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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울릉도의 비경을 찾아서

2007.07.25 07:05

박정순 조회 수:413 추천:51

울릉도의 비경을 찾아서 - 산등성이를 타고 태하 망루를 찾아 올라가는 길, 역사의 현장에서 함께 있었던 그 시대의 산 증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우리들에게는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했다. 우리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 저 바다 건너 일본에게 던져, 독도를 다케시마니, 동해(한국해)를 일본해는… 그러한 망상도 망언도 하지 말라고. 멀어서 닿을 수 없는 것들, 마주 보면서도 스쳐 지나온 것들, 어쩌면 다시는 내 손끝과 눈길조차 닿지 못할 그 무엇을 위해 오늘 이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자고…… 남들보다 더딘 내 발걸음은 산행에 뒤쳐지고 넘어졌지만 그래도 오늘 이곳의 비경을 만나지 않으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으랴? 하고 태어나 처음으로 그렇게 많이 걷고 또 걸었던 것이다. 울릉도 섬을 한 바퀴 도는 해양도로는 석포에서 내수전까지 끊어져 있다고 했다. 산책로를 따라 비경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도 이곳 지리에 밝은 분들 때문이었다. 5월의 푸른 산과 바다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파도소리가 우리들을 따라 오는 듯 했다. 흐린 하늘에서는 기어코 빗방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가파란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산길은 산길다워야 한다’며 이 길은 산길 이라기에는 평범한 길이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앞선 이를 따라가는 것만으로 내겐 힘에 버거웠다. 눈을 들어 숲을 보면 산이고 아래를 바라보면 푸른 바다가 출렁였다. 내수전 망루에서는 맑은 날 독도를 바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곳에 사는 주민은, “나는 늘 이곳에서 독도를 바라 보기 위해 창을 냈습니다. 다른 것 말고, 망원경 몇 대 설치해 놓으세요. 그러면 이곳에서 독도를 바라보게 되니 일본 사람들이 허튼 소리 안 하지요.” 그렇구나. 망원경 몇 대 설치 해 놓는 일이 그리 돈 많이 드는 것도 아닐 터인데 울릉도 곳곳에 혹은 독도 곳곳에 망원경 설치 해 놓고 독도에서 울릉도를 울릉도에서 독도를 그렇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일본이, “울릉도에서는 독도를 볼 수 없다. 그래서 한국영토가 아니다.” 라는 일본의 주장을 일축할 수 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숲 속에는 혼자 있어도 제 색깔을 잃지 않고 피는 꽃들과 풀들의 향기가 좋았다. 새소리, 바람소리,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신선처럼 행복해진다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울대는 포말이 하아얀 꽃으로 피어나는 바다위로 갈매기 피었다 지듯이 날아 오르는 깎아 지른 절벽을 내려다 보며 앞선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내 마음만 급하게 달려가고 있었다. 석포에서 내수전 가는 길 숲으로 들어서면 푸른 빛으로 잠겨 있는 뻐꾸기 울음소리 그리움은 재를 넘다 한 그루 해동으로 서 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얼핏 얼핏 너의 눈빛이 보이고 전설을 휘 감은 비경의 파도소리가 응얼거리며 후드득 쏟아지는 소나기 굵은 빗방울처럼 울컥 울음이 솟구치는 새소리 아카시아 꽃망울이 구름처럼 바다의 물결로 출렁이고 너를 찾아 나선 길 먹장구름 털어낸 빗물은 산허리에 자옥한 운무 지울 수 없는 바다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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