강박관념이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순간이다. 우리 협회는 이러한 수필문학의 보급을 위하여 수필쓰기 교실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여 건강한 동포문화를 만들어 주는 데 일조를 하면 좋겠다,

  또한 이민 1세들은 조국의 흙을 뿌리에 묻힌 채 미국으로 이주해 와 낯선 땅에 새로이 뿌리를 내린 사람들이다. 척박한 땅이든 비옥한 땅이든 뿌리를 새로 내린다는 것은 참으로 힘이 드는 일일진대, 우리들은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내고 경제적인 안정을 이루어 어느 민족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미주 이민 역사를 돌아볼 때 우리는 위대한 세대다. 이 위대한 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글로 풀어내고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한다는 사명감도 가져야한다. 이것은 함께 삶을 나누는 미주 문인들만이 쓸 수 있는 독특한 글쓰기이며 미주 이민사의 생생한 역사를 엮는 일이다. 우리는 이제 수필이라는 장르를 넘어 미주이민 역사를 기록하고 증언하는 사관(史官)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

  그리하여 앞으로 재미수필문학가협회는 수필문학을 통하여 동포사회의 정서와 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감당하겠다는 진중한 다짐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지난 4년간 참 행복했다. 따뜻한 격려로 함께 걸어와 준 회원 모두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좋은 일에도 궂은일에도 이해와 사랑으로 똘똘 뭉쳐서 무적함대처럼 의연하게 함께 항해해 준 우리 임원진들을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시간과 에너지와 지혜를 함께 모으며 동분서주했던 김화진 부회장, 여준영, 이화선 사무국장, 정조앤 회계, 박신아 서기, 성영라, 이현숙, 하정아 편집인들에게, 그리고 동네방에서 수고해주신 장덕영, 최숙희 선생님, 웹사이트를 성실하게 관리해 주시는 정조앤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어떤 일에도 요동하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뒤에서 버팀목이 되어주신 조만연, 유숙자 전 이사장님, 박유니스 이사장님, 문학상 운영위원으로 끝까지 참여해 주신 강신용 부이사장님께도 감사를 전한다. 이 만남은 내 인생 여정의 어느 모퉁이에 내려주신 하나님의 특별한 축복이었다.  <재미수필 18집> 권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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