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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청도가는 길

2009.02.08 17:21

박정순 조회 수:484 추천:44

대왕암과 바다를 보기 위해 감포로 가는 4번 도로를 타고 가다 기림사 지나고 양북이 가까워질 무렵 조금씩 팔이 저렸고 슬금 슬금 돌아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 컨디션으로 도착하면 파 김치처럼 쓰러지거나 아님, 긴장한 신경세포들이 풀어지기까지는 하루 이틀 정도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가던 길을 돌아서 청도로 바로 가기로 했다. 국도 20번 길은 올망 졸망한 산들과 높은 산의 지형들이 감히 함부로 범접하지 못하게 위엄을 보여 주는 것 같았다. 겨울 가믐이란 말을 실감하게 하는 마른 냇가와 움푹 패인 저수지들.... 서울에서만 바라보던 풍경으로 가뭄의 깊이를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청도로 가는 노선에서 운문사가 있다. 청도를 경유하면 바로 서울로 바로 직행할터인데..... 조금 욕심을 냈다. 점심을 먹어야 했지만 설렁한 식당에 들어가기도 싫고 점심 휴식 시간을 이용해서 산사나 한바퀴 배회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운문사에 도착하니.... 옛날 한적한 풍경은 사라지고 사람들로 가득찬 산사의 이쪽 저쪽, 승가 대학으로 건물을 넓힌 탓인지.... 사람들이 많아서 산사의 아름다움에 잠기고 싶었던 마음은 실망으로 돌아섰다. 내 시건방진 생각을 알아차린 부처님은 청도가는 길을 잃어버리는 지혜를 줬다. 청도로 가는 20번 도로가 어디서 어떻게 다른 방향으로 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경산가는 25번 도로로 바꿔버렸다. 참 재주도 좋아. 스스로 기막히게 놓쳐버린 표지판을 놓고서 길을 물으니 다시 되돌아서 가는 것이 더 빠르다고 했다. 그러나 지명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돌아 가더라도 지명을 아는 쪽으로 택하기로 했다. 아마도 1시간 정도 더 운전 한 것 같다. 자주 찾아가지 않는 쾌심죄를 묻는 듯, 산소로 올라가는 산길마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구두를 신고 산등성이를 타고 가니.... 흰옷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도꾸마리씨들과 엉키고 설혀 있는 들풀줄기들이 놀다 가라고 발목을 붙들었다. 문득 어느 시인의 시 한편이 생각났다. 떨어지지 않는 도꾸마리씨가 마치 그의 아내 같다는... 나는 이 떨어지지 않는 도꾸마리씨를 누구에게 비유할까? 하고 말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자꾸 이렇게 힘들게 하시면 저 다시 안찾아 올거예요.' 아버님도요." 하며 돌아가신 분들을 향해 협박까지 하면서 어렵사리, 정말 어렵사리 묘자리를 찾았다. 불효막심하다는 말, 바로 이런 말일게다. 어디에 있는지조차 찾지 못하니 말이다. 입춘이 지나서인지 봄 기운이 가득 느껴지는 햇살 따사로운 자리에서 지금 나를 보고 계시기나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막걸리를 뿌려 드리며 먼 곳에 있는 아이들과 남편 잘 보살펴 달라고 빌었다. 과수원에서 떨어져 있는 모과 하나를 집어 드는 순간 꿩 두마리가 후드득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그들이 날아가는 소리에 내가 더 놀라 들고 있던 모과를 떨어뜨리자 저수지에서 낚시하는 이들이 무슨 광경인가? 하여 고개를 쭈욱 내밀고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만에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그렇게 간단한 막걸리 3병으로 산소에 가서 인사를 마친 그럼에도 스스로 기분이 상쾌해 지는 것은 미루다 가지 못한 죄송스러움 탓인지도 모르겠다. 중부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 오다 음성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뭐랄까? 이 알 수 없는 기분은 오늘밤 잠들면 눈썹이 하얗게 쉬어 버릴 것 같아 밤을 새야 할 것 같은 마음처럼 누군가 불러내서 오늘 일어난 일들을 재잘거리고 싶었다. 커피잔을 들고 창을 서성이다 발견한 꽃나무. 동백꽃이었다. 추운 얼음속에서 붉디 붉은 꽃잎을 드러내면서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라고 말해주는 꽃말의 힘처럼 동백은 우리에게 희망을 건네주는 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작가들은 동백을 통한 위대한 작품을 탄생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 했지만 고속도로에서 만나는 환한 자동차의 불빛을 보면서대한민국은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라고 자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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