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9 16:27
무모한 사람
전희진
시가 나를 좋아하건 말건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좋아하는 시를 읽고 있으면 멀고 먼 내가 탁 풀려요 심성이 착한 사람이 돼요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당신을 좋아하게 돼요 마치 목적지도 없이 달리는 기차 같이 당돌해져요
모모하다구요 무모하다고요 모모는 섬세하고 무모는 나의 전 생애이며 가족력이지요
당신의 거리를 읽는데 가야금과 양금의 구슬픈 가락에 현의 숨통이 곧 끊어질 것 같아요
내 귀를 자꾸 파고드는 거예요
자작자작 성벽에 들이치는 궁궐의 비는 밤거리를 채찍질하고 맹렬한 말발굽 소리가 밤새 들려 와요
귓속에 달팽이관의 달팽이들이 미친 듯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아요
일주일째 이어지는 이어져야 하는 꿈나라의 이야기를 아세요?
알리바바를 아세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들을 아세요?
오늘도 내일도 다다음날도 목적지도 없이 매일매일, 귀를 파고드는 민요 가락이
오늘은 총기상에 들려서 총을 구입해야 겠어요
-외지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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