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李白)과 두보(杜甫)

2014.06.12 01:08

성민희 조회 수:1366 추천:2



이백(李白,701~762)                      두보(杜甫,712~770)



이백(李白)과 두보(杜甫)                    



744년 당나라의 낙양에서 이루어진 범상치 않은 만남, '창공에서 태양과 달이 만난 듯 중국 역사상 가장 신성하고 기념할 만한 만남' 의 주인공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44세의 나이로 문학적 재능이 만개한 상태의 분방하고 정열적인 시인인 이백과, 33세의 나이로 진지하고 다정다감한 무명의 문학청년인 두보가 낙양에서 만났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면 걸출한 문학적 재능을 지녔다는 것 외에, 때를 못 만나 제대로 된 관직에 오르지 못하고 이곳저곳 떠돌며 기식자 생활을 하는 처지였다는 것 정도다. 출신성분, 인간성, 필치, 인생관 등, 그 밖의 다른 모든 면에서 그들은 달랐다.



성(性)마저 불확실한 변방의 이민족 집안 출신 이백과 '하늘과의 거리가 1척5촌' 이라는 명문가 출신 두보. 입신출세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았던 이백과 당 왕조의 번영과 평안을 진심으로 바랬던 두보. 아내 넷을 두고도 어느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않았던 이백과 첩을 둔 적이 없는 애처가 두보. 이러한 이백과 두보의 삶의 이야기가 문학적 성취를 대비시킨 책이 다카시마 도시오의 「이백, 두보를 만나다」이다.



낙양에서의 첫 만남 이후 두 사람은 1년여 간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했고, 그 다음에는 한 번도 마주하지 못했다. 짧은 만남 긴 이별이었지만 만취해 한 이불을 덮고 잘 만큼 진한 우정을 나눴던 그들은 시를 통해 서로에 대한 감정을 표출했다. 저자 다카시마는 11살 연상의 비범한 친구 이백에게 두보가 특유의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친근감을 표현하면서도 은근히 야유했다고 본다. "술 잔뜩 먹고 되는대로 마음껏 뽐내는 모습은 대체 누구에게 보여주는 건가요." 이백 또한 주선(酒仙)이라는 별칭에 합당한 시로 두보에 대한 정을 표현했다. "노나라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고, 제나라 노래를 불러도 감정에 북받쳐 올 뿐, 그대 생각은 문수(汶水)의 흐름과 같이, 도도히 남쪽으로 흐르고 흘러 그치지 않네."



여기서 잠깐, 시문학적으로 이백과 두보 가운데 누가 더 뛰어날까? 이에 대해 다카시마는 남송 시대 엄우(嚴羽)의 다음과 같은 주장에 동의한다. "두보는 이백처럼 표일(飄逸 : 마음 내키는 대로하여 세속에 얽매이지 않음)한 정취가 있는 시를 지을 수 없고, 이백은 두보처럼 침울한 시를 지을 수 없다." 이백이 속박되지 않은 정열과 에너지를 분출시킨다면, 두보는 대지에 깊이 뿌리를 둔 든든한 건조물 같은 의지와 구성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일종의 구전 가요도 '들국화' 가 불러 유명해 진 '사노라면' 의 가사를 원용해 말한다면,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고 호방하게 외치는 이백에 비해, 두보는 "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잠을 잔데도 고운 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 라고 나지막하게 속삭이지 않았을까..



굳이 분류해 말하면 이백이 자연과 놀이의 세계에 두보가 인위와 역사의 세계에 가깝다 하겠지만, 이백 안에 두보가 있고 두보 안에 이백이 있었다고 하는 편이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비(非)동질적인 세계관과 인생관이 한 사람이나 하나의 예술 경향 안에 동거하는 것, 음이 양의 싹을 품고 양이 음의 싹을 품어 음과 양이 끊임없이 갈마드는 것. 중국 예술 정신의 특성은 그러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면 이백과 두보는 그 특성의 구체적인 사례라 하겠다.



중국 당(唐)나라 시인. 자는 태백(太白),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 농서군 성기현출신. 시선(詩仙)으로 불리운다. 25세 때 촉(蜀)나라를 떠나 양쯔강을 따라 나와 평생 유랑생활을 했다. 이백은 어려서부터 시문(詩文)에 천재성을 발휘하는 한편 검술을 좋아했다. 젊었을 때 도교(道敎)에 심취하여 선계(仙界)에 대한 동경심을 가졌으며 산 속에서 지내기도 했다. 그의 시에 나타나는 환상성(幻想性)은 대부분 도교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며, 산은 그의 시세계의 주요 무대의 하나였다.



중국 당(唐)나라 시인. 호는 소룽. 소룽이라고 불리는 것은, 장안(長安)남쪽 근교의 소룽이 선조의 출신지인 데서 유래한다. 허난성 궁현을 본거지로 하는 소호족(小豪族)출신. 중국 최고의 시인이라는 뜻에서 시성(詩聖), 이백(李白)과 아울러 일컬을 때는 이두(李杜), 당나라 말기의 두목(杜牧)에 견줄 때는 노두(老杜) 대두(大杜)라 불린다. 먼 조상에 진(晉)나라 초기의 위인 두예(杜預)가 있고 당(唐)의 초기 시인 두심언(杜審言)은 조부이다.


<자료: 몽고메리 大한국인>  








두보(杜甫)의 작품





    두보의 그림(후세 화가의 작품)



江村(강촌)

淸江一曲抱村流(청강일곡포촌류)
長夏江村事事幽(장하강촌사사유)
自去自來堂上燕(자거자래당상연)
相親相近水中鷗(상친상근수중구)
老妻畵紙爲碁局(노처화지위기국)
稚子敲針作釣鉤(치자고침작조구)
多病所須唯藥物(다병소수유약물)
徵軀此外更何求(징구차외경하구)

청강(淸江) 한 구비 마을을 안아 흐르고
기나긴 여름 강촌(江村)은 일도 한가로워
들보위에 앉은 제비 절로 왔다, 절로 가고
물속의 갈매기는 서로 정답게 노니네
늙은 마누라는 종이에 그림 그려 바둑판 만들고
어린 놈은 바늘 두들겨 낚시 갈고리 만든다.
병이 많아 바라는 건 약에 쓸 물건 뿐
미천한 몸 이외에 또 뭘 바라겠나

·연대 : 두보가 49세(760년) 때 청두에서 초당을 짓고 한가하게 지내던 어느 여름날
·출전 : <分類杜工部詩諺解> 중간본 권 17
·감상 : 두보가 49세에 청두에서 초당을 짓고 한가이 지내던 어느 여름에 지은 칠언 율시이다.
여름날 강촌 마을에서 욕심이 없이 살아가는 강호 한정을 노래하고 있다.



    

漫興(만흥)

手種桃李非無主(수종도리비무주)
손수 심은 도리화 주인이 없을 소냐

野老墻低還是家(야노장저환시가)
늙은이의 담장 낮아도 역시 집이거늘

恰似春風相斯得(흡사춘풍상사득)
흡사 봄바람이 나를 얕보듯

夜來吹折數枝花(야래취절수지화)
밤사이 불어온 바람 꽃가지를 꺾겠네.

두보는 평생 유랑과 고생을 전전하며 시를 노래하다가
말년에 지금의 중국 사천성 성도에 안착하여
초당(草堂)을 짓고 잠시 여유로움을 찾기도 했다 한다.



曲江(곡강)

一片花飛減却春(일편화비감각춘)
꽃잎 하나 떨어져도 봄이 가는데

風飄萬點正愁人(풍표만점정수인)  
모진 바람에 꽃잎 흩날리니 서러운 인사여  

且看欲盡花經眼(차간욕진화경안)
지는 꽃 탐하는 것도 잠깐 사이려니

莫厭傷多酒入脣(막염상다주입순)  
서럽다 하여 어찌 술 마시길 꺼릴 소냐

江上小堂巢翡翠(강상소당소비취)  
강상의 작은 정자에 물총새 둥지 틀고

苑邊高塚臥麒麟(원변고총와기린)  
궁원 큰 무덤에 기린 석상 쓰러지는데

細推物理須行樂(세추물리수행낙)  
사물의 이치 헤아려 즐겨야 하리니

何用浮名絆此身(하용부명반차신)  
어찌 헛된 이름에 몸을 얽맬 것이냐!




중국의 고전문학에서 2대 시가(詩歌)를 꼽으라 하면
공자가 지었다는 시경(詩經)과 굴원의 초사(楚辭)를 드는가 하면
두보와 이백의 시를 들기도 하는 모양인데,

이백의 시는 현실을 뛰어넘는 파격이 있기에 그를 시선(詩仙)이라고도 하고
두보의 시는 현실을 직관하면서 조용히 침잠하는 기풍이 있기에
그를 시성(詩聖)이라고도 하나보다.  

초당에 잠시 머무르던 두보는 시국이 소란하자 다시 유랑에 나섰다가
평생 천육백 여수의 시를 남기고 5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지만,
두보나 이백이나 모두 파란만장한 체험과 정신력 속에서 옥같은 글이 샘솟지 않았나 싶다.






夢李白二首 - 이백(李白)을 꿈에 보고



死別已呑聲  사별이탄성  죽어 이별은 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生別常惻惻  생별상측측  살아 이별은 슬프기 그지없어
江南장려地  강남장려지  강남 귀양지는 질병 많은 땅
逐客無消息  축객무소식  쫓겨 간 그대는 소식도 없어
故人入我夢  고인입아몽  오늘 밤 그대 문득 꿈에 보이니
明我長相憶  명아장상억  오래도록 서로 깊이 생각함을 알겠네
恐非平生魂  공비평생혼  평소의 혼 아닐까 두렵웁지만
路遠不可測  노원불가측  길이 너무 멀어 헤아리기 어려워
魂來楓林靑  혼래풍림청  그대 혼 올 때에 풍림은 푸렀으리만
魂返關塞黑  혼반관새흑  돌아갈 때 관문 요새 검어 보여라
君今在羅網  군금재나망  그대 지금 옥중에 갇혔으련만
何以有羽翼  하이유우익  어떻게 날개 얻어 예까지 왔나
落月滿屋梁  낙월만옥량  저무는 달빛 들보에 가득한데
猶疑見顔色  유의견안색  그대의 얼굴을 직접 대하는 듯
水深波浪闊  수심파랑활  가는 길 물은 깊고 파도 높으리
無使蛟龍得  무사교룡득  부디 조심하여 아무 탈 없기를



浮雲終日行  부운종일행  뜬구름은 종일토록 흘러만 가고
遊子久不至  유자구부지  길 나선 그대는 오래도록 올 줄 몰라
三夜頻夢君  삼야빈몽군  요 사흘 밤 그대 자주 꿈에 보이니
情親見君意  정친견군의  정 깊은 그대 뜻을 내 알겠네
告歸常局促  고귀상국촉  꿈에서 돌아갈 땐 늘 몸을 움츠리며
苦道來不易  고도래불이  오는 길이 쉽지 않음 말함이 간곡하네
江湖多風波  강호다풍파  돌아가는 강호는 풍파 많은 길
舟접恐失墜  주접공실추  배와 노를 잃을까 걱정이라며
出門搔白首  출문소백수  문을 나설 때면 흰머리 긁적이며
苦負平生志  고부평생지  평생의 뜻 저버렸다 탄식을 하네
冠蓋滿京華  관개만경화  화려한 관 쓴 이들 서울에 가득한데
斯人獨憔췌  사인독초췌  어찌하여 이 사람만 홀로이 초췌한지
孰云網恢恢  숙운망회회  그물은 성글어도 빠뜨리지 않는다지만
將老身反累  장로신반루  늘그막에 도리어 재앙에 걸렸으니
千秋萬歲名  천추만세명  아무리 천추만세 이름을 남긴대도
寂寞身後事  적막신후사  몸이 죽은 후엔 적막 그지없는 것을



두 사람은 이 백이 44세, 두보가 33세 때 만났다. 이들의 만남은 중국 역사상 중대하고 기념비적인 것이다.
그것은 '청천에서 태양과 달이 충돌한 것과 같다.' 라고 표현하는 학자가 있다.  

장안의 궁정에서 추방되어 산둥성으로 향해가고 있던 이백과 낙양에서 처음 만나 1년여 술에 취해 한 이불을 덮고 잘 만큼 진한 우정을 나누며 교분을 쌓았으나 이백이 산둥성으로 떠나고 두보도 강남(江南)으로 떠난 이후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하였다고 한다.

두보가 오랫동안 꿈에서 종종 이백을 만났는데 사흘 밤이나 계속해서 그를 만나는 꿈을 꾸고서 지은 시가 『'夢李白二首(몽이백이수)』이다.





贈衛八處士 증위팔처사 - 다시 벗을 만나

  

人生不相見  인생불상견  살아가며 서로 만나지 못함이
動如參與商  동여삼여상  하늘 서로 반대편 삼별과 상별 같거니
今夕復何夕  금석부하석  오늘 저녁 이 얼마나 즐거운 저녁인가
共此燈燭光  공차등촉광  그대와 둘이 촛불을 밝히었네
少壯能幾時  소장능기시  인생에 젊은 날이 얼마나 되리
빈髮各已蒼  빈발각이창  귀밑머리 둘이 다 하얗게 세었네
訪舊半爲鬼  방구반위귀  옛 친구들 찾아보니 반 넘어 죽은 사람
驚呼熱中腸  경호열중장  놀라 불러보니 창자만 뜨거워져
焉知二十載  언지이십재  어찌 알았으랴 헤어진지 이십년에
重上君子堂  중상군자당  다시 그대의 집에 오르게 될 줄을

昔別君未婚  석별군미혼  그대 헤어질 땐 미혼이더니
兒女忽成行  아녀홀성행  지금은 자녀가 많기도 하구나
怡然敬父執  이연경부집  기쁘게 아버지의 친구를 맞이하며
問我何方來  문아하방래  어디서 오셨는지 공손히 묻고
問答未及已  문답미급이  물음에 답이 채 끝나기 전에
兒女羅酒漿  아녀나주장  자녀들이 술과 음료 벌여 놓았네
夜雨剪春구  야우전춘구  밤비 속에 봄 부추를 뜯어 무치고
新炊間黃粱  신취간황량  새로 지은 따슨 밥엔 기장을 섞었네
主稱會面難  주칭회면난  주인은 만나기 어려움을 말하고
一擧累十觴  일고누십상  연거푸 열 잔의 술을 권하는데
十觴亦不醉  십상역불취  열 잔을 다 마셔도 취하지 않으니
感子故意長  감자고의장  변함없는 오랜 정에 감동했기 때문이리
明日隔山岳  명일격산악  날 밝아 산악을 사이에 두고 헤어지면
世事兩茫茫  세사양망망  앞으로 세상 일이 또 어떻게 될는지







垂老別  수노별  늙어서의 이별

  

四郊未寧靜  사교미녕정  사방이 아직 안정되지 않아

垂老不得安  수노부득안  늙은이조차 편안할 수가 없네

子孫陣亡盡  자손진망진  자손들이 모두 전사했건만

焉用身獨完  언용신독완  어찌 이 몸 홀로 온전하길 바라리

投杖出門去  투장출문거  지팡이 던지고 문을 나서니

同行爲辛酸  동항위신산  동행도 나를 보며 맘 아파하네

幸有牙齒存  행유아치존  다행히 치아는 남아 있지만

所悲骨髓乾  소비골수건  슬픈 것은 골수가 말라버린 것

男兒旣介胄  남아기개주  사나이 이미 군복을 입었으니

長揖別上官  장읍별상관  길게 읍하고 상관과 이별하네

老妻臥路啼  노처와노제  늙은 처는 길에 엎드려 우는데

歲暮衣裳單  세모의상단  세모에도 홑치마를 입고 있네

孰知是死別  숙지시사별  누가 알랴 이 것이 사별이 될지

且復傷其寒  차복상기한  추위에 떨 일 또한 걱정이네

此去必不歸  차거필부귀  이제 가면 분명 돌아오지 못할텐데

還聞勸加餐  환문권가찬  더 먹고 가라 권하는 소리 들리네

土門壁甚堅  토문벽심견  토문관 성벽은 아주 견고하고

杏園度亦難  행원도역난  행원을 건너기도 역시 어렵네

勢異업城下  세리업성하  업성의 싸움과는 형세도 다르니

縱死時猶寬  종사시유관  죽게 되더라도 아직 시간은 있겠지

人生有離合  인생유리합  인생에는 헤어짐과 만남이 있으니

豈擇衰盛端  개택쇠성단  어찌 젊고 늙은 때를 가리겠나

憶昔少壯日  억석소장일  예전의 젊은 날을 생각해보며

遲廻竟長嘆  지회경장탄  머뭇거리다 길게 탄식하네

萬國盡征戍  만국진정수  온 나라가 전쟁에 휘말리어

烽火被岡巒  봉화피강만  봉화가 온 산을 뒤덮었으니

積屍草木腥  적시초목성  시체 쌓여 초목에선 비린내나고

流血川原丹  유혈천원단  흐르는 피로 내와 들이 붉게 젖었네

何鄕爲樂士  하향위악사  어느 마을의 악사인가

安敢尙盤桓  안감상반환  어찌 아직도 서성거리나

棄絶蓬室居  기절봉실거  옹색한 살림이나마 두고 가려니

탑然최肺肝  탑연최폐간  폐와 간이 덜컥 내려앉네







佳人  가인 - 산속의 미인



絶代有佳人  절대유가인  세상에 보기드문 빼어난 여인

幽居在空谷  유거재공곡  쓸쓸한 골짜기에 숨어서 사네

自云良家子  자운량가자  스스로 말하기를 양가의 딸로

零落依草木  영락의초목  집안 몰락해 초목에 의지하니

關中昔喪敗  관중석상패  지난날 관중에 있었던 난리로

兄弟遭殺戮  형제조살륙  형제는 모두 죽임을 당했다네

高官何足論  고관하족론  벼슬자리 높다들 무엇을 하나

不得收骨肉  부득수골육  자신의 골육도 거두지 못하니

世情惡衰歇  세정악쇠헐  몰락하면 등돌리는 몹쓸 인심

萬事隨轉燭  만사수전촉  세상만사는 모두 바람에 촛불

夫서輕薄兒  부서경박아  있었던 남편은 경박한 난봉꾼

新人已如玉  신인이여옥  옥 같은 미인 아내 새로 얻어

合昏尙知時  합혼상지시  자귀나무도 저녁 왔음을 알고

鴛鴦不獨宿  원앙불독숙  원앙새는 혼자서 자지 않건만

但見新人笑  단견신인소  그저 신부의 웃음에만 이끌려

那聞舊人哭  나문구인곡  옛사람 울음소리 듣지 못하네

在山泉水淸  재산천수청  산 속 있는 샘의 물은 맑지만

出山泉水濁  출산천수탁  산을 나온 샘물은 흐려진다네

侍婢賣珠回  시비매주회  여종은 구슬을 팔고 돌아와서

牽蘿補茅屋  견라보모옥  댕댕이덩굴 끊어 띠집 고치네

摘花不揷髮  적화불삽발  꽃 꺾어 꽂을 맘도 먹지 않고

採柏動盈국  채백동영국  잦을 따니 금새 한 옹큼 차네

天寒翠袖薄  천한취수박  추운 날씨에 푸른소매 얇은데

日暮倚修竹  일모의수죽  저물녘 대나무에 기대어 있네







秋興 一 추흥 1  가을의 정취



玉露凋傷楓樹林  옥로조상풍수림  차거운 이슬 내려 풍림은 시들고

巫山巫峽氣蕭森  무산무협기소삼  무산과 무협은 쓸쓸하기만 하네

江間波浪兼天湧  강간파낭겸천용  하늘에 닿을 듯 강물결 높이 일고

塞上風雲接地陰  새상풍운접지음  변방의 먹구름 땅에 낮게 깔렸네

叢菊兩開他日淚  총국양개타일누  다시 핀 국화 보니 눈물은 또 흘러

孤舟一繫故園心  고주일계고원심  배에 꼭꼭 매어두는 고향 그리움

寒衣處處催刀尺  한의처처최도척  이곳 저곳에선 겨울옷 짓기에 바빠

白帝城高急暮砧  백제성고급모침  백제성 높이 요란한 다듬이 소리







醉時歌  취시가  술에 취하여

  

諸公袞袞登臺省  제공곤곤등대성  관료들 줄줄이 높은 벼슬 오르는데

廣文先生官獨冷  광문선생관독냉  광문선생 벼슬만이 홀로 쓸쓸하고

甲第紛紛厭粱肉  갑제분분염량육  즐비한 고급저택 고량진미 넘치는데

廣文先生飯不足  광문선생반부족  광문선생 끼니조차 잇기 어렵구나

先生有道出羲皇  선생유도출희황  선생의 덕 복희씨 보다 뛰어나고

先生有才過屈宋  선생유재과굴송  재주는 굴원과 송옥을 뛰어 넘는데

德尊一代常坎軻  덕존일대상감가  덕은 일세 제일이나 항상 불우하니

名垂萬古知何用  명수만고지하용  이름만 만고에 날린들 무엇하리

杜陵野老人更嗤  두릉야노인경치  두릉의 촌 늙은이 사람들이 비웃으니

被褐短窄빈如絲  피갈단착빈여사  베옷마져 초라하고 머리칼은 헝클어져

日적太倉五升米  일적태창오승미  태창미 닷 되를 사 하루하루 연명하며

時赴鄭老同襟期  시부정노동금기  때때로 정노인과 마음을 나누네

    得錢卽相覓  득전즉상멱      돈이라도 생기면 서로를 찾고

    沽酒不復疑  고주부복의      술을 사는 데는 눈치보는 일이 없이

    忘形到爾汝  망형도이여      겉치레를 버리고 너나하는 사이지만

    痛飮眞吾師  통음진오사      흠뻑 취함에는 진정 나의 스승이네

淸夜沈沈動春酌  청야침침동춘작  밤은 깊어 가는데 술잔을 나누니

燈前細雨첨花落  등전세우첨화락  등잔 앞에 가랑비 처마 아래 지는 꽃

但覺高歌有鬼神  단각고가유귀신  소리 높여 노래하니 귀신이 흥 돋우고

焉知餓死塡溝壑  언지아사전구학  굶어 죽어 구덩이에 묻힐 걱정 잊었네

相如逸才親滌器  상여일재친척기  재주 있는 사마상여 잔 씻는 일을 했고

子雲識字終投閣  자운식자종투각  유식한 자운은 몸을 던져 죽었으니

先生早賦歸去來  선생조부귀거내  선생도 일찌감치 귀거래사 읊으시게

石田茅屋荒蒼苔  석전모옥황창태  자갈밭 황폐하고 이끼 띠 집 덮기 전에

儒術於我何有哉  유술어아하유재  유학이 우리에게 무슨 소용인가

孔丘盜蹠俱塵埃  공구도척구진애  공자도 도척도 모두 티끌 먼지 된 걸

不須聞此意慘慘  부수문차의참참  이말 듣고 슬퍼할 것은 없으니

生前相遇且銜杯  생전상우차함배  살아 만나는 동안 술잔이나 나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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