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8 23:45
선글라스의 귀환
전희진
두 눈이 쑥 들어간 노모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쓰고 찍는 경향입니다
심술이 잔뜩 나서 딸년은 목젖이 부어오른 목소리로
오늘따라 웃어보란 말도 해주지 않습니다 셔터를 팡팡 눌러대는 경향입니다 장님같다는 말은 차마 삼킵니다
평생을 엎질러진 실핏줄처럼 그녀의 두 눈을 아른거리던 딸년이 오늘따라 마땅해 보이지가 않고
막다른 길을 어서 넘어가고 싶은 애꿎은 오후가 베란다를 뒤집습니다
속마음을 들킨 하얀 면내의가 뒤집히다 말고 쨍강, 태양의 민낯을 구릅니다
-2020년 시와시학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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