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1 03:49
9월/ 전희진
햇살이 그늘을 자주자주 옮겼다
집 안팎을 들락날락
푹신한 베개를 가져오고
읽지 않을 책들을 평상으로 가져 왔는데
새파란 하늘이 못 견디게 애처로워 보였다
블루베리 풍선껌을 씹는 아이로 착각할 뻔했다
비행기가 하얀 실금을 긋고 지나간 뒤
파란색 때문에
베개가 너무 푹신해서
다시 집안에 들어가서 자켙을 꺼내 입었다
사막에 핀 풀들의 이름을 아직도 몰라 늘 미안했다
흔들바위꽃, 하고 가만히 부르기도 하였는데
그네가 나를 밀 때마다 꽃들도 흔들렸다
왼쪽이 오른쪽으로
오른쪽꽃이 왼쪽으로 흔들렸다
생이 죽음 쪽으로 흔들릴 수 있을것 같았다 그럴수록
15분마다 햇볕으로 더 나아가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렇게 지구는 돌고
태양은 줏대 없는 사람처럼
자신이 넘어갈 산의 위치를 허겁지겁
이 산에서 저 산으로 옮겼다
우주의 모든 생과 사는 흔들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시를 단념하리라는 나의 굳은 생각도 흔들렸다 나는 또
햇볕 쪽으로 한 뼘 앞으로 나아갔다
맨발이 햇볕에 하얀 비둘기처럼 노출되었는데
--시집 '우울과 달빛과 나란히 눕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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