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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순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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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슬픈 날

2009.11.24 13:30

박정순 조회 수:134 추천:12

목이 붓고 입안이 모두 헐었다 한 모금의 물에도 가시가 들어 있어 넘길 수 없어도 이걸 마셔야 산다는, 살아야 한다는 것이 슬픈 날 싱크대엔 그릇들이 세탁기엔 널브러져 있는 옷들이 다림질을 기다리는 옷들과 집안 구석 구석 쌓인 먼지들 주인 없다고 쾌재를 부르고 있다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도 안부가 궁금하다며 찾아온 사람들도 문 열어주지 않고 돌려 세운날 바람은 창을 흔들며 고갤 갸웃거리고 내안의 항체는 바이러스와 싸우느라 땀을 흘리고 나는 또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한다는 것이 슬픈날이다.