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진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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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국적불명의 슬픔

2019.01.26 14:46

전희진 조회 수:47

국적불명의 슬픔

전희진

 

 

기억나질 않습니다

아무것도

 

군데군데 함몰된 기억의 지표면은

닿을듯 닿을듯 도달할 수 없는

무중력의 행성

 

며칠 전의 당신에게로 돌아갈 수 없어서

그 시간의 언저리

아침 공기와 산의 뚜렷한 형체만을 자꾸 맴돕니다

 

꽃술 길게 말아 올라간 아름다운

당신의 옆모습을 책갈피에 붙박아 둡니다

붙박히는 당신

의 가슴에 오래된 눈발이 날립니다

 

불분명한,

나를 잃어버리고

나라를 잃어버린 것처럼

국적불명의  슬픔에 빠집니다

노을이 될 수 없는 산과 집들이 어둠에 물들고

 

노을에서 빠져나와

나는 잠깐동안 설웁습니다 *

 

 

 

 

*허은실의 “나는 잠깐 설웁다”


--시집' 우울과 달빛과 나란히 눕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