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샘 제 4 장

2003.04.23 08:54

전상미 조회 수:981 추천:93

강진우가 고은미를 데리고 간 찻집은 인사동에 있었다.
찻집이라기 보다는 아담한 예술품 전시장 같았다. 추상화와 동양화가 적당히 어울려 걸려있고 선반위에는 각종 도자기들이 품위있게 진열되어 있다. 은은한 가야금 소리가 잔잔히 흘렀다.
자주빛 방석이 깔려있는 자리가 있고 자개상이 가운데 있는 테이블이 있었다. 강진우는 테이블로 고은미를 안내했다. 의자가 푹신했다. 녹두빛 개량한복을 입은 아주 젊은 여인이 냄새가 구수한 옥수수차를 가져왔다. 그가 모과차를 주문했다 . 고은미도 이 찻집에서 제일 맛있다는 모과차를 주문했다.
약간 푸른색 조명이 찻집의 분위기를 낭만적으로 만들어 내었다. 방석자리에 중년남녀가 마주 앉아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부부일까. . .어쩐지 부부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여자의 눈빛이 조심스럽게 이쪽을 마주본다. 그쪽에서도 저들은 애인사이일까 하고 궁금해 할 것이다. 강진우는 고개를 돌려가며 찻집 안을 살펴보는 고은미를 본다. 가까이 마주 앉아 보니 피부가 곱다고 느낀다. 입술이 탄력있다. 섹시하다. 그녀의 눈은 깊고 맑았다. 그녀는 자연그럽게 숄을 어깨로부터 거두어 가지런히 접어 옆 의자에 놓는다.
V 자로 파진 검은원피스 속으로 햐얀 가슴이 봉긋이 솟아 나온것을 보는 순간 강진우는 강한 흥분이 몸속으로 퍼짐을 느낀다. 기분 좋은 흥분이었다.
"이 찻집 주인이 예술가지요. 그림도 그리고 도자기도 굽고 시도 쓰고. . .30대 초반인데 아직 미혼여성입니다"
예술가라면 머리는 길게 늘어뜨리고 화장은 하지 않았을 터이고
답배를 멋지게 꼬나물은 여자로 상상되어 진다. 찻집 분위기에 맞게 한복을 입었을 것이다. 모과차가 연한 노란색 도자기잔에 담겨 약식과 함께 나왔다. 향기가 아주 좋았다. 고은미가 한모금 마신다. 모과의 뜳은맛이 없이 새콤하게 맛있다. 찻잔을 들은 고은미의 손은 아름다웠다. 손톱은 연한 핑크색으로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다. 강진우는 고은미의 손을 잡고 싶은 욕망을 참는다.
찻집의 분위기에 고은미는 정말로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둘이서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인데도 아주 오래 된 사이처럼 친근감에 싸인다. 그들은 낯선 침묵속으로 들어간다. 이상한 흥분이 전신을 읇었다. 나른한 무력감이 신경속으로 섬세하게 침투한다. 이 기분은 무엇일까? 가야금 소리가 피아노 소리로 바뀐다.
"요즈음 유행하는 퓨전찻집이네요" 고은미가 살포시 웃으면서 한 말이다. 강진우가 따라 웃는다. 그가 웃을때 고은미는 그에게 끌려간다. 그가 상처하고 독신이라는 것 아들 하나가 있는데 미국에 유학중이다. 그의 회사가 실속있게 단단하다는 사실이 고은미가 알고 있는 전부다. 그들의 침묵을 깬 사람은 찻집주인이었다
"강회장님 오셨어요?" 고은미가 상상한 주인여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찻집주인은 유행하는 바람버리를 짧게 했고 몸에 꽉끼는 빨간색 셔스에 역시 몸에 착 달라붇는 하얀색 칠부바지를 입었다. 노란색으로 염색한 머리가 아주 잘 어울렸다. 찻집주인의 피부는 장미빛으로 발그레 했고 앞가슴은 풍만했다. 키도 훤칠하게 컸다. 자신에게 항상 우월감을 가졌던 고은미가 찻집주인을 보고 질투를 느낀다. 그 여자의 젊음과 당당함에 고은미는 기가 질렸다. 더구나 강진우를 바라보는 뜨거운 눈빛에 더욱 그랬다. 찻집주인은 긴 다리를 꼬면서 강진우의 옆 의자에 앉았다. 그 여자를 찬찬히 바라 보면서 고은미는 안심의 미소를 띠었다. 그녀의 오똑한 코와 쌍가풀진 커다란 눈은 성형수술의 힘이었기 때문이다. 찻집주인은 성형수술로 만들어진 얼굴로 고은미에게 야릇한 시선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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