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나팔꽃 -손-

2003.12.07 05:32

장태숙 조회 수:438 추천:47

가을 나팔꽃
- 손 -


아직은 살아 있다고
팽팽한 울음이 그곳에 있습니다
계절이 다 지난 후에도
삶의 그늘 한 쪽을 태우고 있습니다
나, 손을 들어 당신을 만졌고
내 손, 청 보라 아프게 물들었습니다

이 손, 놓을 곳이 없습니다

때때로 생의 무덤에 걸려 넘어지던 바람이
내 손을 흔들고 갑니다
나는 흔들리는 내 손을 든 채
벌린 입 속으로 진물 삼키는
모진 영혼을 보았습니다
매미 날개 같이 환한 가을햇살 속
허기를 씹어 먹는
지친 영혼을 보았습니다

도무지 이 손, 놓을 곳이 없습니다


- 우이시 2003년 12월 호에 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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