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누가 이 아일 모르시나요?

2002.11.19 00:49

전지은 조회 수:454 추천:33

그 후...

사흘 밤낮을 T.V. 앞에 서성거리며 안절부절 했고 그 후유증은 꽤 오랫동안 마음의 공항 상태를 가져왔다. 아직 물증을 확보한 범인도 잡지 못한 사건은 일년이 지나며 더욱 확대 해석되고 지나치게 과장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이 앞선다. 9.11. 일년이 지난 오늘, 집 앞에 성조기를 게양하며 쓰러져 내리던 쌍둥이 빌딩과 낙엽처럼 떨어지던 시체들을 기억한다. 보통의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비디오 테이프가 돌 듯 재연되고 또 다시 좌불안석으로 한 발자국 바깥출입을 못한 채 숨죽이며 지냈다. 알카이다는 누구며 부르카를 쓴 여인들은 언제쯤 그 베일을 벗고 나와 세상 앞에 얼굴을 보일 수 있을까.
새로운 땅에서 그런 대로 일상에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들자 추억들은 밀려들었다. 그리움에 목말랐고 두고 온 기억들은 사금파리 조각들처럼 반짝거리며 나의 생각들을 유혹했다. 다시 세상 속으로 나가리라. 베일을 벗기엔 너무 긴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른다. 부르카를 벗고 홀로 선 곳에선 너무 많은 빛으로 눈을 뜰 수도 누구 하나 손잡아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홀가분함 하나 만으로도 만족하리라. 그리고 사금파리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가 보리라.
오늘 아침은 또 다른 시작이다. 내 응어리들을 마음놓고 풀 수 있는 세상 속으로 겁도 없이 성큼 들어선다.
이사를 온 새집엔 전 주인이 심어 놓았을 제법 큰 단풍나무가 구석 자리를 지키고 섰다. 가슴이 타듯 혼신으로 붉은 물을 들일 때 내 작은 마당엔 가을 이야기가 단풍나무처럼 활활 타올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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