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그날의 슬픔에 대하여

2003.11.17 10:23

장태숙 조회 수:415 추천:41

1
일억 사천만년 전의 공룡
브론토사우러스 파헤쳐진 묘지
너의 단단한 흰 뼈 마다마다
서늘한 그날의 슬픔이 고여있다.
어둠 속에서도 삭지 못하는 꿈
너는 영원히 늙지 않고
먼 기억 속에서 달려오는
청동빛 바람
한때 초목이 우거졌을 땅
지금 누런 사막 무심히 누워
게으른 눈 비비고 있다

내 따뜻한 심장의 숨결 불어넣어
네가 다시 일어난다면
그래서 순하디 순한 눈빛
한없이 긴 목 낭창낭창 드리우고
쿵쿵쿵 춤사위 같은 몸짓으로 내게 온다면
나는 모딜리아니의 긴 목 닮은 너의 모가지
너무 길어서 신음하듯 불안한 너의 모가지
여문 잎새로 만든 화환 하나 걸어주고 싶다

2
화석 되어 붙어있는 뼈 마디마디 사이로
끓어오르는 울음소리
죽지 않고 살아 온 그리움이 매달린 그 소리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을 달려 와
모래사막 넘어가던 지친 노을
속눈썹에 무겁게 걸리고
돌아서는 발끝에 툭툭 채이기도 하는
너의 울음소리 애련하게 가슴에 담은 나는
슬픈 너의 환영(幻影)
기어이 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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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메모 -

인간은 가끔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꿈꾼다.
이미 사라진 것들에 대한 애착도 서늘하도록 슬프다.
먼 훗날 내가 사라질 이 땅에서 까마득히 오래 전에 사라진 것들을 지금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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