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눈부시지 않게

2008.03.19 02:42

오연희 조회 수:198 추천:13


    이른 봄, 포도밭에서/장태숙 소노마 카운티 언덕의 벌거벗은 포도나무들 울퉁불퉁한 뼈다귀들이 도열해 있다 발등에 차오르는 유채꽃 노란 강물 몸 속 깊이 끌어올려 갈증과 허기 채우고 한기에 담요 덮듯 서로 마음 물고 등 기댄 이른 봄 지금은 잠시 생각에 머물며 침묵할 때 달음질치던 삶을 안으로 안으로 불러들여 다둑일 때 깨어날 즈음 갑자기 불 켠 듯 온 몸의 눈 활짝 뜰 즈음 모든 것 다 내준 물기 가신 마음이 너무 눈부시지 않게 발등에 살랑살랑 차오르는 유채꽃 저 영혼의 맑은 강물 두레박으로 퍼 올려 속살부터 천천히 적셔줄 일이다 닦아줄 일이다 샌프란시스코 만(灣) 푸른 바다 소노마 언덕에 올라서서 시퍼렇게 불침번 서는 이른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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