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동면에서 깨어니 노예 만적21를..

2004.03.29 21:33

유금호 조회 수:335 추천:13

겨울 동안 동면에 깊이 빠져 있느라 '노예 만적' 이 시간을 많이 넘겨 버렸습니다.
이노블타운에 연재하는 노예 만적 25회분 중 21회(매 사냥)분은 3월 30일 *이노블타운*에 올렸습니다.

최충헌이 산을 내려가고 나서는 이상하게 짐승이 한 마리도 눈에 뜨이지 않자 말을 멈춘 박진재가 충국이와 효삼을 불러 세웠다고 한다.

"어찌해서 노루 새끼 한 마리도 얼씬을 않는 거냐? 아무래도 너희 두 놈이 짐승들을 미리 다 도망시킨 게 아니더냐?"
충국이 박진재를 올려다보면서 뭐라고 소리를 냈지만 혀가 잘린 터라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되어 나왔다.
"허허허, 이 놈 봐라..... 사람 말을 해야지 짐승소리로 말하면 내가 어찌 알아먹느냐? 여봐라. 지금 이놈이 지금 뭐라고 하는 게냐?"
다시 충국의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나오자 갑자기 박진재의 손에 들렸던 채찍이 충국을 휘감았다.
그 바람에 몸이 기우뚱하던 충국이 몸에 감긴 채찍 끝을 붙잡아 힘껏 끌어당겨 버렸다.
몸을 바로 세우면서 박진재가 장검을 휘둘러 채찍 중간을 자르자 채찍 끝을 잡고 있었던 충국의 커다란 몸뚱이가 땅바닥에 내 팽개쳐졌다.
"핫하하하..... 그래, 잘 되었다. 네 놈은 지금부터 곰이다. 다른 한 놈은 노루가 되어라.....자, 내가 서른을 셀 동안 곰하고 노루하고 힘껏 내 곁에서 도망을 가거라....잡히면 네놈 간을 꺼내어 내 술 안주를 할 것이다.....자, 어서 뛰어 도망을 가라.... 하나...둘...셋...넷...."

엉겁결에 둘은 곰과 노루가 되어 나무 사이를 헤치며 갈지(之)로 내달아 뛰기 시작했다.
그들 어깨 사이로 귓등으로 씽씽거리며 화살이 연속하여 날아들기 시작했다.
"사냥꾼에게야 토끼보다야 노루가 났고, 노루보다는 멧돼지가 더 나은 것 아니냐?"
"......"
"그 다음에는 호랑이를 쫓고, 그 다음이 두발 짐승을 쫓는 게 아니더냐?"
다시 화살이 날아들었고, 절벽을 만나 방향을 바꾸려던 순간 화살 한 대가 충국의 등을 꿰뚫었다는 것이다.

베네치아에서 비둘기들과....

"이제 앞으로 낳는 우리 새끼들은 제 부모, 처자하고 같이 살 세상이 올거여. 나를 믿어."
매영이 갑자기 어깨를 떨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이상하게 부끄럽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게 아녀. 최충헌 대감도 군졸이었지. 군졸이 대감이 됐어."
"마라가 집을 비운 동안 역적의 가솔이라 하여, 서경 쪽 관군들이 산 속까지 몰려가 불을 질러 외할아버지도 마라 색시도 그 불 속에서 타 죽었대."
"뭐여?"
만적은 소예를 통해서 알아내었다는 마라의 소식을 듣고는 몸을 떨며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럴 수가?......."
한시도 마라가 몸에서 떼어놓지 않던 쇠붙이가 떠올라 만적은 이를 악물었다.
"마라가 집을 비운 동안......"
만적의 이마에 깊이 파인 화인(火印)을 쓰다듬으며 매영이 바람소리처럼 우물거렸다.
"이마빡에 이리 깊은 흉터 생기고는 생각이 달라졌어. 나 혼자가 아니다. 이 땅에 나만 억울하고 서러운 것이 아니다....그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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