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 하나

2004.03.07 11:54

장태숙 조회 수:514 추천:53

비 그치고
바람 부는 낯선 도시
문득 누군가 이 쪽을 바라본다
29층 호텔방 창유리에 달라붙은
노란 버들잎 하나
참 높이도 날아왔다
바람의 힘이었을까
내 안의 눈동자
조용한 눈길로 바라보며
때로 갈등을 일으켜 비틀거리게 하는

필사적으로 붙어 엿보듯
유리창 안 쪽 지켜보는 버들잎 하나
체감온도 낮은 세상에서 견디는
추운 눈동자
빠져나갈 수도
들어 올 수도 없는
견고한 유리가 갈라놓은 경계
나와 내가 마주선다
일 인치도 안 되는 투명한 벽을 사이에 두고
이쪽과 저쪽의 세계가
얹히는 명치 끝
떼 내지 못하는 눈동자 하나가
점. 점. 점 살아서
가슴을 후벼판다

저 눈빛이 무섭다


- 우이시 2004년 3월호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6 자카란다 2. 장태숙 2004.05.18 575
45 꽃의 장례(葬禮) 장태숙 2004.03.24 609
44 내 옆인디... 장태숙 2004.03.30 652
43 거리(距離) 장태숙 2004.03.24 546
» 눈동자 하나 장태숙 2004.03.07 514
41 그곳에서는 북소리가 난다 장태숙 2004.03.07 551
40 이별이 두려운 사랑 장태숙 2004.02.27 793
39 나 또한 그러했네 장태숙 2004.01.08 436
38 방생 장태숙 2004.01.08 507
37 가을나팔꽃 2. - 여자 - 장태숙 2003.12.12 370
36 가을나팔꽃 -손- 장태숙 2003.12.07 438
35 Re..정토를 찾아 장태숙 2004.02.12 565
34 겨울 발길이 머무는 곳 장태숙 2003.12.07 812
33 서늘한 그날의 슬픔에 대하여 장태숙 2003.11.17 415
32 정리(整理) 장태숙 2003.11.17 318
31 낯익은, 그러나 낯선 장태숙 2003.11.12 340
30 당신에게 갑니다 장태숙 2003.11.12 353
29 황토 장태숙 2003.10.22 293
28 순대 장태숙 2003.09.11 459
27 스프링쿨러 장태숙 2003.09.11 298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31,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