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y Man

2003.01.30 05:58

전상미 조회 수:341 추천:18

한 집에 오래 살다 보니 집 여기저기 작은 손질 할 곳 들이 있었다.
마침 오륙년전에 이곳저곳을 고쳐주던 Handy Man 이 일거리가 없느냐고 찾아왔다. 그는 앞이빨이 다 빠져나가고 많이 늙어 있었다. 나보고 아직도 교회에 나가느냐고 물었다. 자기도 어느 교회에 나간다고 했다. 그는 60살이 훨씬 넘어 보이는 미국인이다.
너무 늙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망설이는데. . . .
슬프고 고단한 그의 눈동자를 보니 별 어려운일도 아니고 해서 일을 하기로 했다. 800불을 달라고 해 그러라고 했다. 일을 계약하면서 반값인 400불을 선불로 주어야 한다고 해서 주었다.
다음날 오후에 와서 아주 조금 일을 하고 갔다.
다 떨어진 셔쓰를 입고 있어 나는 한번도 입지 않은 새 셔쓰를 주었다.
또 다음날 늦게 와서 연장만 잔뜩 늘어놓고 한시간도 채 안되 가 버렸다. 슬슬 화가 나기 시작 했지만 참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그가 와서 200불을 더 달란다. 어린아이가 있는데 음식도 다 떨어지고 방값을 오늘 꼭 내야 한단다.
나는 조금 화가 나서 그랬다. 일은 하나도 안 하고 돈 만 달라느냐고. . . 물론 돈은 주지 않았다. 그날은 일을 조금 더하고 갔다. 저녁때 나는 후회를 했다. 그렇게 어려운 사정인데 더구나 어린아이까지 있다는데. . 돈을 주어야 했다. 그날 밤 나는 200불짜리 수표를 써놓고 나의 행동에 용서를 비는 기도를 하고 잤다.
다음날 아침10시 쯤 그가 나타났다. 일하는 그의 굽은 등을 보면서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얼른 그에게로 가서 수표를 주고 어제 못 주어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는 아주 행복해 하며 고마워 했다. 아이가 몇 살이나 됩니까? 나의 물음에 그는 이제 10살 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딸도 아니고 손녀딸인가 하는 생각이 났지만 너무 캐 묻는것 같아 참았다. 일을 하는 그를 밖에 두고 집으로 들어와 가만히 생각하니까 오륙년전에도 그가 아이가 있다고 슬프게 말했고 그아이가 10살이라고 그랬었다. 그때도 아이때문에 돈을 미리 가져가고 일을 오래오래 해 화났던 일이 떠 올랐다.
나는 혼자서 웃다가 밖을 내다보니 그는 벌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도 나는 그를 믿는다. 언제인가는 저 일들을 다 끝낼 것이라고. . . .그리고 5년후에 그를 다시 만나게되면 그 아이는 15살이고 그럴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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