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진 핸드폰은 신호음을 울리지 않는다

2003.07.13 00:54

전지은 조회 수:1017 추천:61

출근 시간은 늘 안개 속에 있다. 십 년이나 같은 길을 다녔어도 뿌우연 안개 속에서 시작하는 하루는 알 수가 없다. 병원은 언제부터 공원묘지 옆에 자리 잡게 되었을까.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손님은 작은 길을 가운데 두고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를 결정한다. 차는 다행이 좌회전하여 주차장 끝에 서서히 선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각각 다른 두 세상엔 늘 손님이 북적댄다. 길 건너 푸른 잔디로 덮인 끝없이 넓은 봉분 없는 무덤들은 안개 속에서 각각의 사연을 안고 흐물거린다.
안개 사이로 삐죽 나온 철문은 한여름에도 서늘한 한기를 전해준다. 지난달 새로 장치한 자동 개폐문의 읽음 장치는 오늘도 고장이다. 사람의 그림자를 감지하고 문을 열어 준다지만 비처럼 내리는 안개가 만든 습기는 센서의 오작 동을 연발시킨다.
새벽 출근을 하는 직원들의 잰걸음들이 탁탁 아스팔트를 치고 와 다급하게 손잡이를 누르면 느린 자동문은 서서히 기지개를 켜듯 안쪽으로 열린다. 문이 열 릴 때마다 건물 속의 따스함은 예리한 것에 찔리기라도 한 듯 몸을 움츠려 사린다. 입구는 늘 조용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복도의 몇 코너를 돌아야만 커피 메이커 앞에서 새로 뽑혀 나온 향긋한 커피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두런거림으로 또 하루의 아침이 열리고 있음을 안다. 작은 카푸치노 한잔이라도 손에 들려야 입구보다 더욱 두꺼운 벽 속의 자동 철문을 누를 수 있다.
폐부까지 따뜻해지는 커피를 조금씩 아껴 마신다. 인이 박힌 카페인 중독은 입 속에 커피를 한 모금 물고 굴리며 서서히 넘기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독특한 향과 맛을 음미하는 맛. 커피가 없었더라면 아침은 늘 멍청할 것이다.
악센트가 유난히 심한 필리핀 간호사는 왓에버, 라는 말을 자주 쓴다. 쓸데없이 부치는 왓에버, 소리에 신경은 곤두서고 카페인까지 더한 머리 속은 햇볕에 안개 걷히듯 하얗게 맑아져 온다. 갑자기 전신엔 에너지가 솟고 무엇인가 빨리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다. 몸은 가벼워지고 둥둥 떠가는 걸음. 중환자 실은 언제나 오월 난장 같다. 색깔이 다른 모니터에선 각각의 리듬들을 군무로 어울려 놓고, 경보 음들은 또 다른 톤들로 우리들의 시선을 기다린다. 마우스를 움직이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소리를 죽여 보아도 고장난 라디오의 신호음처럼 삑삑 거릴 뿐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확인하게 만들고 마는 기계들 속에서 발걸음은 빨라진다.
예외 없이 중환자 실의 환자들 중에서도 가장 중환을 맡아야 하는 것은 누구의 잘잘못이 아니라 내 오만에서 시작되었다. 잘난 척 하지 않았더라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척 하지 않았더라면 매일 아침의 어싸인먼트에 별 불만 없이 일하며 똑같은 액수의 봉급이 자동으로 입금될 터이다. 작은 체구, 필리핀 간호사 보다 더 심한 악센트가 있는 영어를 쓰는 자격지심에 잘난 척 나서야 했고, 힘든 일들이 내게는 꼭 맞는 양 유난을 떨었다. 잘난 척도 해본 사람이라야 된다던가 한동안 공주병 삼기쯤 되었던 터이고 보면 이 정도의 난 척은 일도 아니었다.
11시까지 5호실 환자 위층으로 올려 보내고 심장 수술 환자를 돌보아요. 테이프를 틀었는지, 어제도 그제도 똑같은 나의 어싸인먼트이다. 또 종일 잰걸음을 치겠군. 마지막 남은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목에 청진기를 건다. 가능하면 빨리 환자를 위층으로 올려 보내야 한다. 쉬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다. 바람이 일 듯 잽싸게 몸을 돌리며 연결된 것들을 분리시키고, 환자를 흔들어 깨우곤, 모든 것이 다 좋아져서 위층으로 가는 것이라며 축하한다는 말을 연신 해댄다. 수술 후 한잠도 숙면을 취하지 못했을 환자는 이른 아침 선잠이 깨어 좀 천천히 하자고. 어제 수술 받은 부위가 이렇게 움직여도 되는지, 심한 통증은 괜찮은 것인지, 매달려 있는 모든 기구들은 어디에 쓰는 것인지, 수술 후의 상태는 어떤지, 등등 수 없는 질문을 쏟아내도 롤러스케이트에 카페인 엔진을 단 나는 일사천리로 몰아 붙인다. 회오리바람이 몰려 왔다간 폭풍 후처럼 환자에게 매달려 있던 것들이 떨어져 나간다. 입맛이 뚝 떨어져 물 한 컵도 못 마시겠다는 것을 억지로 빨대까지 준비해 코앞에 갖다 놓으며 환자가 얼마나 빨리 회복되고 있는지를 장날 싸구려 약장수처럼 떠벌린다. 빠른 말은 악센트를 더해 주고 상대방의 파든 미, 익스큐즈 미의 연발에도 아랑곳없이 나의 말초 혈관은 팽팽히 긴장되어 터질듯하다. 빠른 말과 빠른 손놀림에 질린 환자는 꼭두각시처럼 잘 따라한다. 저쪽에서 꼼짝 못하도록 이쪽에서 먼저 설치는 것은 나의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다. 작은 몸체에 우아한 목소리로 차분히 말을 할라치면 이쪽의 깍듯함을 짓뭉개려는 코 큰 인간들과의 역학관계가 있고 난 후부터.
처음엔 겁이 나서 고분고분했고, 뭘 몰라 조용조용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움츠리고 작아지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상대방의 몸집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어 비쳤고 더 이상 쪼그라들 것이 없었다. 많은 부서 중에서 유독 중환자 실을 고집했던 것도 좀더 거세 지려는 나의 몸부림이었다. 숨막히는 숨바꼭질 놀음과 튀어나고 팽팽히 늘어난 고무줄 같은 긴장감의 연속. 언제쯤 반동 현상으로 엇나간 고무줄은 탄력을 잃고 제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늘어지거나 탁, 소리 내며 끊어질까.
환자가 나간 방은 그야말로 쓰레기장이다. 떨어진 휴지 조각들. 쓰다 남은 반창고, 일회용 변기, 세수 대야, 물 컵, 약컵 등등. 장날이 파하고 나면 난장거리엔 허접 쓰레기들이 산재했다. 시들은 야채들은 떨이에도 팔려나가지 못하고 나동그라졌어도 석양은 아름다운 그림자를 드리운 채 하늘을 곱게 물들였다. 칭얼거리는 늦둥이를 업고, 똬리를 틀어 머리에 얹고 양동이를 이는 중년 여인의 이마엔 주름이 깊었다. 긴 한숨은 붉은 하늘로 날아들고 몸을 일으키는 힘겨운 또 하루의 저물 녘. 환자가 나간 5호 실을 쳐다보며 왜 그 장날을 생각했을까. 알 수 없는 기억의 한 토막은 오수 속의 꿈처럼 날아든다.
서서히 움직여 수술 후 환자의 프로파일을 찾는다. 약간의 병력과 나이 성별, 체중과 키 정도만 알면 수술 후 중환자 실로 들어 올 이의 상태를 짐작 할 수 있으련만 컴퓨터엔 필요 이상의 정보들이 홍수를 이룬다. 그 페이지를 읽지 않으면, 최소한 한가지 이상이라도 클릭하지 않으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 가지 않게 되 있는 환자 프로 파일용 프로그램은 시간을 죽이는데는 안성맞춤이다. 마우스를 올려보고 내려보고 쓸데없는 키보드를 툭툭 쳐가며 시시콜콜 그의 과거와 현재를 드려다 보는 재미. 흥미 이전에 전혀 생면부지인 사람을 속속들이 알게 해 준다. 수술과 세 번 이혼한 것과 무슨 관계일까. 전처를 만나면 혈압이 올라 위험한 상태가 된다던가, 삼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아이들을 보게 된다면 그 충격에 인공호흡기를 입에 매단 채 벌떡 일어나 앉기라도 한단 말인가.

"코드 99, 수술실, 9679. 직원전용 휴게실, 코드 99, 수술실......."
숨 넘어 갈 듯 소리를 질러대는 전화교환의 목소리. 스피커를 타고 병원 전체를 흔든다. 휴게실? 청진기를 목에 건 채 자동 발진 피스톨처럼, 용수철이 튀듯 몸을 일으켜 뛴다. 복도에서 만난 이들도 도대체 누가 무슨 일이냐는 표정이다. 30초나 지났을까. 금새 수술실 입구는 북새통이다. 청원경찰이 제재를 한다. 중 환자실 간호사요. 난. 코드 99의 팀장이란 말이요. 숨 넘어갈 듯한 소리에도 물론 액센트가 톡톡 튄다. 스스로도 거슬리지만 마음이 바쁘면 말은 더욱 안 되는 것을.
이미 그는 의식이 없다. 가는 맥박과 풀린 동공,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심전도. 혈압이 잡히지 않고 숨쉬지 않는 것을 알았을 때, 그의 가슴엔 이미 그 보다 더 큰 덩치의 손들이 올라가 가슴을 짓누른다. 또 다른 이는 인공 호흡기를 걸기 위해 입 속으로 커다란 관을 넣는다. 한번 반항도 없이 쑥 들어가 버린 플라스틱 관. 산소를 연결하고 앰부 백을 계속 누르고 끽끽거리는 소리들 사이론 계속 빠른 손놀림들이 심폐 소생술을 계속한다. 이유가 뭐지? 얼마나 의식이 없었지? 어떻게 된 일이야? 어느 방에서 수술하다 나온 거야? 숨 넘어갈 듯 물어 보는 수술실장이다. 심장 수술 방에서 수술 중이였는데 화장실 간다며 나가서는 20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순환간호사가 여기 저기 이름을 부르며 다니고 비퍼를 치고 페이징을 해도 반응이 없었어요. 수술을 잠시 멈추고 마취가 다시 진행될 때까지 기다려야했던 집도의가 몹시 화를 내며 화장실이라도 한번 열어보라고 했지요. 안쪽으로 잠긴 문이 열리지 않고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자 청소원을 불러서 문을 따게 했어요. 변기에 앉았던 자세로 앞으로 꼬꾸라진 채 의식이 없는 그를 발견했지요. 바로 코드 99를 부르기는 했지만.
순환 간호사가 장황스럽게 상황설명을 하는 중에도 심폐 소생술은 계속된다. 전기 충격을 몇 번이나 가했는지 가슴 부위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주렁주렁 매달린 주사약들과 사람을 살리는데 유효하다는 응급 약들이 널려져 있다. 어떤 약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몇 개나 썼는지는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세어볼 모양이고 지금은 그의 심장이 다시 뛰기만을 위해 쏟아 부은 온갖 약병들이 흐트러져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뜯어 시들어 가는 장식 추리 아래에 펼쳐 놓은 모양이다. 알록달록한 주사약 상자들, 자신을 먼저 쳐다봐 달라는 듯이 형광 색깔을 한 것들. 작고 큰 주사기들.
"가슴을 열어! 심장 마사지라도 해야지"
그와 가장 가까웠을 동료의 외마디 비명 같은 소리에 모두들 움칠한다. 들것에 옮겨실어라. 수술기구들을 이리로 가져와, 라는 소리들이 윙윙거리며 지난다. 북새통 속에 멍청해 질 수 있는 것은 그래도 다행이다. 바로 옆방 수술대 위로 그를 끌어가는데는 예닐곱의 장정이 필요했다. 이미 끈을 놓아버린 몸뚱아리. 세상의 무게까지 싣고 주체 할 수 없이 무겁다. 겨우 옮겨진 것에 예리한 메스를 대기 시작했을 때 시선을 한곳에 둘 수 없었다. 그림자가 지지 않는 수술실용 무영등은 둥근 낮 달처럼 방 한가운데 떴다. 비릿한 피 냄새와 가슴뼈를 자르는 전기톱 소리 사이로 팔엔 소름이 쫙 돋는다. 등골이 싸늘해지더니 손엔 식은땀이 벤다. 그 속에서 누군가 혈액 실로 뛰어 가는 모습이 보인다. 피하고 싶은 시선 속에 잡힌 것은 푸른 장갑이 가슴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전율 같은 떨림이 전신에 전해진다.
뒷걸음질치며 수술 방을 나왔다. 그가 쓰러져있던 화장실과 그 입구는 난장판이다. 폭풍이 지난 간 자리, 붉은 비닐이 씌워진 혈액과 오염된 물질들을 분류해 넣는 쓰레기통을 끌고 왔다. 허리를 굽혀 하나씩 집어내며 난 아직 맨손이다. 푸른색 고무 장갑을 낀다. 빠른 속도로 돌개바람, 회오리바람이 지나고 간 폭풍 후의 잔해들을 치우며 신경은 잔뜩 옆방으로 가있다.
수술실 입구를 지키던 청원 경찰이 들어오며 그의 아내가 도착했다고 알려줬다. 갓 스물이나 되었을까. 차라리 그의 딸이라 했더라면 더 나을법한 앳된 얼굴이다. 무더기의 사람들 속으로 밀려들어온 질린 듯한 표정의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누군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당신의 남편이 화장실에서 쓰러졌고..... 의식불명이고 심장도 거의 멈추었는데..... 다시 살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는... 지금도 계속 중이라는...
"약 때문인가요"
그 여자의 목소리는 떨린다. 약이라니 무슨? 푸른 장갑은 피범벅이 되어 초콜릿색이 된 그의 동료가 헤집어진 가슴속에서 손을 꺼내며 묻는다.
"모르셨나요? 그는 지독한 마약 중독 이였는데....."
체념한 듯한 그 여자의 목소리가 땅으로 기어든다.
"그만 하세요. 살릴 수 없다면."
여전히 기어드는 소리로 옆에 있던 수술실 간호사에게 말한다. 심전도의 리듬은 그의 손놀림에 따라 커졌다간 작아지고 제 멋대로다. 혈압이 안 잡힌 것은 이미 오래되었다. 심폐 소생술을 시작하면서 연결시켜 놓았던 인공호흡기만 규칙적으로 푹푹 거리는 자동 음을 낸다. 누가 말하지 않았어도 잠시 침묵이 흐른 건 아마 우리들이 인정해야하는 한계 때문일 것이다. 열린 가슴속으로 드러난 살점들은 흉하다 못해 토악질을 일으킨다. 저쪽 타월을 펼쳐서 가슴이나 좀 덮어요. 장의사에게 연락하기 전, 검시관이 와야겠지요. 수술 실장이 무거운 톤으로 말한다. 경찰에 연락해야하나요. 글쎄요...
대충 손으로 주워 넣은 것들이 쓰레기통을 반 이상이나 채웠다.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여자의 어깨를 가만히 잡았다. 금발 밑으로 만져지는 어깨는 생각보다 각졌다. 저쪽에 기대서기라도 해요. 여자는 시키는 대로 걸음을 옮긴다. 한 방울 눈물도 흘리지 못하는 것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사실, 커다란 바위 덩이가 눈앞에 닥쳤을 때의 심정이랄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 때문에 온 공황 상태일 것이고 그럴 땐 무감각해져 버리는 것이 그녀에겐 편할지도 모른다.
상황이 끝나자 모두는 허탈한 걸음으로 제자리로 돌아간다. 복도에 가득한 지인 들의 곡성과 웅성거림은 가끔 출근길에 들렸던 공동묘지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언제 왔는지 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위기조종자가 몇 명이나 우리들 곁으로 다가온다. 하나씩 어깨를 잡아 주거나 포옹을 해준다. 전신의 기운이 빠져나간 허탈감으로 중환자 실로 돌아왔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숨 넘어갈 듯 물어 대는 이들에게 포위되어 몸도 마음도 휘청 이고 냉수를 한잔 청해 마셨다. 의자에 앉으며 유니폼 군데군데에 얼룩져 있는 선혈을 본다. 아직 마르지 않고 젖은 채 인 것도 있다. 누군가 옥시풀을 내 주지만 그냥 둔다. 땅이 꺼질 듯 내뱉는 깊은 한숨에 모여들었던 동료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아무리 남의 이야기에 여분의 시간을 죽이는 중 환자실 직원들이 라지만 어떻게 된 정황인지를 추측하는 사람도 가십거리로 떠벌리는 사람도 없다.
얼마를 멍청히 앉아 있었을까. 소동을 치기 전 준비하고 있었던 환자의 방이 눈에 들어온다. 그의 수술 중에 일어난 일이니 환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열 개가 넘는 수술 방에서 일하던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전부 몰려 나왔던 것이 아니고 보면 다른 방에선 수술이 계속 되고 있을까. 그가 마취를 걸고 있던 환자는 누가 맡아 계속 하였을까. 환자는 언제쯤 중환자 실로 돌아오려나. 전화를 걸어 알아볼까 하다가 다시 수술실로 가보기로 한 것은 경황이 없을 수술실 직원들을 위해서였고 그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사를 온 첫해 중 환자실에선 의료 사고가 있었다. 용량을 확인하지 않고 건네준 대로 주사를 했던 신출내기 간호사. 그 주사를 맞은 환자는 발작 비슷한 것을 몇 분이나 계속했고 영영 의식이 회복되지 않았다.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의사인 그와 간호사인 나. 어느 누구도 먼저 그이야기를 재탕하지 않았다. 둘의 묵계 속에 환자는 수술 후 합병증으로 심한 뇌졸중이 발생되었다고 진료기록에 적혀 있었다.
웅성거리는 복도, 누가 청했는지 커다란 로고를 붙인 지방 텔레비전 방송국의 카메라도 보이고 화장이 짙은 앵커우먼도 금방 눈에 띤다. 카메라를 들이 대고 수술실 앞엔 노란 리본으로 줄을 치고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한다. 병원 청원 경찰과 원장 수녀, 원목 등등 명찰을 단 몇몇이 복도에서 서성거린다. 다시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왔다. 그제야 동료들은 어떻게 된 사연인지를 물어왔다.
코드 99, 한 두 번 보냐? 그렇게 말은 시작됐다.
심장마비였어. 수술 중에. 그것도 심장 수술 중에. 잠시 화장실 간다고 나갔다는데 20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자, 찾기 시작했고 30분이 넘었을 때야 화장실이 너무 오래 잠긴 것을 알고 문을 따고 들어갔는데 말이야. 이미 그는 숨이 멎고 겨우 약하게 심장이 움직이고있었던 거야. 심장이 뛰는 것과 움직이는 것과 다르잖아. 이미 거의 죽었는데 우린 할 수 있는 일을 다했어. 가슴을 열고 심장 마사지까지 했으니까. 누군가 끼어 들었다. 그 와이프 연락되었어. 그래. 그 자리에 도착했는데 넋이 나갔는지 눈물 한 방울 못 흘리더라, 와들와들 사시나무 떨듯 떨고만 있고 말이야. 그렇겠지, 이제 겨우 스물을 넘겼는데. 아기가 삼 개월이야. 지난달엔 그의 엄마가 죽었지. 유방암이라나 그랬는데. 죽은 그 마취의사 탐은 아마 굉장한 마마보이였다지. 엄마의 죽음으로 무척 상심했었데. 아기 낳고 한동안은 밝은 표정이더니 엄마 때문에 또 약을 했을까? 앤지의 목소리는 사뭇 고조되어 있다. 무슨 대단한 것을 알아내기라도 했듯이 떠든다. 앤지는 어떻게 그의 사생활을 다 알까. 앤지에게 꼬투리 하나라도 잡히면 풍선처럼 부풀려져 전 직원이 다 알게 된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약 때문이라는 것 같애. 그 와이프의 첫 물음이 약 때문이냐고 했거든. 오래 전부터 알고있었던 같애. 그렇다는 확신보다 그런 것 같애, 라고 말꼬리를 흐린 것은 아무 것도 확인된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마취의사가 약을 하다 죽다니. 그것도 수술 중에. 수술하는 몇 시간 동안을 참을 수 없었다면 그는 정말 중증이었을까. 얼마나 오랫동안 그는 환자용 마취제를 스스로 사용하며 취해 갔을까. 약에 취하면 몽롱해 지고 분별력이 떨어질텐데 그런 상황에서 환자들에게 마취를 걸고 그의 손에 목숨을 맡긴 채 수술을 받아야 했다니. 수술실 내의 동료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며 같은 의료인의 입장에서 얼마나 감싸주고 모르는 척 해주었을까. 오늘 그의 죽음은, 지금의 이 사고는 우리들 중의 누구에 의해서 방치되고 간과되었던 일련의 사건이 아닐까.
그가 맡았던 수술 후 환자들은 대부분 안정된 상태로 돌아왔다. 혈압과 맥박은 물론이고 체온까지 정상이 된 후에야 환자를 중환자 실로 옮겼다. 연결된 많은 플라스틱 관과 모니터의 줄들이 하나 빠진 것 없고 환자 인계를 해 줄 때도 처음부터 끝까지 또박또박 신경을 써서 알려주었다. 가끔 미심쩍은 것들에 여러 번 질문을 해도 빠짐 없이 대답을 해 주었던 그. 인계가 끝나면 병실의 한구석에 서서 환자를 옮겨오는 동안의 일을 상세히 기록하곤 했다. 수술실에서 중환자 실까지 이동해 오는데는 채 일분이 걸리지 않았지만 환자만 옮겨 놓곤 부리나케 빠져나가는 다른 마취의들 과는 사뭇 달랐다. 인계를 받은 간호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환자의 상태가 확실하게 안정되는 것을 살폈던 그. 그는 다시는 악몽을 꾸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내 오만이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다고 믿었던 것처럼.
퇴근시간이 가까웠는데도 직원들 모두는 삼삼오오 모여 서서 가십의 꽃을 피운다. 돌아오기로 한 환자는 예정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지났는데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 걱정스런 환자 보호자들의 서성대는 모습들이 보호자 대기실을 떠날 줄 모른다.
한 동안 우리는 그의 이야기로 풍선을 불 것이다. 어느 날 불어넣은 바람을 이기지 못해 부풀어질 때로 부풀어진 풍선이 찢어 질 때까지. 풍선은 구석구석으로 날려가 쉬었다간 돌아오고, 터진 후의 조각들은 몰 품 없는 잔해가 되어 시들어 가는 씨레기처럼 후줄근함으로 숨어있을 것이다. 진공청소기가 돌아가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간 가십들은 먼지와 엉클어져 진드기가 되고 다시 기어 나온 것들은 어떤 항균 제에도 면역이 생긴 최악성 루머가 되어 병원 전체를 떠돌겠지.
출퇴근 표에 사인을 하고 주차장 쪽으로 걸어 나온다. 아침의 숨가쁨도 어느새 시원한 바깥 공기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머리를 자르기로 한 시간 약속을 벌써 네 번이나 어겼다. 흐트러진 머리는 어깨까지 덮고 가벼운 바람에도 흔들린다. 땀내 비슷한 것이 바람 속으로 찾아든 것은 아침나절의 숨가쁨 때문이리라. 앤지도 어느새 팔랑거리는 걸음으로 주차장을 가로지른다. 수고했어 편히 집에 가서 쉬어. 약간 탁한 그녀의 목소리는 물기까지 곁들어 있다. 무슨 일 있니. 목소리가 좋지 않은데. 앤지가 다가서며 한마디씩 한마디씩 말을 끊으며 이어간다.
"그가 죽었잖아. 너 그거 알아. 그 옛날, 그는, 나와 그렇고 그런 사이였던 것."
금시 초문이었다. 그가 앤지의 옛날 남자친구였다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다그쳤다.
'네가 이 병원으로 오기 전 말이야. 우리 병원은 작은 지역사회병원과 수녀들이 운영하는 병원의 두 개로 나누어 있었지. 그때 그 작은 병원에서 그는 마취의사였어. 난 그때 이미 한번 결혼에 실패한 채 집으로 돌아와 수술실에서 근무했지. 그는 총각이었고 같은 부서에 근무했으니 자연히 친해질 수밖에.' 그렇게 앤지는 말을 이어갔다.
늘 리즈 테일러를 닮았다고 생각 들었던 검은머리의 앤지. 누가 보았어도 그녀의 미모에 한번쯤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더구나 10년 전쯤 이였다면 한창 아름다울 나이였는데.
'그의 마음이 변한 것은 그가 한 고등학교학생들과 여름 방학동안 의료 봉사 활동을 함께 하고 난 다음부터였지. 그가 만난 고등학교 2학년 짜리 에게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거야. 처음엔 정신 차리라고 한때의 불장난으로 치부했지만 그의 강박 관념 같은, 그 아이를 책임지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어쩌지 못했지. 막말로 이야기하자면 그가 그 아이를 키워서 18세가 되자 결혼까지 한 거야. 알지 그들이 결혼한 건 아마 4년이 채 안 되는 걸. 그의 아버지는 정신과의사였어. 어머니는 그 아버지를 도와주던 사무실의 비서였지. 정신과 의사 아버지를 둔 덕택에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아버지의 관찰 대상이 되었지. 완벽한 아이를 갖고 싶었던 아버지의 손에 그는 완벽주의자가 되어갔데. 한술 더 뜬것은 그의 어머니의 과보호였다던가. 아버지의 완벽한 비서였던 어머니는 아들에게도 완벽한 비서였다더군. 한 지붕 아래 완벽주의자 세 사람 숨막히지 않아. 서로가 서로에게 힘들어 가기 시작한 것은 누구나 다 지나게 되어 있는 그의 사춘기를 지나면서였데. 학적부에 B라는 글자를 한번도 보지 못했던 그가, 영어 한 학기를 좀 게을리 했다던가. 아버지는 난리라도 난 것처럼 야단났고 어머니는 모든 것이 자기 탓이라고 자격지심에 울고불고, 당황한 아이는 집을 나와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잤는데 그곳에서 담배와 마리화나를 알게 되었다는 군. 그 시절, 마리화난 약 종류가 아니었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깊은 명상인가를 할 때 쓰는 특별한 기호품 정도로 알고 있었지. 산에 올라가면 야생 대마들이 즐비했어. 잎을 따서 말려야 되는지, 줄기를 벗겨 옷감을 만드는지 그런 건 우리와 상관도 없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어. 히피가 유행하던 시절, 장발이어야 하고 너덜너덜한 나팔 바지를 입고 통기타를 쳐야 멋스럽다고 생각했지. 너야 그때 미국에 없었겠지만. 그런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마리화나 한 모금에 기분이 붕 뜬 거지. 그때까지 한번도 그런 경험을 못했던 사춘기의 그는 그 시간, 최대의 환각 상태 아니었겠어. 거짓말의 시작이지 그때부터. 핑계를 대고 친구 집에서 자고 필요 이상의 돈을 뜯어 마리화나를 사기 시작했고, 한 대 피우고 나면 기분이 하늘을 날 듯 붕 뜨거나, 나락에 빠지듯 착 갈아 앉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 없는 거야. 안정감과 평화. 손쉽게 구해진 인스턴트 행복. 그러나 그 몽롱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완벽한 아들이어야 하는 강박 관념에 쫓기지. 불안을 없애기 위해 술도 마시고 더 강한 것들도 찾아보고.' 앤지는 연예잡지의 가십난에 난 이야기처럼 표정도 바꾸지 않았다.
'낌새를 눈치 챈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지. 그의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고 어머니와 아들의 작전에 아버진 그를 완벽한 아들로 믿었지. 불행하게도 그의 아버진 스스로의 강박관념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했다던가. 그후 어머니는 그를 더욱 더 과잉 보호하고 늘 치마폭에서 벗어 날 줄 몰랐지. 아버지가 사라지자 아들은 강박의 틀에서 벗어났고 가끔씩 파티를 위한 약물 복용 말고는 거의 깨끗했다나봐. 그러다 다시 약에 손을 댄 것은 그 아이, 지금의 와이프를 만난 뒤인 것 같아. 책임감, 꼭 그 아이를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 주어야겠다는 강박관념 말이야. 그때 가끔 데이트할 땐 그런 이야길 했지. 그의 어머니의 가슴은 참 풍만하고 아름답다고. 불안하고 언짢은 기분일 때 어머니의 젖무덤을 가만히 만지거나, 손가락으로 유두를 톡톡 건드리면 마음이 풀린다고. 중학생이 되도록 그 짓을 했다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지. 가끔 내 가슴에 머리를 묻고 그냥 그렇게 한참씩 있게 해달란 투정 비슷한 것을 하기도 했어.' 후후, 잠시 비웃음인지 코웃음인지 모를 웃음을 소리내어 웃었다. 앤지는.
'그래. 그는 주체하지 못하는 모정 속에서 갈등하고 힘들어했는지도 모르지. 더구나 그이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죽었다면 어머니의 젖가슴이 잘려 나가고 흉한 상처가 생기고 방사선 치료들로 일그러졌을 그의 고향. 의사인 그로서도 어쩔 수 없는 한계에 힘들었겠지. 무참히 잘려 나갔을 그의 고향 말이야.'
이해가 갈 듯도 싶다. 관찰의 대상이 되었던, 움직임 하나 하나 행동 하나 하나가 누군가의 실험용 소재로 쓰였고 모니터가 되었을 그의 어린 시절은 여름 방학 숙제로 있었던 곤충 채집과 관찰의 한 모습으로 반영되었을지도 모른다. 털이 난 발을 비비고 날개를 부르르 털고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은 소리를 내기 위함이라던가. 풀잎을 넣어주고 방아깨비 같은 친구를 넣어주어도 며칠 지나고 나면 매미는 지치고 만다. 종국에는 날개 짓을 그치고, 그 구슬프고 구성지게 이어지는 여름 소리마저도 끈을 놓는다. 박제가 된 매미는 가는 실 핀에 꽂힌 채 한 계절이 간다. 매미 한 마리가 되기 위해서는 7년이나 애벌레로 숨어살아야 한다던가.
그러던 중 완벽한 젖가슴을 만났겠지. 누구의 손도 닿지 않았을 말랑말랑한 유두와 포근한 젖무덤. 그것을 지키기 위해 그는 그 여자의 사춘기였을 고등학생 시절을 지켜 주었고 어느 누구의 손도 닿지 못하게 철저한 보호막이 되었겠지.
한동안 병원 안을 떠돌던 가십의 토막들을 이어본다. 그건 어디부터 삐걱이던 이야기일까. 앤지는 이야기를 끝내지도 않은 채 주차장 저쪽 편으로 사라진다.
하이웨이를 40 마일로 달린 기억이 까마득하다. 생각은 생각의 꼬리를 물고 액셀을 밟고 있는데도 옆 주행선의 차들은 모두 내 차를 앞질러간다. 너무 서행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몰랐던 이민 초기. 천천히 가는 것만이 안전하다고 아니 고속도로를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었다. 그땐. 앞만 보고 달리던 시절.
그는 한동안 내게 따뜻했다. 내 어수룩한 이민의 모습들을 격려해 주려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그러나 둘 중 누구도 그날의 주사량 용량의 사건에 대해서는 되뇌는 일이 없었다. 이젠 영원한 비밀로 간직될 시간. 기이한 허허로움이 해방감이 되어 폐부에 스민다.
차고 문을 올리며 바로 가운부터 벗는다. 맨살이 드러나는 다리는 무릎이 주굴 거리고 이젠 이런 일들을 하기엔 너무 힘겹다는 생각을 한다. 차고에 놓여져 있는 냉장고에서 제법 차가워진 맥주를 꺼낸다. 선 채로 그 자리에서 하나를 따 병째 마신다. 가슴속까지 시원하다. 맨다리로 이층까지 단숨에 뛰어 오른다. 샤워 속에서 마지막 남은 맥주병을 비운다. 어깨로 떨어지는 뜨거운 물 속으로 몸을 움츠려 넣는다. 비눗기 닦여버린 육체는 보송보송한 느낌이다. 거울 속에 비친 내 가슴은 마른 대추 같다. 흉하게 검은 유두가 그래도 제자리에 붙어 있는 건 다행이다. 물기를 타월로 말리기도 전에 취기가 돈다. 알몸 인 채로 타월을 둘둘 감은 몸을 커다란 침대 가운데에 던진다. 잠이 든 것도 같고 술에 취한 것도 같다.
전신의 물기가 말라가며 한기가 든다. 타월을 벗겨내며 알몸을 이불 속으로 집어넣는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어머니의 젓 무덤처럼.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의 완벽한 글씨가 환자 진료 기록 장 속에서 일제히 일어나 춤을 춘다. 춤 속에서 여잔 웃고 그는 약을 타서 스스로의 정맥에 주사한다. 그리고 서서히 피어 나는 그의 미소. 어두웠다가는 빛이 들고 하얀 약 가루를 코에 대고 킁킁거리거나 마리화나 연기를 가득 입에 물었다간 내 뱉는다. 연기는 어머니의 가슴을 풀고 그곳으로 빨려 들어간다. 매미가 운다. 여자가 운다. 여자가 웃고, 아기가 웃더니 피범벅이다. 앤지는 그 여자 이야길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자존심일까. 천장이 돈다, 침대가 출렁거린다. 천장 위론 하늘도 푸르게 들어 나고 이불 속으로 들어 온 바람을 타고 나른다. 훨훨 나른다.
이건 꿈일까, 환영일까. 머리 위로 비가 내리는 듯한 서늘함에 이불을 더욱 올려 쓰고 눈을 감는다. 가물가물 사라지는 소리들. 또 다가오는 소리들. 소리들. 매미 소리들...
아침을 알리는 알람 소리에 잠이 깬다. 그건 환영 같은 꿈이었구나. 쉬는 날엔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해야겠지. 문득 전화기를 잡는다.
"나야. 어제 심장수술 끝나고 중환자 실로 돌아오기로 한 환자 말이야, 5호실, 언제 돌아왔어? 지금 상태는 어때?"
방은 아직 준비된 채로 라고 한다. 어젠 누구도 중환자 실로 돌아온 환자는 없다고 전화선 저쪽에선 명확히 알려준다. 창문을 연다. 바깥 공기는 늘 신선하다. 노란 장미 위로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내려앉는다.

(승자게임, 대표이민소설선집,
한국 소설가 협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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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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