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4 16:45
왜 진짜 슬플 땐 멀뚱멀뚱 눈물이 나오지 않는 거니?/전희진
감자껍질을 벗기다
엄지 손마디 살점까지 벗겼다
반창고를 가지러 가는 사이
부엌에서 거실을 지나 방 둘을 건너 화장실
비상약통에서 반창고 사이즈를 눈어림으로 맞추는 사이
그제서야 피가 흘러내렸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생각난 듯이
엄마가 돌아가셨다는데 울음은 나오지 않고
백화점에 가서 처음으로 맘에 드는 검은색 장례복 정장을 샀다
아프진 않은데 뚝뚝 숨을 끊으며
엄마가 비에 떠내려갈 것 같아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에 쭈그려 앉은 엄마가
비에 둥둥 떠내려갈 것 같아
계단들의 귀가 아프도록
울음과 울음 사이는 무엇이 있길래
생각나면 우는 어린아이처럼
긴 생각 끝에 손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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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세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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