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또한 그러했네

2004.01.08 23:51

장태숙 조회 수:436 추천:56

저 혼자 들끓고 있는 황혼 무렵의 저수지
젖은 추억 같은 저녁햇살이 끌고 온
깊은 상념과 그의 붉은 손바닥
수면에 미끄러지네
둥그렇게 파문 지는 물 주름살들
가는 눈을 뜨고
잘박잘박 내 안으로 들어오네
가득 차네

물은 고요했으나 고요하지 않았네
내 가슴께 까지 들썩였으나 견딜 만 했네
영혼의 몸살 앓을 때마다
바늘처럼 온 몸을 찌르며 일어서던 불꽃들
지금, 물의 깃털 속에서 노을 빛 입술들이
울음 하나씩 걷어올리네
삶의 긴장이 잠시 숨을 멈추는 속 아픈 정적
타성의 시간들
어둔 발길로 돌아오는 소리
멀리서 들리네

정말 서러운 것은 사라지는 일이네
생각 많은 저수지
눈동자마다 붉은 꽃잎들
그렁그렁 일렁이네
지워지지 않는 마음 하나 가졌는지
가만히 눈물 글썽이네
저녁 새, 쓸쓸히 날리는 저수지처럼
마른 풀잎 뜯어 날리는
나 또한 그러했네

- 우이시 2004년 1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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