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생

2004.01.08 23:47

장태숙 조회 수:507 추천:48

거미줄로 바다를 끌어올리는 사람들이 떠 있다
레돈도 비치 피어(Pier)
난간에서 만난 한국 할아버지는 거미다
미끼는 없다
물고기 모양의 금속과 플라스틱 작은 수초들
그것에 속아 덥석 생을 저당 잡히다니!
얼마나 많은 것들이 삶을 속이고 있는가?
바다 속으로 들어가던 팽팽한 거미줄
포물선으로 강하게 휘더니
손바닥만한 물고기 네 마리
굴비처럼 줄줄이 엮여 모습을 드러낸다

"이 고등어 드릴까요?"
카메라 셔터를 눌러주던 거미 할아버지
포만감 가득한 얼굴에 살찐 바다가 담겨있다
담아 줄 비닐봉지 찾는 사이
낚시바늘 탈출해 펄떡펄떡 뛰는 고등어 한 마리
순간, 잽싸게 바다에 던지는 시인 남정 선생
저 고등어 복 많은 물고기라고... 혼잣말처럼.
죽음의 고통을 안다는 듯한 그 처연함

"또 낚시를 물면 어쩌지?"
내 말에 맨하턴 비치에 자주 낚시 간다는 오 작가
"아마 맨하턴 비치로 와서 내 낚시에 잡힐거야"
우리의 상상을
그 복 많은 물고기는 아는 지 모르는 지
돌아오는 길,
파아란 하늘 속에 고등어 한 마리 헤엄치고 있다
그 시퍼런 등줄기
내 뇌혈관까지 들어 와 헤엄치는.

- 우이시 2004년 1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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