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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순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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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채석강

2007.08.22 08:31

박정순 조회 수:450 추천:48

채석강 열기를 가득 담은 하늘이 펼쳐 보이는 것은 폭염을 예언하는 아침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여행은 떠나는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자유로움일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어머니와 함께 서울 청계천을 한바퀴 돌고 난 뒤 남도로 향했다. 잔잔한 물결이 새로 만든 청계천에서 흘러가고 들녘에서 볼 수 있는 들꽃들이 도시인들에게 쉼터로 제공하고 있었다. 더위로 등줄기의 땀방울을 털어내는 것은 차 안이었다. 점심을 해결하고 고속도로로 진입해야 했지만 먼 길을 가야 하는 탓으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기로 했다. 주차장으로 변해 버린 듯한 느린 자동차의 흐름이 시장기를 재촉했지만 어쩌랴? 미리 김밥이라도 준비하여 떠나오지 못한 내 아둔함을…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오늘은 변산반도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목적지 궤도 수정을 하였다. 부안IC에서 나온 뒤 30번 국도를 탔다. 바다의 아름다움을 가지런하게 조성된 소나무 숲을 끼고 돌자 삐죽하게 돌출되어 나온 육지가 서로 경쟁이라도 하는 듯 바다를 향해 내달리는 해안도로는 아름다웠다. 파도 소리만이 들리는 고요한 해변가의 낡고 조그만 모텔에서 가방을 풀었다. 오늘 하루 어촌의 풍요로운 향기에 삶의 힘들고 무거운 것을 바다에 내려놓기로 말이다. 밤바다를 바라보며 텅 빈 식당에서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주인 아주머니의 친절함이 우리를 편안하게 해 주었다. 파도소리가 가슴으로 쏴~아 하게 지나가는 밤. 잠들기보다는 내일을 위해 남겨 놓아야 할 듯, 잠을 잘 수 없었다. 이른 아침 잠을 털고 해안도로를 따라 채석강으로 향했다. 시간을 제대로 맞춘 듯, 물이 거의 다 빠져 나간 채석강의 풍경은 마치 동화의 나라에 온 듯 하다. 황홀한 층암단애가 눈을 앗아갈 것만 같은 절벽은 수백만 년 동안 파도가 핥고 지나며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놓았다. 채석강의 유래는 당나라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을 붙여진 곳이라고 한다. 마치 1만 권의 책을 차곡 차곡 쌓아 놓은 듯한 모습이 신비롭기만 한 절벽의 단층이다. 우리들의 삶은 어떠한 모습으로 서로의 가슴에 무늬를 새겨 놓을까? 세월이 흘러도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면 고통을 정화할 수 있는 것 또한 사랑의 힘이 아니겠는가? 채석강에서 발을 빠뜨리고 서 있는 등대를 바라보며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서 아침을 시켰다. 아침부터 회를 먹을 수 있겠느냐는 걱정스러운 눈빛을 무마시키고 깨끗하게 접시를 비웠다. 쑥갓의 향기가 입안을 향기롭게 해 주었다. 에어켠디션을 켜도 땀을 식히지 못하는 체질탓으로 작열하는 햇살을 피하기 위해 내소사로 향했다. 맑은 새소리와 솔향기를 맡으며 전나무 숲길을 걷는 즐거움은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 주는 것 같았다.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633년) 혜구두타 스님이 처음으로 지었으며 조선 인조와 고종 때 새로 지은 절이다. 원래 절의 이름은 소래사이었지만 임진왜란 이후 지금의 내소사로 바뀌었다.. 내소사의 아름다운 꽃살문과 고려동종을 감상하며 낙산사 화재로 소멸된 고려동종으로 인해 이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곳이 내소사의 고려동종이라고 했다. 찻집에 앉아서 차를 마시며 잠시 더위를 식혔다. 이렇게 떠나올 수 있음이 감사하고 행복했다. 잠시 세상 사를 잊고 편안하게 여유를 가질 수 있음이 또 얼마나 큰 축복이랴? 마음 같아서는 마냥 한나절을 그렇게 앉아있고 싶었지만 머리 속에서는 해야 할 일들일 밀물과 썰물처럼 교차되고 있었다. 멀리 떠나는 것이 불편한 듯 그냥 이곳에서 머물기를 바라는 눈빛을 모른 척 하기로 했다. 도로는 이내 석포 삼거리를 지나 곰소 쪽으로 접어들었다. 곰소항을 지났지만 염전은 좀체 눈에 띄지 않는다. 횟집 간판이 즐비한 거리를 빠져나가자 드디어 거뭇거뭇한 목재 건물 뒤로 바둑판 같은 염전이 넓게 펼쳐진다. 염전을 구경하기 위해 잠시 차를 정차할까? 했지만 갈 곳이 멀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줄포IC에서 목포로 향했다. 조심스럽고 불안했던 마음이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긴장이 풀려서인지 졸리기 시작했다. 졸음을 쫓아내기 위해 사탕과 물을 마시며 라디오 볼륨을 높였다. 꿈나라 여행중인 여행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승객의 안전을 위해 졸음아~ 물럿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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