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3 11:02
우리는 습관성
전희진
단 세 번 하루에
밥상 앞에 모입니다
모여서 우리는 부부입니다
우리는 하루 세 번 흩어집니다
각자의 견해를 위해서
매일 매일 집어 드는 조간신문처럼 찢어지는 경제면과 사회면
서로의 신념은 막강하니까요
같은 말을 반복하고 반복해도 고쳐지지 않는
오른편 왼편 닳는 뒷굽의 자세
서로의 안위를 묵음으로 터득하고
대추나무 아래서 가지를 흔듭니다 가을에
다람쥐와 새들이 먹고 남은 반쯤은 우리 차례, 진실로 우리란 말이 가능해집니다
우르르 쏟아지는 대추 알들을 보며 대추 알처럼 붉어지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쾌활해집니다 가을에
흩어졌다가 모이면 아침입니다
흔적도 없이 눈물이 사라집니다
습관성 계절 하나가 지나갑니다
-미주문학 여름호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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