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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불꽃처럼 나비처럼

2009.10.10 21:13

박정순 조회 수:273 추천:31

불꽃처럼 나비처럼 강남 터미널에서 서점에 들러 책 몇권 뒤적이다 윈도우 쇼핑을 했다. 그리고 다시 머리속에서 급한일, 중요한 일,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중요하지도 급하지 않은 일, 구분을 해 본다.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 몇 개월만 더 기다려보라는 운명을 예언하는 이의 말대로 운명을 믿기로 할 것인지 아니면 귀향이 최선인지 마음은 하염없이 먼곳을 거닐었다. 서점에서 나온 뒤 영화관 앞을 지나가다 명성왕후의 이야기 “불꽃처럼 나비처럼” 보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 혼란의 시대에 살다간 비운의 왕후, 약소국의 슬픔, 가장 안전하다는 자국의 황실에서 그것도 외국의 자객에게 비참하게 숨질 수 있을까? 나는 이 스토리 하나만으로도 전 세계를 향한 일본의 포악성을 드러낼 수 있고 사과 를 받을 수 있는 소재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문열의 소설"여우사냥"을 소재로 "명성황후"는 뮤지컬로 14년째 이어져 오고 있지만 그녀의 숨은 이야기를 작가는 다른 사랑이야기로 연결해 냈다. 그 모티브가 프랑스에서 발견한 명성황후의 자화상뒤에 희미하게 처리한 호위 무사가 서 있는 것을 보고 만들었다고 하니… 그것이 사실이거나 아니었다고 해도 역사의 아픈 흔적을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각자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 역사 속에서 명성황후 민자영은 그 누구도 막지 못한 외압 속에서 참혹하게 죽어가야 했던 비운의 왕후였고 그녀의 내면적 고뇌와 여성으로서의 면모를 담고 있어 새로움을 안겨준다. 지금까지도 사진 한 장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명성황후, 그녀의 죽음을 두고 사건의 배후와 정황에 대한 각종 설들이 난무하다. 그 설이 난무하다는 것은 뭘까? 잔혹하게 죽이기 위한 거짓 유포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이유를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이다. 조선은 서양 문물이 유입되고 나라간의 문화와 문화가 충돌하던, 격동의 시기에 놓여 있었다. 당시, 내부적으로 쇄국 정책을 고수하던 대원군과 개화 정책을 추진하던 명성황후 ‘민자영’은 정치적 견해 차이로 심한 갈등을 겪고 있었다. 명성황후는 일본의 승리로 끝난 청일 전쟁 후 대륙 침략을 꾀하는 일본의 움직임을 감지하게 된다. 이에 러시아와 손을 잡고 일본 세력을 견제한 채 독자적 개혁 노선을 지향한다. 조선 내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감퇴하고 있음을 알게 된 일본은 외교에 무지한 예비역 육군 중장 미우라를 조선에 파견해 모종의 음모를 꾸미게 된다. 바로, 미우라를 통해 외교를 주도한 왕후를 제거하여 러시아와의 관계를 차단하려는 것. 미우라는 왕후와 대치관계에 있던 대원군을 종용하여 음모에 가담시키려 했으나 실패하고, 서울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 수비대 병력을 주축으로 음모를 실행한다. 일본인 폭도들은 건청궁에 난입, 왕과 왕태자의 옷을 찢고, 칼을 휘두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조선의 황실은 일본의 황실에게 제대로 보상을 청구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조선의 왕이 지켜 주지 못한, 조선의 국민이 지켜주지 못한 한 나라의 국모, 그리고 그녀의 의로운 죽음에 꽃 한송이 헌화하고 싶어 그녀가 거닐었던 곳, 경복궁과 창희궁을 가 보고 싶었다. 산다는 것, 때로는 그것이 부질없이 짧은 생인데 한치 앞을 내다 보지 못하는 욕심이 천년 만년처럼 길다고 생각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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