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4 16:55
설산의 전설 /전희진
퍼붓는 눈발처럼 길게 목을 늘어뜨리며
급행열차는 달리고 있다
비람비와 다울라를 지나 설국의 만년 속으로
미지의 대륙을 횡단하는,
돌이키기엔 너무 늦은 시간
흘러버린 호수의 밑바닥으로부터
긴 머리채를 끌어 올리며
걸어 나오는 여자의 몸이
물방울 하나 없이 매끄럽다
처녀의 성같은
깊고도 창백하게 흔들리는 수면 위로
오래전에 빠져죽은 시간의
시침 분침 초침의 팔들과 발들이 유빙처럼 떠다닌다
몸을 잃어버린 시간은
그날 이후로 자라지 않는다
산을 뒤덮은 두터운
구름층 사이로 빙원을 떠돌다 얼음에 갇혀버린
누군가를 부르는
한 사내의 음성이 들려온다
히말라야! 히말라야! 히말라야!
-미주문학,2018년 가을호-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4 | 하늘로 날아간 두 마리의 학_영화 '맨발의 청춘'(시네에세이) | 전희진 | 2020.05.08 | 55 |
33 | 성묘 | 전희진 | 2019.01.22 | 54 |
32 | 새 | 전희진 | 2022.03.31 | 53 |
31 | 9월 | 전희진 | 2019.01.21 | 53 |
30 | 각시꽃 | 전희진 | 2019.01.14 | 53 |
29 | 맹장을 앓다 | 전희진 | 2019.01.29 | 52 |
28 | 둥근비 | 전희진 | 2019.01.21 | 52 |
27 | 제4회 시와정신시인상 수상작 | 전희진 | 2019.01.14 | 51 |
26 | 우울과 달빛과 나란히 눕다 | 전희진 | 2019.01.10 | 51 |
25 | 서머타임 | 전희진 | 2019.01.14 | 50 |
24 | 소쩍새/전희진 | 전희진 | 2019.01.13 | 50 |
23 | 졸음 | 전희진 | 2019.01.14 | 49 |
22 | 토스터에서 두 쪽의 빵이 구워나오길 기다리는 시간 | 전희진 | 2020.03.03 | 48 |
21 | 국적불명의 슬픔 | 전희진 | 2019.01.26 | 47 |
» | 설산의 전설 | 전희진 | 2019.01.14 | 47 |
19 | 최저임금 | 전희진 | 2019.01.14 | 44 |
18 | 우리는 습관성 | 전희진 | 2020.12.03 | 38 |
17 | 분재 외 1편 | 전희진 | 2019.01.14 | 38 |
16 | 일상의 무늬 | 전희진 | 2020.04.16 | 36 |
15 | 모나크나비의 꿈속에 있었네 | 전희진 | 2024.01.19 | 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